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창의적 요소를 모아,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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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커피, 2007년에 한 식당의 4평 남짓한 창고에서 시작하여, 현재는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스페셜티 커피점으로 성장한 입지적인 브랜드입니다. 무엇보다 세계 대회 우승자를 2명(전주연, 추경하 바리스타)이나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고요. 작년 매출도 전년 대비 41.6% 증가하며, 134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엄청난 명성과 실적에도 불구하고, 매장 수는 아직도 3개에 불과하죠.
모모스커피는 '부산 사람들이 가장 사랑하는 기업'이자 '부산을 찾는 이유가 되는 브랜드'가 되기를 꿈꾼다고 합니다. 그래서 오직 부산 내에서만 매장을 운영하며, 단순히 점포 수를 늘리기보다는 각 매장을 완성도 높은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영 철학으로 인해 확장 속도는 다소 더뎠던 건데요.
다만 올해에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지난 5월 1일 마린시티점을 새롭게 오픈한데 이어 3일에는 온천장 본점의 리뉴얼이 완료된 겁니다. 이번 추석 연휴 간 부산에 들를 일이 있어, 여기에 영도 로스터리 앤 커피바까지 더해 세 군데의 매장 모두를 둘러보고 왔는데요. 과연 모모스커피가 지향하는 완성도 높은 매장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부산의 사랑받는 로컬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 경험한 내용을 토대로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흔히 어떤 브랜드가 지점을 내면, 본점과 동일한 퀄리티의 맛과 경험을 제공하는데 집중합니다. 어디서나 일관된 커피와 공간을 경험할 수 있는 스타벅스가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모모스커피가 추구하는 완성도 높은 매장의 개념은 다릅니다. '커피를 마신다'는 행위를 넘어, 커피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즐기게 하며, 각 매장은 부산이라는 도시의 다양한 측면을 다각도로 바라볼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방문했던 마린시티점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현대의 부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입니다. 해운대 바다와 광안대교가 보이는 위치에 매장이 자리 잡고 있었고요. 가장 '카페'다운 공간을 추구했기에, 라운지를 연상케 하는 감각적인 공간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앉는 자리가 가장 편안했던 매장이기도 했고, 유독 독서나 사색 등 혼자 만의 시간을 가지는 고객들이 많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반면에 온천장 본점은 모모스커피의 출발점으로, 지역의 정서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매장이었습니다. 여전히 식당 한 구석에 위치했던 시절을 기억하는 지역 주민들부터, 명성을 듣고 찾아온 외지 관광객들까지 북적거리고 있었고요. 그래서인지 테이블 배치 또한 다인석이 가장 많은 곳이기도 했습니다. 4평에서 시작한 본점 매장은 주변 건물들까지 매입하여 현재는 400평에 달한다고 하는데요. 196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지어진 건축물이 여러 동을 이루고 있어서, 이러한 형태를 살리고 조경을 더하는 작업을 앞으로 계속 거칠 거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모모스커피 영도 로스터리 앤 커피바는 마린시티점의 잘 가꿔진 바다가 아니라, 삶의 애환이 담긴 거친 바다를 보여주는 곳이라고 합니다. 진짜 부산의 속살을 보여주는 매장인 셈이죠. 그래서인지 여기서는 커피를 마시는 걸 넘어서, 생두 창고부터 로스터리, 그리고 패키징 공간까지 커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일종의 체험장이기도 한데요. 마치 미술관처럼 오디오 도슨트까지 마련하여 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대신에 좌석은 대부분이 등받이도 없이 다소 불편한 형태를 취하고 있었는데요. 오래 머무르기보다는 잠시 들러 경험을 즐기는 곳이라는 점에서 차별화된 느낌을 주었습니다.
모모스커피가 단순히 좋은 커피를 넘어, 공간과 경험에 중점을 두고 매장을 하나씩 늘려가는 이유는 명확합니다. 커피 마니아들에게는 커피의 맛만으로 충분할 수 있지만, 대중에게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선 더 많은 요소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죠. 건축, 조경, 공간 디자인, 브랜딩 등 다양한 창의적 요소가 모여 하나의 특별한 경험을 만들어낼 때, 비로소 모모스커피의 슬로건인 '특별함을 모두에게'를 실현할 수 있다는 걸 느낀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선택한 중요한 매개체가 바로 '로컬'입니다. '특별하다'는 건 흔하지 않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모모스커피는 부산이라는 지역만의 고유한 특색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특별함을 전하고 있습니다. 부산은 그 어디에서도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을 지닌 도시이기 때문에, 모모스커피의 특별함 역시 부산이라는 배경과 결합해 더욱 빛을 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지역과의 연결은 모모스커피 매장 곳곳에서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시네마틱 나잇> 같은 문화 행사를 통해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러닝이나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지역 주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광객을 대상으로 로컬 가이드와 함께하는 여행 프로그램을 판매하며, 단순히 커피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넘어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 자리 잡고 있기도 하고요. 대개 성공한 외식 브랜드는 지역 사회와 분리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모모스커피는 오히려 그 반대의 길을 선택하여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더욱 특별한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었습니다.
결국 이러한 모모스커피를 비롯한 지역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들 덕분에 부산은 '커피도시'를 새로운 지역 브랜드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올해 5월에는 부산에서 세계 최고 바리스타를 선발하는 ‘월드바리스타 챔피언 대회’와 세계 최대 커피 전시회 ‘월드오브커피’가 함께 개최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마린시티점 오픈과 온천장 본점 리뉴얼 역시 이러한 행사 일정에 맞춰 문을 열었다고 하고요.
물론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환영하고 지지하는 건 아닙니다. 부산이 커피를 내세울 명확한 이유도 없고 실질적인 준비 또한 미흡하다고 비판하는 이들도 많은데요. 다만 모모스커피를 비롯하여 좋은 로컬 브랜드들이 계속 나오고, 이들이 지역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겁니다. 커피의 도시, 부산 말고도, 성심당의 인기를 바탕으로 빵의 도시를 자처하는 대전까지 유사한 사례들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요. 로컬 브랜드와 지역 자치단체가 협업하여 새로운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성공 사례들이 앞으로도 계속 나오기를 바라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모모스커피와 부산이 가장 좋은 선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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