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적인 경험 제공이 어려워지면서, 경쟁력 약화를 피하긴 어려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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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그룹이 이마트와 백화점 간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습니다. 앞으로 신세계그룹은 (주)이마트와 (주)신세계로 나뉘어 각각 경영될 예정인데요. 물론 2011년 이마트를 신세계에서 인적 분할하여 별도 법인으로 출범시키면서, 사실상 두 기업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번 계열 분리 선언은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첫 사례입니다.
분리 이후 신세계그룹은 크게 이마트 부문과 백화점 부문으로 나뉘게 됩니다. 이마트 부문에는 이마트, 스타필드, 스타벅스, 이마트24, G마켓 등이 포함되고요. 백화점 부문에는 신세계백화점, 아웃렛, 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패션, 뷰티), 신세계까사(가구) 등이 포함됩니다. 전 업태에 걸쳐 다양한 유통 채널을 운영하며 여러 브랜드를 보유했던 거대 유통 기업은 이제 공식적으로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그런데 시장의 반응은 예상보다 긍정적이었습니다.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기도 했고, 실제 분리 작업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최소 수년이 걸릴 것이기에 당장의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오히려 계열 분리 선언 직후 이틀 동안 이마트와 신세계의 주가가 소폭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작아진 덩치만큼 더 빠르게 변화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담겨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이번 선언은 신세계그룹 전체의 전략에 큰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유통 산업의 최근 트렌드를 고려할 때, 긍정적인 영향보다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 클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요. 오늘은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가 앞으로 두 기업의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이번 계열 분리를 다룬 많은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문제는 상표권입니다. 특히 백화점이 가져갈 '신세계' 브랜드 사용 권리가 핵심인데요. 이마트 자회사 중에서도 사명에 '신세계'를 넣은 곳이 9곳에 이르고, 심지어 'SSG'라는 이름을 사용할 권리 또한 신세계가 보유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표권 문제는 계열 분리 과정에서 충분히 조정이 가능한 부분입니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시작된 '럭셔리' 이미지가 상실될 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싶은데요. 백화점은 원래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지만, 신세계는 명품 중심 전략을 통해 그중에서도 특히 프리미엄 이미지를 공고히 해왔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SSG닷컴과 피코크 같은 브랜드는 다른 경쟁사와 확실히 차별화될 수 있었죠.
특히, 여전히 온라인 쇼핑 시장에서 강력한 입지를 확보하지 못한 SSG닷컴이 그나마 가졌던 가장 큰 무기 역시 바로 이 프리미엄 이미지였습니다. 앞서 명품 카테고리로 확장할 때도 이 이미지가 큰 역할을 했고, 동시에 G마켓처럼 대중적인 이미지를 가진 플랫폼과는 완전히 다른 타깃을 공략할 수 있는 강점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제 신세계백화점과 자회사들이 SSG닷컴 중심의 온라인 전략에 소극적이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러한 차별화된 강점이 약해질 위험이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SSG닷컴의 독자 생존 가능성은 더욱 낮아지게 될 겁니다.
또한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간의 협력 약화는 오프라인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리테일에서 가장 큰 화두는 '몰링(Malling)'입니다. 단순한 쇼핑을 넘어 종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제공하는 복합 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는 것이죠. 신세계그룹은 스타필드를 통해 이 시장을 선도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거대한 규모의 쇼핑몰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려면 다양한 콘텐츠가 필수적입니다. 스타필드가 꾸준히 흥행할 수 있었던 것도,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그리고 신세계백화점 같은 핵심 계열사들이 중심을 잡아준 덕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같이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모두 보유한 기업은 지금까지 신세계와 롯데뿐이었습니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두 그룹은 대형 복합 쇼핑몰 사업에서 차별화된 강점을 발휘해 왔습니다. 반면, 현대백화점이나 홈플러스는 이와 같은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려웠고요. 따라서 신세계와 이마트의 분리로 인해 이러한 시너지가 약화된다면, 향후 스타필드 같은 복합 쇼핑몰 사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이마트와 신세계가 뭉쳐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명확하다는 점은, 분리 이후에도 두 회사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음을 의미합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추정해 보자면, 오프라인에서는 기존의 협력 수준을 유지하겠지만, 온라인에서는 각자 독자적인 길을 걷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큽니다.
우선 오프라인에서 두 회사가 분리되기 어려운 이유는 서로의 대안이 없기 때문입니다. 대형 복합 쇼핑몰 사업은 여전히 두 회사의 주요 성장 동력 중 하나인데, 직접적 경쟁자인 현대백화점이나 롯데쇼핑과 협력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특히 부지, 물류망, 브랜드와의 관계 등 단기간에 대체하기 어려운 자원들이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어 이 관계를 쉽게 끊기 어렵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이 굳이 SSG닷컴이나 G마켓에 의존할 이유가 없습니다. 쿠팡이나 네이버 같은 대안이 존재하기 때문인데요. 더욱이 파트너로 참여하는 것에 가까운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는 하나의 입점 업체로 기능할 뿐이라는 점에서, 신세계백화점은 독립적인 온라인 채널을 가지고 싶어 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러한 이유로 2014년 이마트몰과 신세계몰이 물리적으로 통합되었지만, 여전히 완전한 결합이라고 보기는 어려웠던 겁니다. 온라인 주도권을 내주기 싫었던 신세계백화점은 SSG닷컴을 키우는 데 다소 소극적이었던 거죠. 그리고 이번 계열 분리로 인해 이러한 협력은 더욱 제한될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 인해 또한 쓱데이나 신세계 유니버스 멤버십 같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통합 프로모션과 마케팅도 앞으로는 더 어려워질 것입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계열이 다르면 협력이 쉽지 않은데, 이제는 그룹 자체가 분리되었으니 예전 수준의 협력도 이어가기 힘들 겁니다.
다만 긍정적으로 본다면, 온라인에서는 오히려 몸집을 줄이고 각자의 강점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무리하게 마트와 백화점을 묶어 종합 플랫폼을 지향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하는 버티컬 영역에 집중하는 것이 쿠팡의 독주가 굳어진 현 시장 상황에서는 더 나은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신세계와 이마트의 계열 분리 이후에도 최소한 오프라인에서는 기존의 협력 관계를 당분간 유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면 온라인에서는 각자의 생존을 모색하는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큰데요. 이로 인해 통합적인 경험을 제공하기 어려워지면서 전반적인 경쟁력 약화는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계열 분리가 결국 승계 논리로 인한 거라는 점에서 이는 더욱 아쉬울 수밖에 없는 일인데요. 과거 신세계백화점이 삼성 그룹에서 독립한 후 더욱 성장한 것처럼, 이번에도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이를 잘 극복해 나가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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