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생각하면 되는데
회사 생활밖에 안 해본 놈 같은데 장사를 논해?
워워 우노 다카시가 쓴 장사의 신이라는 책을 읽고 난 뒤 느낀 점이다.
요식업계의 전설 우노 다카시가 어떻게 수많은 골목가게들을 성공적으로 운영했는지에 대해 자신만의 팁을 적은 블로그를 읽는 느낌의 책이다.
책에서는 엄청난 실력이 없어도 조금의 고민과 센스가 있다면, 훌륭한 가게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예를 들어 회를 일정한 간격으로 써는 실력이 부족하다면 막 썰은 회라는 메뉴로 내놓고, 손님들의 이름을 기억했다가 불러주는 등 맛도 좋지만 이 가게만을 찾을 수밖에 없는 부가적인 요소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아.. 조금만 더 생각하면 되는 건데'
거의 6~7년 전 이야기다. 당시 컬러런이라고 형형색색의 녹말가루를 맞으며 5KM 정도를 뛰는 액티비티들이 유행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뭐가 좋다고 가서 한 건지 모르겠는데 하여튼 저때는 재밌어 보여서 3만 원씩 내고 참여했었다. (20대였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넘어가자) 행사장이 잠실 종합운동장이어서 지하철을 타고 종합운동장역에서 내려서 계단을 통해 출구를 나가고 있는데 계단 중간에서 비슷한 또래로 보이는 친구들이 우비를 5,000원에 팔고 있었다.
형형색색의 녹말가루를 뿌리고 노는 것까진 좋은데 집에 갈 때가 문제다. 녹말을 뒤집어쓴 아바타에 나오는 나비족 몰골로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노약자석에 계신 할아버지 할머니들께 쯧쯧쯧 10 연타를 맞고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돌아가야 한다. 이때 우비를 입고 행사에 참여한다면 컬러런을 그대로 즐기고 나서도 깔끔하게 집에 갈 수 있다. 그 친구들은 그걸 노린 것이고, 원가 1,000원도 안 할 일회용 우비를 5,000원에 불티나게 팔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아 여기서 이걸 즐길 게 아니라 우비를 팔았어야 하는데 하고 생각했다. 그 친구들의 센스에 감탄했었다. 특정 이벤트에 어떤 니즈가 있을까 고민하고, 이에 맞는 상품을 준비해서 서 종합운동장으로 가장 빠르게 갈 수 있는 7번 출구에서 팔고 있다니.
내가 운영하고 있는 유기견 봉사 참여 서비스 두세시간에서도 내가 신나서 참여자들의 이름을 외우고 즐겁게 대한 날과 그렇지 못한 날의 재 참여율이 확연히 다르다. 산책을 하고 와서 더울 때 에어컨이 틀어져있는 고양이 방으로 참가자들을 안내하는 것 또한, 참여한 사람들에게 두세시간은 체계적이에요! 어떻게 딱 더워서 죽겠는데 시원한 고양이 방으로 다음 순서를 짜셨나요?라는 반응을 얻었다.
조금은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시점이었는데, 다시 정신 차릴 수 있도록 적절한 책을 읽은 것 같다. 우리를 찾아준 참여자이자 손님들에게 센스 있는 대응을 하기 위해서 무엇이 더 필요할까 고민하고 조금 더 생각해보는 자세를 지속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