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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Dec 20. 2019

90년생이 온다

독립출판 작업일지 151화

두 필름메이커가 만든 공간 <연남동 편집실>을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참에, 언론 영상을 업으로 하는 나에게 늘 영감을 주는 친구의 토크쇼가 열린다는 소식이 뜨자마자 바로 참가 신청을 했다. 주제는 크게 “타인의 이야기를 온전히 존중하면서 그 안에 내 이야기를 담는 방법”이고, 인터뷰하는 방법부터 타인을 대하는 자세, 그리고 대한민국에서 20대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했다. 사실 주제는 참가신청을 하고 나서야 본 것이고, 친구가 메인이 되는 자리이며 가보고 싶던 공간이라 아묻따 신청했던 것이 크지만, 결론적으로 너무나 영감이 되는 시간이었다. 작은 공간이고 소규모로 진행되어 더 큰 울림이 전해졌다.



나 또한 인터뷰 책을 출판하고, 나의 정체성을 브랜딩 하는 과정에서 “인터뷰”는 빠질 수 없는 키워드였다. 또한 20대로서, 한국에서 살아가며 인터뷰어로, 메이커로, 더 나아가 예술가로서, 지금 이 공기를 담는 것에 대한 스스로 되물어도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인터뷰”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들과 “90년 대생”, “인터뷰”, “동료”를 키워드로 대화할 수 있어 기뻤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우리의 대화를 기록해보고자 한다.



첫째, 선한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영상이냐 텍스트냐 연기냐 등 인터뷰하는 방법은 각기 달랐지만 무엇보다 우리가 입을 모아 말한 점은 결국은 “선한 의지”, 다시 말해 인터뷰를 떠나 어떤 “콘텐츠”를 다루느냐였다. 좋은 콘텐츠를 다루면, 제작자로서도 그만큼 와 닿는 깊이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일을 하다 보면 일의 능률과 자존감은 비례하게 되는데, 다시 말해 일로서 나를 채우게 되는 점이 많아졌다. 비슷한 맥락으로 온라인상에서 나를 접하는 사람들은 내가 잘 포장하는 (좋게 말하면 브랜딩이고) 나의 “일”하는 자아들로 나를 처음 접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소통”을 통해 새로운 기회들이 많이 오게 되어 어쩔 수 없다는 점을 지금은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더 긍정적으로 표출하려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괴리감을 줄이고자 “일”하는 나의 자아와 다른 수만 가지 자아를 분리하려고 노력한 한 해이기도 했다.


이런 과정이 인터뷰를 하는 인터뷰어로서의 나의 자아를 깨닫는 과정과 일치하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둘째, 인터뷰어인 나를 과대평가하지 말자.  .


‘인터뷰는 단순히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가지고 파는 것이 아니냐- 그러니까 온전히 내 것이 아니다’라는 스스로 만든 벽을 깨부숴야 하는 시기들이 다들 찾아왔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이 부분은 결국 인터뷰도 편집자의 의도가 다분히 들어간다는 사실을 인터뷰어 스스로가 깨닫고 나니 실마리를 풀게 되었다고 다들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인터뷰어로서의 자아와 편집자로서의 역할을 잘 분리하고 감성과 이성을 적절하게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것은 “짬”에서 나오는 바이브, 다시 말해 시간이 걸리는 과정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그리고 인터뷰어는 만들고자 하는 콘텐츠에 일치하는 주제에 관해서 이야기하면 되는 것이고, 그 외적으로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고 그러나 주어진 환경에서는 최소한의 것으로 최대한으로 이루고자 노력한다고 말했다.



셋째, 애티튜드.



인터뷰는 다시 말하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창인 것인데, 그 사람을 비추기 위한 창이 더럽거나 어두운 면만 가득하다면 절대 인터뷰이의 모습을 깨끗하게 담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충분한 마음이 있느냐, 인터뷰이는 자극적인 질문보다 “침묵”을 적절하게 이용해야 한다는 것 또한 매우 공감하는 부분이었다.



이야기가 다시 첫 번째로 돌아가게 되는데 결국은 인터뷰를 하는 사람이 얼마나 Nice하냐는 것. 충만한 사랑이 있냐는 것. 기술적인 부분들도 중요하지만 결국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다.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들에게 <90년 대생이 온다> 책을 선물했다고 한다. 이 시대 생이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가. 이야기를 했을 때 결국 우리는 “어떠한 감정을 공유하고 있는가”에 주목하고자 하는 시대인 것 같다고 친구는 말했다. 충분히 공감하며, 90년대 생인 내가 이 시대의 대한민국에서 인터뷰어로 산다는 것은 어떠한 감정을 공유하며 어떠한 울림을 줄 것인가 다시금 정립할 수 있는 아주 감사한 거진 4시간의 이야기들이었다.



19년 12월 19일

연남동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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