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채영 Jan 09. 2021

에로스 그리고 플라토닉 사랑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를 보고 마주한 생각의 조각들


나의 인생 한국 드라마 중 하나인, 괜찮아 사랑이야를 다시 보고 있다. 주인공 지해수(공효진)은 정신과 의사이고, 장재열(조인성)은 소설가로, 서로의 상처에 풀칠을 하며 완성되는 사랑이야기다. 해수는 6살 때, 엄마가 다른 남자와 키스를 하는 모습을 보고, 키스와 섹스는 나쁜 것이라는 불안장애, 관계 기피증이라는 정신병을 앓게 됐다. 그리하여 20대 후반이 되어 애인이 생겨도 섹스는 그녀에게 무척이나 두려움을 안게 하는 것이고, 사랑하여도 사랑하지 못하는 트라우마를 갖게 된 것. 그러던 중, 해수의 남자 친구와 그의 후배가 키스를 했다는 것을 알게 되고, 해수는 이별이라는 큰 아픔을 마주하게 된다. 그런 모습을 보던 선배는 섹스도 안 해놓고 뭐 그리 대수냐는 듯, 그게 사랑이냐고 되물었고 해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더랬다.

언젠가는 친구들과 사랑 없는 섹스, 섹스 없는 사랑에 관해 열렬히 토론한 적이 있더랬다. 나와 너의 시간을 걸으며 그야말로 정이든 오래된 연인에게서는 플라토닉적 사랑의 기쁨을 맛보기도 했지만, 생물학적 남성에게 에로스적 사랑을 느끼는 해태로인 나 또한 조금 더 어렸을 때는 그 차이를 분별하지 못했더랬다. 연애=섹스.라는 공식에서 섹스를 하면 무조건 모든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 고 생각했던 적이 있더랬고, 이성에 대한 성애적인 끌림이 없이는 관계를, 미래를 약속할 수 없다고 생각했지만, ‘성애’적인 끌림이 ‘다’인, 그저 ‘몸’의 대화뿐인 연애를 몇 차례 경험하고 나니, (그것의 후폭풍을 마주하고 나니ㅎ) 나의 이상향은 플라토닉적 사랑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리하여 에로스를 경험하며 진정한 사랑을 느끼는 것.

내 친구 A는 에로스가 없으면 플라토닉도 없다고 말한다. 뭐가 맞다 틀리다는 정답은 없겠지만, 결국 사랑이 완성되는 그 과정에서는 에로스와 플라토닉이 함께 약속을 하고 각자의 마음의 속도에 발맞추어 가야 한다는 것을 20대 후반에 들어선 지금에서야 경험적으로 느낀다. 그리하여 ‘이상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그 현실의 간극에서 각자의 빛을 알아보며 눈과 마음이 서로를 향해있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교통사고라 했다. 이 모든 생각을 뛰어넘는 앞으로 마주할 연애와 사랑에서는, 나의 여러 차례의 고군분투적인 마음과 육체에 대한 존중이 있는 관계를 맺고 싶다는 것은, 나와 내 친구들 모두 동의를 한 바였다. 그 모든 것이 결국 사랑일 테니까.

괜찮아 사랑이야.
드라마를 보며 마주한 생각의 조각들.


2021년 1월 9일
해방촌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