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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묘한 Feb 22. 2023

프랑스의 국민 브랜드, 피카드로부터 배운 점

냉동식품의 한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습니다

아래 글은 2023년 02월 22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전체 뉴스레터를 보시려면 옆의 링크를 클릭하시면 됩니다. [뉴스레터 보러 가기]




컬리가 택한 바로 그곳


 작년 10월, 컬리는 프랑스 대표 식품 브랜드 '피카드'의 국내 단독 론칭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전해졌습니다. 컬리는 새벽 배송만큼이나, 상품 소싱 노하우 역시 탁월하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이렇게나 컬리가 공을 들여 공식 입점 시킨 브랜드 피카드, 뭔가 낯설지 않으십니까? 컬리의 MD들이 허투루 일했을 리는 없는데, 피카드 도대체 어떤 브랜드일까요?


 피카드, 우리에겐 잘 알려 있지 않지만 프랑스에선 정말 국민 브랜드라고 지칭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엄청난 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약 2조 3천억 원에 달하는 매출 규모도 대단하지만, 무엇보다 2021년 프랑스 내 기업 선호도 1위, 2022년엔 3위를 기록했을 정도로 사랑받는 브랜드라는 것이 놀라운데요.


 흥미롭게도 피카드는 식품 브랜드이면서 유통 기업이기도 합니다. 직접 식품을 제조하는 것은 물론, 프랑스에서만 1,000여 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 중이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더 재미있는 포인트는 피카드는 냉동식품 전문 브랜드로, 매장 역시 대부분 '냉동식품' 만을 판매한다는 점입니다. 미식의 나라로 알려진 프랑스에서, 무려 냉동식품으로 가장 사랑받는 기업이 되고, 우리에겐 너무도 낯선 냉동식품 전문점이라는 특이한 업태를 유지 중인 피카드, 슬슬 호기심이 생기지 않으시나요?



의외로 괜찮던 냉동식품 전문점


 사실 냉동식품 만으로 가득 찬 매장, 직접 보기 전엔 쉽게 상상이 가지 않으실 겁니다. 직접 방문해 보기 전엔 저도 마찬가지 였는데요. 실제로 마주친 피카드 매장은 정말 그 큰 공간을 오로지 냉동식품 만으로 가득 채우고 있었습니다. 피카드 매장의 평균적인 크기는 약 80평 정도라 알려져 있는데요. 체감하기로는 상당한 크기의 슈퍼마켓에 오직 냉동고만 가득 들어찬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매장을 구성하기 위해, 피카드는 참으로 다양한 카테고리를 취급합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튀김류 뿐 아니라, 냉동 디저트는 물론 냉동 야채까지 정말 피카드만 방문해도 장을 볼 수 있을 수준으로 말입니다. 이처럼 매장 내 상품의 95% 이상은 피카드의 PB상품이라 하고요. 이를 위해 피카드의 카탈로그에는 2022년 1월 기준으로 약 1,300여 개나 되는 상품이 존재한다고 합니다.


정말 매장에 가득 찬 냉동식품이 압도하는 느낌은 새로웠습니다 (출처: 직접 촬영)


 그렇다면 왜 피카드는 이렇게나 냉동식품에만 집중한 걸까요? 사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냉동식품 전문점은 상당한 메리트를 지닙니다. 우선 PB 상품은 개별 마진은 높지만, 판매 예측에 실패할 경우 재고 부담 커진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냉동식품은 유통기한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재고 관리가 수월합니다. 그래서 피카드는 13~14% 사이의 EBITDA 마진을 유지 중이라 하고요.
    

 더욱이 냉동식품은 필연적으로 온라인 배송 시 콜드체인 물류 역량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급격한 디지털 전환이 어렵습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역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이커머스가 급성장하고, 반대로 오프라인 리테일이 위축되었는데요. 반대로 피카드는 온라인 채널 판매가 용이하지 않다는 특성을 살려, 반대로 급격한 매출 성장을 기록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냉동식품은 여러 치명적인 단점 또한 지니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냉동식품이 건강에 좋지 않다는 통념은 큰 장애물일 수밖에 없는데요. 피카드는 1974년 파리에 첫 매장을 열 때부터, 프리미엄 이미지를 택하면서 이러한 인식에 정면으로 도전하였습니다. 매년 250개 이상의 레시피를 연구하고 신제품을 출시할 정도로 품질에 진심이기도 하고요. 매장에서도 다양한 인쇄물을 활용하여 이러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데 애쓰고 있었습니다.


 또한 냉동식품은 유통기한이 긴 만큼, 반대로 구매주기가 길다는 것도 피카드의 약점 중 하나였는데요. 실제로 고객의 30%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단 1번 방문하고, 평균 방문 횟수도 연평균 7.5회에 불과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피카드는 무엇보다 멤버십 제도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구매당 포인트를 제공하는 건 물론이고, 특정 포인트 이상이면 요리 강습 등의 혜택을 제공하며 고객 락인에 힘쓰고 있었고요. 매장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게시물들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오프라인 생존의 2가지 길


 이처럼 냉동식품이라는 상품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을 보완하며 슬기롭게 경영해 온 피카드였지만, 역시나 위기는 찾아왔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매장 수가 점차 늘어나며, 성장의 한계가 찾아올 거라는 지적이 많았고요. 장기적으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온라인 채널의 급격한 성장이 새로운 위협 요소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콜드체인 물류 인프라를 갖춘 기업은 결국 등장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와 같은 위기에 대처하는 오프라인 리테일, 피카드의 대처법은 크게 2가지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나는 매장의 슬림화고, 다른 하나는 매장의 대형화인데요. 먼저 한계에 부딪힌 매장 수를 계속 늘리기 위해 기존보다 작은 매장을 테스트 중이라 합니다. 기존 도심 지역에선 편의점과의 경쟁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더 작은 매장이 필요해졌고요. 배후 시장이 작은 비도심 지역에서의 확장에도 작은 매장이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더 빠른 확장 속도를 위해 기존 직영 모델에서 벗어나 프랜차이즈 방식을 택하였고요. 아예 매장이 아닌 자동판매기 형태도 도입하고 있다고 하니 성장에 정말 진심이란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매장 한쪽에는 구매한 상품을 즉석 해서 먹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습니다 (출처: 직접 촬영)


 그리고 가시화된 온라인의 위협에 대응해선, 오히려 반대로 플래그십 형태의 매장을 확대하는 것도 동시에 진행 중입니다. 기존 냉동식품에 국한하여 판매하던 걸 뛰어넘어, 와인 등의 보완 품목을 추가하여 취급 카테고리를 조금씩 확장 중이고요. 한편에 1~20개의 좌석과 10개의 전자레인지를 갖춘 일종의 푸드코트를 배치한 형태의 매장도 늘려가고 있습니다. 바로 즉석 해서 뜨거운 음식을 맛보는 건 오직 오프라인에서만 줄 수 있는 경험이니까요.



그래도 온라인은 포기 못하죠!


 물론 그렇다고 피카드가 오프라인에 올인하는 건 아닙니다. 온라인 채널도 동시에 같이 키우고 있는데요. 다만 코로나 기간 동안 전체 매출 중 온라인 비중이 2배 성장했지만, 4% 남짓에 불과할 정도로 그리 성과가 좋진 않습니다. 프랑스 전체 평균이 9% 수준이라고 하니까요.


 디지털 전환의 병목 요소는 역시나 콜드체인 물류입니다. 피카드가 냉동식품 브랜드로써는 상당한 규모지만, 여러 거대 리테일 기업에 비해선 아무래도 덩치가 작을 수밖에 없고요. 물류 인프라 싸움으로 가게 되면 당연히 불리해지게 됩니다.


유럽에선 픽업 서비스를 매우 흔하게 접할 수 있고, 피카드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출처: 직접 촬영)


 그래서 피카드는 클릭 앤 콜렉트, 즉 픽업 서비스 확대에 집중하고 있는데요. 실제로 매장에서도 이를 강조하는 홍보물들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더욱이 유럽에선 피카드뿐 아니라, 여러 오프라인 기반 매장에서 픽업 서비스를 손쉽게 찾아볼 수 있었는데요. 아무래도 국내 보단 물류 인프라 발달이 늦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픽업 서비스 이용이 활발하다고 볼 수 있고요. 피카드 역시 이러한 흐름을 놓치지 않고 뒤따라 가고 있는 셈입니다.



한국에서도 만나 볼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 피카드의 사업 전략과 성공 요인에 대해 여러 측면으로 나눠 살펴보았는데요. 피카드는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외 진출도 적극적으로 추진 중에 있습니다. 특히 일본 도쿄에 직접 매장을 오픈하여 운영 중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래도 국내에서 피카드 매장을 만나보긴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미 컬리를 통해 상품 판매를 시작한 상황이고요. 신선식품 배송 인프라가 고도화된 국내 시장에서 피카드식 모델을 그대로 가져오기도 어려울 겁니다.


 그렇다고 피카드가 주는 교훈들이 전혀 의미 없는 건 아닙니다. 빠른 상품 교체와 프리미엄 이미지로 냉동식품이 가진 한계를 극복하여 수익성 높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었다는 점은 분명 배울만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리고 국내에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존재하는데요. 특히 쿠캣을 보면 피카드로부터 차용한 점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일단 브랜딩을 통해 HMR 상품의 가치를 더했다는 점이 유사하고요. 오프라인 쿠캣마켓도 피카드가 만든 플래그십 스토어와 매우 닮았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피카드만큼의 볼륨을 만들어 내지 못했다는 점인데요. HMR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는 시대인 만큼, 피카드의 성공 방정식을 잘 가져와서 새로운 혁신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 등장하길 기대해 봅니다.




커머스와 IT에 관한 트렌드를 기록하고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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