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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서재 Feb 16. 2021

코로나19와 놀이

그래도 놀이는 계속 되어야 한다

2020년,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된 자료. IPA(International play association)가 만든 가이드를, IPA 일본지부가 2020년 4월에 번역하여 공유하였다. 제목은 <Play in Crisis: Support for Parents and Carers>, 일본어로는 <危機的状況における遊び 子どものくらしに関わる人のためのガイド>, 내 나름 번역한 것은 <위기 상황 속의 놀이 – 아동의 삶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성인을 위한 가이드>. 


이 가이드는 코로나19라는 이전에 없던 위기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놀이는 계속 되어야 한다' '어른들은 이것을 지켜야 한다'고 호소한(난 호소한 것이라고 생각) 자료라고 생각한다. 


방역과 안전이 중요한 상황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아동의 놀 권리 또한 충분히 서포트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가이드는 말하고 있다. 놀이는 위기 상황에서 아이들이 평상심과 즐거움을 되찾는데 가장 중요한 치료적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이드 전문을 번역하거나 소개할 수는 없지만(번역 판권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인상깊었던 내용 몇 가지를 시간이 날때마다 소개하고자 한다. (나는 영어보다 일본어가 편한 사람이어서, 일본어 자료를 참고로 하였다)     


이 가이드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 할지라도 아동의 놀이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코로나19 이후 1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조금씩 아동 발달의 격차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애초에 코로나19 상황에서 아동의 행복도, 삶의 만족도에 대해 어른들이 얼마나 고려를 했었던가. 국가적 재난상황으로 인해 아동의 안전을 비롯해 정서, 발달에 대한 고려가 우선이었음에도(나는 그렇게 생각), 어떻게든 입시 일정에 맞춰 수능은 예정대로 치러져야 했고(그래서 고3은 우선등교), 지역에 따라 야외 놀이터 출입이 금지되기도 했다. 아이들과 양육자, 가정에 적절한 가이드를 제공하고, 그들의 삶과 발달단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방역대책이 진행되었다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결국, 지금  교육과 학습 격차뿐 아니라 발달과 정서 문제까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가이드 내용이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이 크다.


아동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팬데믹 현상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라도 아동의 놀이는 너무나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었다.    


가이드 내용 중 위기 상황에서 놀이가 왜 중요한지 설명한 부분이 있다.     

(유의할 것은, 아래의 다섯 가지 효과를 얻기 위해 노는 것이 아니라 삶 속 자연스러운 놀이를 통해 저절로 얻게 된다는 것이다. 놀이를 수단화하지 말자)


①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다

② 몸을 움직일 수 있다.

③ 긴장을 풀며, 걱정거리를 잊을 수 있다

④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경험, 변화를 이해한다

⑤ 마음의 어려움, 공포 등의 감정과 제대로 마주할 수 있다


출처 : https://www.ipajapan.org/playincrisis


아이들은 자신들의 삶과 사회의 변화를 분명하게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놀이와 일상생활을 통해 자연스럽게 표현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팬데믹 상황에서도 더더욱 아이들이 놀이에 몰입하고, 자유로운 놀이를 통해 몸과 마음의 해방감을 느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놀이가 위축되지 않도록, 가정, 어린이집/유치원/학교, 지역사회의 역할에 대해 다같이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네돌이 지난 아이도 코로나로 인해 달라진 가정과 어린이집 생활의 변화를 인지하며 가끔 그 불만을 토로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마스크 벗고 다니고 싶어” 

“코로나 없어져서 엄마아빠랑 아쿠아리움 가고 싶어”     



아이들이 변화를 감지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상황에 제대로 이해하고 받아들였다고 보기는 어렵다. 제대로 된 설명없이 그저 위험하다는 이유로 마스크가 씌워져야 했고, 키즈카페-공원-놀이터에도 출입할 수 없게 되었다. 어린이집, 유치원도 문을 닫았고 매일 함께 놀던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날 수 없게 되었다. 


코로나19 방역 체계가 갖춰지는 과정에서 우리는 아동에게 어떠한 양해도 구하지 않았고 그들에게 친절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각 가정에서, 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미치지 않기 위해 발버둥치며 아이들을 지켜왔고 아이들도 그 속에서 버텨왔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발생 이후 1년이 지났는데, 이제라도 아이들을 위한, 아동의 눈높이에서 지원과 방역체계를 갖춰주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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