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와 신세계의 동상이몽을 해결하진 않고선 신세계 유니버스는 어렵습니다
올해도 정용진 부회장의 2022년 신년사가 화제입니다. 지난 3일 공개된 정용진 부회장의 신년사에는 신세계 그룹이 지향하고자 하는 목표뿐 아니라, 유통 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인사이트가 담겨 있는데요. 핵심은 그룹 내외의 역량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신세계 유니버스'를 만들고, '오프라인도 잘하는 온라인 회사'로 거듭나겠다는 겁니다. 이를 통해 '제2의 월마트'도 '제2의 아마존'도 아닌 '제1의 신세계'가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온오프 통합의 개념은 정용진 부회장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는 아닙니다. 알리바바의 마윈 창업주가 이미 오래전부터 신유통이라는 이름으로 예언했던 것이기도 하고요. 최근 온라인 기반의 테크 기업들이 오프라인으로 확장을 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의 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신세계의 새로운 청사진은 매력적입니다. 이미 검증된 길이지만, 아무나 갈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선 오직 오프라인 기반이 탄탄한 데다가, 이베이 코리아 인수를 통해 전체 거래의 반이 온라인에서 발생하는 신세계 그룹 만이 도전할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다만 여기에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그건 모든 신세계인이 하나가 되어 달려들어야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아니 오너인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챙기는데, 이견이 있을 리가 없다고요? 문제는 신세계 그룹의 지배구조상 오너가 1명 더 있다는 겁니다. 신세계 그룹은 3세간 계열 분리 작업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인데요. 정용진 부회장이 이마트를, 정유경 총괄 사장이 신세계 백화점을 맡을 예정입니다. 그런데 이베이 코리아 인수 등 굵직한 액션들은 모두 이마트의 주도 아래 이루어졌고요. 당연히 온라인 전환의 주도권을 뺏긴 신세계 쪽에서는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리고 신세계는 최근 독자적인 디지털 전환 행보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신세계 백화점 자체 앱 콘텐츠를 강화 중이고요. 여기서 결정적으로 자체 버티컬 서비스 론칭을 시작했다는 게 가장 큰 문제입니다. 작년 12월에 화장품 리뷰 플랫폼인 에스아이뷰티를 만든 것이 대표적인데요.
네이버와 쿠팡의 양강 구도가 자리 잡으면서, 버티컬 커머스가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롯데는 아예 플랜 B로 버티컬 서비스 확장을 모색 중이라는 소식이 퍼지기도 했고요. 하지만 신세계 그룹은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이미 이베이 코리아 인수로 빅3 구도를 노릴 정도의 거래액 규모를 확보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기보다는 정부회장의 신년사처럼 '신세계 유니버스'라는 이름으로 모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와 같이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독자 행동은 당연히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더욱이 이미 W컨셉이라는 패션 버티컬 커머스를 인수했는데, 굳이 뷰티를 위한 별도 플랫폼을 만들 필요도 없어 보이고요.
새해 첫날부터 신세계 그룹은 이마트와 SSG닷컴은 물론, G마켓, 옥션, W컨셉까지 아우르는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으로 위용을 과시했습니다. 근데 뭔가 이상한 점 느껴지시나요? 너무도 당연하다는 듯이 신세계 백화점과 에스아이빌리지는 통합 행보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벌써부터 신세계의 앞날이 가시밭길임이 보이는 듯한데요.
이미 작년 신세계 그룹이 이베이 코리아를 인수했을 때부터 교통정리가 가장 큰 골칫덩어리가 될 것임은 모두들 예상한 바 있습니다. 거래액 규모가 커진 건 장점이지만 문제는 플랫폼이 너무 많다는 거고요. 따라서 월마트가 제트닷컴을 접고, 동력을 하나로 모은 것처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신세계 그룹이 비상하기 위해선 또 하나의 교통정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 같은데요. 이마트와 신세계 계열 간 불협화음을 멈추고, 적어도 당분간은 같은 곳을 바라봐야 합니다. 지금처럼 둘이 제각기 행동하면서 살아남기엔 이커머스 시장이 너무도 혹독하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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