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의 막다른 길에서 최후의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이 글은 영국의 미술관 프로듀서이자 사용자 경험, 서비스 디자인 전문가 루 다운의 저서 '좋은 서비스를 만드는 법' 중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Yes24)
모든 것이 휴대폰 하나로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
지갑 없이도 휴대폰 하나 만으로도 거의 모든 실생활 서비스를 이용하는 시대입니다. 휴대폰 하나만 있으면 '간편'하게 살 수 있습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저는 종이 통장이 집 어딘가에 차곡차곡 쌓여있었는데요. 이제 종이통장을 쓸 일이 앞으로도 있을지 궁금해 집니다. 실물 통장이 없어도 대안이 있으니 우리는 신용카드를 이용하거나 필요시에는 모바일 앱 안에서 통장 사본도 다운로드하여 쓸 수가 있습니다.
간편 결제, 간편 인증도 정말 마법 같이 편리하죠. 많은 웹과 모바일 앱에서 본인인증을 할 때, 휴대폰 본인인증 PASS 서비스를 적용하고 있는 점을 많이 보게 됩니다.
서비스 기획자인 저도 어떤 서비스의 고객 여정을 기획할 때, 가장 핵심적인 우리 서비스의 대표 페르소나 (대표적으로 우리 서비스들을 사용할 주체들)를 떠올리며 그립니다. 그리고 1순위는 그들이 자연스럽게 성공적으로 여정을 경험한다는 전제하에 설계됩니다. 일부 자주 발생되는 오류와 실패, 취소 케이스 (행동을 수행하지 않고 동작을 취소하는 경우)를 고려하기는 하지만 그 케이스들은 대부분 기술적인 오류나 누락을 방지하는데 초점을 맞춥니다.
즉, 예외케이스를 잘 작성하는 것은 오류 없는 제품을 만드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 점이 사용자 여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숨겨져있는 예외를 해결할 수는 업다는 것이죠.
1순위의 고객도
예외케이스를 경험한다.
그 '1순위'라고 하는 사용자들을 조금 더 생각해 봅니다. 그 그룹은 거의 완벽한 전제조건과 물리적 환경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일반적'이라는 기준에서 그들의 조건은 부합합니다. 충분한 인터넷 환경에서, 본인 인증이 가능한 휴대폰 번호, 현재 소지하고 있는 신분증, 실물 휴대폰기기, 또한 시각/청각 등의 부분에도 장애가 없는 사람들일 것입니다.
그리고 저도 사용자도 그러한 그룹의 유형에 속해 있는 경우가 많으니 그래서 생활은 휴대폰 하나로 더 쉬워지고 빨라진다고 느꼈는데요. 그런데, 살다 보면 그 케이스를 벗어나는 경우들이 생기더라고요. 신분증을 교체해서 대기 중인 상황, 휴대폰 통신사가 바뀌며 당장 본인 인증이 불가능한 상황, 실물 휴대폰 기기의 배터리가 없는 상황 등등 많은 상황들을 겪을 때, 그 누구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저는 제가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없어 막다른 길에 다다릅니다. 즉 서비스에서 뒤처지거나 그 여정을 이탈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당신이 전화번호를 바꿔서 (또는 고장 나거나) 내 신분을 증명하기 어렵거나, 주소 변경을 증명하기 어려울 경우가 있다면... 누구나 이런 경험이 있지만... 결과는 늘 똑같다. 더 이상 방법이 없어 막다른 상태를 마주하는 것이다....
Part 10. 좋은 서비스는 막힘이 없다 (146p) 중
한밤중에 우버 택시 뒷좌석에 휴대폰을 두고 내린 사라 블레이크 역시 비슷한 일을 겪었다. 실수를 빠르게 깨달은 사라는 휴대폰을 찾기 위해 파트너의 휴대폰을 사용하여 우버 회사에 전화를 걸었다. 불행히도 운전자에게 연락할 수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앱을 사용하는 것이었다.... 우버의 서비슨느 막다른 길을 만들어 냈지만, 사라는 애플의 '내 휴대폰 찾기' 앱을 사용하여 휴대폰의 위치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그녀의 휴대폰 배터리는 거의 다 닳은 상태였으며, 전원이 꺼졌다면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Part 10. 좋은 서비스는 막힘이 없다 (146p) 중
서비스의 '실패'와
'막다른 길'은 다르다
책 본문 중 '막다른 길'이라는 표현이 크게 와닿았습니다. 단순한 오류와 예외케이스도 사용자가 불만을 느끼는 부분이지만, 이 막다른 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실패와 조금 다르게 구별합니다.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그 어떤 옵션도 해당하지 않거나, 그저 이탈해서 돌아갈 수밖에 없거나, 또는 다른 방법을 전혀 찾을 수 없는 경우 고객은 큰 '좌절감'을 경험하게 됩니다.
무언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거나, 접근이 불가하거나,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우리가 말하는 '행복의 경로'에서 벗어나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된다. 이때 '행복의 경로'란 보통 상상 속의 [이상적인] 사용자를 마음에 두고 디자인하기 때문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디자인하는 경우가 많다.
Part 10. 좋은 서비스는 막힘이 없다 (147p) 중
사용자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고려하여 누구든지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인생의 어느 시점에서는 그것이 쉽고 간단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적인 장벽은 다음과 같다.
1) 긴 숫자를 기억할 수 없을 경우
2) 복잡한 지시를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
3) 날짜, 시간, 약속을 기억하기 어려운 경우
4) 물리적인 이동이 불가능한 경우
5) 업무 시간 중 장소 이동, 전화가 불가능한 경우
6) 언어를 유창하게 읽지 못할 경우
7) PDF파일을 열거나, 인터넷/디지털 서비스에 접근 권한이 없는 경우
Part 10. 좋은 서비스는 막힘이 없다 중 (149p) 중
새로운 기술로 인해 이전 기술이
사라지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
아무리 '간편'한 시대가 되었지만, 다양한 사람들이 이용해야 하는 공공서비스나 대기업의 서비스들은 이러한 경우를 다루기 위해 여전히 이전 기술을 사용하고 유지하며 비용을 지불하고 있을 것입니다. '이런 시대에 이게 없다고?' 싶을 정도로 빠른 기술을 접목하는 것이 대중화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이것도 저것도 안 될 경우 '최후의 대안이 있는 서비스가 좋은 서비스'라는 생각입니다.
우편, 전화, 챗봇, 대면 등 사용자에게 적절한 최후의 수단이 있다면 사용자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그러한 대안이 있기에 우리도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시점 막다른 길에 다다르게 된다면 어떨까요? 저는 그러한 끔찍한 경험을 누군가에게 전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누군가는 소득이 없어서 통신비를 낼 수 없을 수도 있고, 휴대폰이나 태블릿을 분실해서 인터넷 접근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 전파가 닿지 않는 지역에 있는 것도 인터넷 사용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Part 10. 좋은 서비스는 막힘이 없다 중 (147p)
최후의 수단을
제공하는 서비스
서비스를 기획하는 사람으로 저는 '막다른 길'과 '최후의 수단'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봅니다. 이 점은 'IT제품' 그 안에서만 이루어지는 여정뿐만 아니라, IT제품 안/밖에 결합된 여러 서비스와 환경들까지도 연결할 수 있습니다. 즉 더 넓은 범위의 서비스 경험 디자인 사고에 접목할 수 있습니다.
실무에서 일을 하면 종종 느끼는 '미묘한 불편함'이 있는데요. 복잡한 의사결정, 서로 바라보는 것이 다른 팀, 설득하기 어려운 분위기, 촉박하고 타이트한 프로젝트 기간, 그 안에서 우리는 프로젝트의 위험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어느 시점에 '기능 구현'에만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아름답고 실용적인 서비스는 일차원적으로 봐도 대중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다른 길'과 '최후의 수단'까지 고려한 서비스는 눈에 잘 띄지 않기 때문에 평가받기가 어렵기도 하기에, 그러한 투자를 한 기업과 공공서비스들은 더 알려지고 칭찬받아 마땅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