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의 가격 인상은 단순히 수익성 개선으로 끝날 리가 없습니다
작년 연말과 올해 초, 특별한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바로 쿠팡이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2,900원에서 4,990원으로 인상하고 쿠팡이츠의 수수료 프로모션을 종료한다는 거였는데요. 하나만 터져도 시끄러웠을 소식을 2개나 연이어 터트리면서 드디어 쿠팡도 계획된 적자를 멈추고 본격적으로 적자 줄이기에 나서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이미 작년 상장 시점부터 예견된 것이긴 했습니다. 주가 관리를 위해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쿠팡의 주가는 역대급 실적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하락하여 공모가를 밑돌고 있고요. 반전을 위해선 개선된 실적이 꼭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주가를 위해서 이와 같은 선택을 한건 아닙니다. 먼저 쿠팡이츠의 경우 투자를 지속하기엔 한계에 도달한 것을 해석됩니다. 배달의민족과의 단건 배달 경쟁이 극에 달하면서 비용 부담은 커졌지만, 점유율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우선 요기요는 사실상 따라잡았다는 평을 받는 만큼 숨 고르기에 들어선 것 같습니다.
또한 로켓와우의 경우 현재 회원 수가 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우선 신규 회원 요금을 올려도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신규 확보는 어차피 어렵고, 가격을 올리면 기존 회원의 해지는 방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단시일 내에 기존 회원의 요금도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이긴 하는데요. 그럴 경우 매출과 이익 각각 1,250억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기존 회원의 이탈이 최소화된다는 전제 아래 말입니다.
그렇다면 쿠팡이 로켓와우 회원의 이탈이 최소화될 수 있다고 판단한 근거는 무엇일까요? 쿠팡이 과감하게 로켓와우 요금 인상을 결정한 배경에는 역시 쿠팡플레이의 선전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출시 초기만 해도 역시 무료 OTT는 어쩔 수 없다고 무시받던 쿠팡플레이는 출범 1년 만에 무려 40배나 성장하며, 시장에 안착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쿠팡플레이의 초기 성장은 스포츠 경기 중계가 주도하였고요. 최근 SNL 코리아, 어느날 같은 독점 콘텐츠를 선보이자, 확실히 궤도에 올라왔습니다. 과거 무료라도 보지 않던 OTT에서, 쿠팡플레이 때문에 로켓와우를 해지 못한다는 평이 나올 정도로 말입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요금을 인상하더라도, 여전히 소비자들은 로켓와우 멤버십 가격을 낮은 수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도 합니다. 실제로 과거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요금제를 인상하였지만, 회원 수는 감소하기는커녕 지속적으로 증가한 사례가 존재하기도 하고요.
따라서 문제는 요금 인상 자체보다 그 이후입니다. 아마존이 아마존 프라임 요금을 올린 건 결국 재투자를 통한 선순환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렇다면 쿠팡도 단순히 수익성 개선을 위해 로켓와우 가격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를 활용하여 또 다른 도약을 할 준비를 하고 있는 걸까요?
그렇기에 우리는 쿠팡이 새해에 들어서도 로켓프레시 홍보에 열중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마케팅 비용 효율화 노력을 지속해오던 쿠팡이 로켓프레시만큼은 프로모션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는 건 잘 알려져 있는데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이번 주에도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우유 쿠폰을 뿌리는 등 로켓프레시 활성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번 쿠팡의 가격 인상에 불만을 표하는 이들의 논리는 가격을 올린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기존 고객의 가격 인상 시점에는 현재 15,000원이라는 주문 금액 제한을 풀거나 완화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예상해봅니다. 명분을 얻으면서도, 장보기 시장 공략을 통해 고객 락인은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 이를 통해 늘어나는 손실은 인상된 요금이 보전해줄 테고요.
쿠팡은 이미 작년 2분기 실적 보고 때 적자 중 92%는 쿠팡이츠와 로켓프레시를 위한 투자로 인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쿠팡이츠도 프로모션을 종료하여 적자를 줄이고, 로켓와우에서 추가적인 수익성 확보를 한다면, 거기서 얻은 동력을 다시 로켓프레시에 쏟는 것이 쿠팡 다운 행보 아닐까요? 분명 계획을 가지고 요금 인상을 단행했을 쿠팡, 쿠팡의 향후 행보가 더욱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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