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인데 한 여름이다. 6월이 봄의 끝자락이거나 여름의 시작이라고 알고 있는 시절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찌된 일인지 매일이 후끈후끈해서 7월인 것만 같다. 내 유전자 속에 각인된 7월은 완전한 여름이다. 6월이 분명한데도 마치 7월 같은, 어쩌면 7월보다 더 7월 같은 날들이지만 아직 7월은 오지 않았다.최애의 배우 데뷔 9주년 기념일 7월 3일. 그러니 이제 내 삶의 남은 여름은 7월 3일이 시작이다.
덕질기록이 뜸하여, 거기에 더해 바로 이전 기록이 환승의 유혹, 어쩌고 하는 제목이어서 혹시? 했던 분들은 기대를 거두시라. 내 마음은 아직 그 마음 그대로다. 단, 마음은 그대로인데 현실과 운신은 많이 부자연스럽게 흘러가는 중이다. 5월과 6월에 걸쳐 가족중심의 일상에 덕질의 부작용까지 합해져 그야말로 텅~장이 된 통장 때문이다. 기록적인 지출과 이동거리가 나의 고달픈 시간을 대변해주고 있다. 그리고 이제 곧 다가 올 7월, 대망의 7월. 7월이 되기 전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오물처럼 찝찝한 마음의 찌꺼기를 씻어낼 때가 되었다. 덕질로 채운 반년의 시간 동안 알게 모르게 쌓인 즐겁지 않은 감정들이다.
무엇이건 베풀 때에는 내게 돌려줄 것이 없는 이를 찾아 베풀어야 한다. 돌려 줄 것이 있는 이에게 베풀면 다시 되돌려 받기를 은연중에 바라게 되어 결국 마음에 욕심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고, 나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나보다 약한 사람에게 힘을 주며 살라고 배웠는데 배운 대로 사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다. 무엇이든 구하는 입장보다 건네는 입장이 되려고 많은 것들에 욕심을 냈었다. 날개를 달고 싶어서. 날개를 가지고 날지 않는 것과 날개가 없어 못 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나는 남다른 여자라고 스스로에게 늘 주문을 건다. 어려서는 이유 없는 경쟁심이 나를 부추기곤 했지만 지금은 내 스스로의 풍요로움과 여유를 위해서 노력한다. 직업이나 환경에는 귀천이 없지만 인격에는 귀천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끊임없이 나를 뒤돌아본다.
온유한 미소 속에 숨겨져 있는 강인한 결단력.
억누르지 않고도 종속을 자청케 하는 따뜻한 눈빛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강자의 여유를 갖고 있는 나의 최애, 이준호
최애가 너무 소중하다보니 나처럼 최애를 아끼는, 나와 다르지만 같은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5번의 출판을 경험하면서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저질렀다. 공짜로 책을 준 것이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지인들에게 ‘돈 주고 사라’는 퉁박을 예사로 던지던 내가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는 이들에게, 직접 책을 주고, 우편으로 보냈다. 후회하는 마음이 생긴 건 최근이다. 아직도 나는 세상이 너무 쉽다. 세상을 쉽게 본 결과려니 생각하고 다친 마음을 스스로 위로하는 중이다. 누군가의 집 어느 구석에 불쌍하게 던져져 있을 아이도 있지만 누군가의 집 책장에 고이고이 모셔진 아이도 있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 여긴다. 최애를 향한 마음이 같다는 이유로 그들이 모두 내 마음과 같다는 착각을 하다니, 분명 내 입으로, 살아온 인생이 다른 만큼 이준호라는 공통점 하나를 빼고 나면 단 한 가지도 비슷한 부분이 없을 수도 있다 해놓고, 까맣게 잊었다. 남에게 조언할 때는 분명 기억하고 있는 사실이었는데 내게 적용하질 못했다. 이래서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속담이 생겼겠지. 똑같은 일을 부지기수로 겪고 있는 최애를 본다.소셜에서, 댓글에서, 작게는 서너 명부터 많게는 수천 명에 이르러 이런 저런 모임이 이루어지는 수많은 공간들에서.
2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최애돌셀럽_이준호_커뮤니티.배우 데뷔 9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한 마음으로 모인 팬들의 서포트, 서포트에 걸릴 영상을 만들기 위해 매일 밤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보고 또 보다가, 어쩌면 나도 그를, 세상 귀하디귀한 최애를, 막무가내로 애정하면서, 애정을 핑계로 가볍게 소비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의 말을, 행동을, 창작을, 일들을, 쉽게 평가하고 쉽게 표현하는 것은 아닌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다. 고민이 쌓이니 더 집중해서 보게 된다. 9년이라는 시간 동안 축적된 배우 이준호의 노력은 2022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 수상으로 결실을 맺었다. 한걸음씩 나아가는 최애가 작품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 다시 보기가 고역이 아닌 행복이 되었다. 현실은 상처받은 자존심과 텅빈 통장으로 우울했지만 밤마다 함께 해주는 최애가 있어 견딜만한 시간이었다. 마감하고 제출까지 끝내고 나니 허탈한 밤이다.
쓰기 시작할 때는 분명히 우울했었는데 마지막 문장에 이만하면 행복한 시간이라고 쓰고 싶다. 덕질계 명언이 저절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