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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채영 Jan 19. 2021

함께 꿈꿀 수 있음에 감사함

우도에서

어젯밤에는 책방과 게스트하우스를 같이 하는, 종달리의  공간에서 매니저를 하는 대학 친구 솔이를 만났다. 그녀와는 고등학생과 대학생  사이 언저리  성인이 되어 설렘으로 가득  있고, 모든 것이 서툴기만  . 수시 합격생 대상 2 동안 학교 기숙사에서 살면서, 영어만 써야 하는 ㅎㅎ 프로그램에서 만났는데, 그때 우리는 기타를 치는 동아리에서 만났더랬다. 솔이는 의류를 전공하고, 나는 문화를 전공했기에 크게 접점은 없었더랬지만 각자  활동을 열심히 하는 터라, 우리는 종종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하는 사이였다. 그렇게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그녀는 유럽을 여행했고, 인도를 여행했고  출판을 꿈꿨고 이뤄냈으며, 나는 유럽을 여행했고, 책을 출판했으며, 인도를 꿈꿨더랬다. 멀리서 서로를 응원하며 언젠가는 깊게 대화를   있을 거라 생각했고, 그것이 어제였다. 그녀는 나를 닿고 싶은 섬이라 표현했다. 고마웠다.

동쪽, 우도를 간다는 것만 정해놓고 이번 여행에서  계획이 없던 나는 반년을 제주에서 살고 있는 그녀의 추천으로 동쪽 곳곳을 돌아다녔다. 인도 빈티지 물품점에서부터, 숙소까지. 그리고 그녀가 일하고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초대받아 페스코를 실천하고 있는 솔이에게 페스코 떡볶이와 튀김까지 대접받았더랬다. 밤에는 함께 별을 보았고, 아침 조식으로는 정성 가득한 토스트와 잘 저어먹으라는 거트도. 너무너무 고마웠다.

무엇보다 서로 나눈 대화가 매우 빛났다. 언젠가 제주에 정착하고 싶은 마음 가득한 나는, 그녀와의 대화로부터 얻은 힌트로 구체적인 꿈을 꾸게 됐다. 게스트하우스와 책방 그리고 사진관을 하겠다는 나의 꿈을 응원해주고, 실제로 지금 그것을 행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설렜다. 가슴이 뛰었다. 나의 꿈이 가닿기까지 아직은, 많은 시간이 필요할  같지만, 그럼에도 나는 이미 그것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꼈다.

우선 숙소는 게스트하우스보다는 소수 인원으로 민박집의 형태로 하는 것을 추천해주었다. 그리고 책방과 사진관을 같이 운영하는 것은 너무나 좋은 생각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런 공간을 운영하며, 축제를 기획하고, 매거진을 발행하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녀와 함께 일하는 친구도 나의 꿈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 가장 중요하다고 말을 보탰다. 좋은 사람.

나는 더 이상 좋은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며 다짐했었더랬지만, 역시나. 그것은 검은 마음이었다. 근묵자흑이라 했다. 아무래도 지금, 나의 주변에는, 나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이 가득했었나. 아니다. 그것 또한 내가 선택한 것이겠지.  잊었다. 여행하며 다시 한번 영혼을 듬뿍 씻었다. 어린 마음 가득했던 나의 마음을 다시 한번 어르고 달랬다.

어제 은영이가 검은 마음도 사랑해달라고 말했다. 나는 나의 검은 마음이 너무 검어서 두려웠다. 그렇기에 계속 빛만을 쫓자고 다짐했다. 다시 한번. 어쩌면 아직은 멀고, 생각보다 가까운, 서른 이후의 나의 꿈이 뚜렷해진 순간이었다.

2021년 1월 19일

우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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