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취향들이 모여 우리의 일상과 소비문화를 바꾸고 있습니다
아래 글은 2026년 02월 18일에 발행된 뉴스레터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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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3문장 요약
1. 최근 인스타그램 매거진 시장은 대중적 트렌드 전달을 넘어, 특정 취향을 깊게 파고드는 '마이크로 타깃' 중심의 새로운 국면에 진입했습니다.
2. <일본광고>는 실시간 경쟁 대신 콘텐츠의 깊이와 해석에 집중하며 '소장 가치 있는 매거진'이라는 독보적인 포지셔닝을 구축해 냈습니다.
3. 결국 취향 기반의 작은 미디어들이 개인의 아카이빙을 넘어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소비문화와 미디어 산업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입니다.
과거 매거진은 트렌드를 선도하는 핵심 미디어였습니다. 그러나 종이 기반 매체가 디지털로 대체되면서 전통 매거진들은 점차 영향력을 잃어갔죠.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바로 인스타그램 매거진입니다. <아이즈매거진>을 필두로, 2020~2021년을 기점으로 트렌드형 인스타 매거진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더욱이 최근 2~3년 사이에는 기존 언론사와 잡지사들까지 가세하며 시장은 더욱 확장되었는데요. 두산매거진의 <패스트페이퍼>, HLL중앙의 <휙>, 동아일보의 <몰댄룩> 등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그런데 지금은 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고 있습니다.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대중 트렌드 전달’에서 ‘취향 중심의 세분화’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더 좁고, 더 깊은 관심사를 다루는 채널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밴붐온'('밴드붐은 온다'의 약칭)이라는 별칭으로 알려졌던 음악 웹진 <AoB>나, 사우나 문화를 다루는 <고독한사우너> 같은 사례가 그렇습니다. 작은 취향에서 출발했지만, 어느새 하나의 흐름을 만들어내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죠. 이제는 ‘큰 매거진’이 아니라 ‘작지만 선명한 매거진’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이러한 마이크로 타깃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대표 사례가 바로 <일본광고>입니다. 4.5만 팔로워의 <내가 광고회사 힘들다 그랬잖아>, 6만 팔로워의 <도보마포>를 만든 기획자이자 현역 카피라이터 오하림 작가가 운영하는 채널인데요. ‘일본’, ‘광고’, ‘카피’라는 비교적 좁은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1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확보했습니다. 1만 명은 분명 거대한 숫자는 아닙니다. 하지만 ‘일본 광고 카피’라는 극도로 좁은 주제에서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그래서 오히려 어떻게 이렇게나 많은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비결이 궁금해졌는데요. 오늘은 <일본광고>의 성장 스토리를 통해, 취향 기반 미디어가 어떻게 소비되고 확장되는지 살펴보려 합니다.
<일본광고> 매거진이 흥미로운 이유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인스타그램 매거진의 성공 공식을 거의 따르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애초에 시작할 때부터 대중적 공감을 노리기보다는, 소수라도 이 취향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다면 충분하다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오하림 작가가 매거진의 성공 방식을 몰랐던 것은 아닙니다. 로컬 매거진이 드물던 시절 <도보마포>의 초기 기획을 맡으며, 지금 유행하는 인스타 매거진의 형태를 대부분 경험해 봤으니까요. 오히려 공식을 알았기 때문에 다른 길을 택한 셈입니다.
"실시간성으로 경쟁하다 보면 아무리 좋아하는 주제라도 지쳐 떨어져 나갈 수 있겠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매거진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새로 팔로우하신 분들이 과거 콘텐츠를 거슬러 올라가며 정주행 하는 모습을 보고, 하나하나의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이 선택은 콘텐츠의 방향을 완전히 바꿨습니다. 단순히 유행하는 좋은 카피를 찾아 번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조금은 느리더라도 그 문장이 어떤 맥락과 마음에서 탄생했는지까지 함께 전달하려 노력합니다. ‘정보’가 아니라 ‘해석’을 쌓아가는 방식이죠. 그 결과, 다른 곳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깊이를 갖게 되었습니다.
많은 트렌드 기반 매거진이 더 빠르게, 더 많이, 더 최신의 주제를 가져오는 데 집중한다면, <일본광고>는 반대로 쌓아가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그렇게 ‘지금 소비하는 콘텐츠’가 아니라 ‘소장하고 싶은 매거진’이라는 포지션을 선점했습니다. 이 차이가 바로 <일본광고>를 더욱 매력적으로 만든 핵심이었고요. 알고리즘을 좇아가는 매거진이 아니라, 저장하고 찾아두는 매거진으로 차별화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특정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찾는 매거진이 되는 건 아닙니다. 취향은 출발점일 뿐, 공감은 설계의 영역입니다. <일본광고> 역시 카피 하나를 고르는 기준에부터 이러한 고민이 담겨 있었죠.
특히 아무리 좋은 카피라도 번역했을 때 의미 전달이 어렵거나, 지나치게 복잡해지는 문장은 과감히 배제한다고 합니다. 대신 쉽게 번역되고, 직관적으로 와닿으면서도 여운이 남는 문장을 추려 공유합니다.
"나만 좋아하거나 나만 이해할 수 있는 건 올리지 않아요. 누구나 알 수 있는 것인지를 먼저 판단해 거르고, 쉬운 말속에 깊은 의미가 담긴 단어와 카피를 공유하죠."
또한 콘텐츠의 ‘선택’만큼 중요한 건 ‘시점’입니다. 오하림 작가는 이미 수백 개의 번역까지 완료된 카피와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지만, 언제 올릴지를 늘 고민한다고 합니다. 수능 시즌, 봄과 여름, 휴가철, 야구 시즌처럼 딱 맞는 시기에 맞춰 게시하면 공감의 깊이가 달라진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결국 취향을 다루되, 사람들의 시간과 감정의 흐름을 읽는 전략이 더해지면서 비로소 ‘터지는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었던 겁니다.
최근 수많은 마이크로 미디어가 등장해 영향력을 얻고 있습니다. 특히 개인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채널들이 예상치 못한 흐름을 만들어내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일본광고> 역시 출발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오하림 작가의 개인적인 아카이빙, 그리고 언젠가 책을 내보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채널이었죠.
지금은 『일본 광고 카피 도감』 책이 출간되면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은 물론 광고와 카피를 사랑하는 이들이 찾는 독보적인 채널로 자리 잡았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나아가 카피 검색 엔진이나 오프라인 전시회라는 새로운 확장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취향에서 시작한 작은 기록이 하나의 브랜드로 성장하고 있는 셈이죠.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를 잘 전하는 매거진은 이미 많습니다. 하지만 유난히 오래 사랑받는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이야기하는 매거진이라고 생각해요. 남이 듣고 싶어 하는 말만 해주는 대상은 기억에 오래 남지 않더라고요."
물론 이런 작은 매거진들이 장기적으로 미디어 산업의 한 축이 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취향에서 출발한 채널들이 우리의 일상과 소비문화에 점점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앞으로도 이런 작은 미디어들을 더 눈여겨보게 될 것 같은데요. 적어도 당분간은 '크기'나 '속도' 보다는 '취향'과 '밀도'가 돋보이는 채널들이 적어도 당분간은 트렌드를 주도해 나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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