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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획자 김로린 Jul 31. 2023

기획자도 개발을 배워야 할까요?

기획자의 사고와 개발자의 사고에서의 공통점

일요일 오전, 사이드 프로젝트 미팅을 마치고 개발자 동료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최근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동료의 말에 '요즘에는 개발자 인터뷰에서 어떤 거 물어봐요?'라고 질문했습니다.


동료의 경험으로는 일반적인 알고리즘 코딩 문제보다는, 회사의 상황이나 스타일에 맞는 '개발하는 과제' 형태를 더 많이 만났다고 하더라고요. 기획자인 저는 호기심에 어떤 과제인지도 물었는데, 회사에서 원하는 요구사항을 던져주면 그 부분을 개발로 짜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방식이라고 했습니다.


백엔드 개발자인 그 동료의 과제를 자세히 들어보니, 기획자가 사고하는 과정과 정말 유사하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겠죠) 백엔드 개발자들이 어떤 API를 개발할 때는 코드 안에 성공, 실패, 예외별 케이스들이 그대로 들어가거든요. 이거는 기획자도 마찬가지의 작업을 합니다. 기획자는 대신 사용자 중심의 화면을 기준으로 성공, 실패, 예외 등의 시나리오를 머릿속으로 그리고 플로우차트, IA, 와이어프레임으로 표현을 하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었죠.


개발자도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개발자도 처음 공부할 때부터
_______ 을 배웁니다.


개발자 동료가 했던 이야기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평소에도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 보는 습관이 있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동료의 말로는 개발자라면 그런 사고를 하는 습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보통 처음 개발을 배울 때부터 사고하는 부분을 학습하게 된다'라는 말이었습니다.  


기획자 입장에서 이 이야기는 생각해 볼 만했습니다. 사실 기획자는 경험이 없으면 상상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거든요. 저도 처음 주니어 기획자로 일할 때 가장 어려웠던 점 중에 하나가 실패, 예외 케이스를 떠올리지 못해서 기획서에서 누락했을 때가 많았고, 지금도 제가 경험해보지 못한 비즈니스나 서비스는 기획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기획자가 아니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반적인 사용자들은 보통 '성공'의 케이스를 더 익숙하고 자연스럽게 경험합니다. 그 외의 상황들은 자주 일어나지 않거나, 또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냥 넘기고 싶은 불편한 경험들인 것이죠. 결론은 사용자 관점에서의 그런 실패나 예외 케이스도 기획자 입장에서는 경험과 학습에 포함된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프론트나 백엔드 둘 다, 개발자들은 처음 개발을 배울 때부터 자연스럽게 이런 사고 과정에 익숙하다고 하니... 이런 학습 방식을 초보 기획자에게도 적용할 수 있는 점은 없을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저 역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하면서, 프로그래밍을 배웠기 때문에 조금은 유리한 면이 있었고요. 확실히 개발을 조금이라도 공부하면 기획자한테는 유리하다는 결론이 나오죠. 동료랑 이야기하면서 나온 결론은 적어도 '다양한 케이스'를 상상해 보는 데에는 파이썬으로 IF문 (조건문)을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IF문 (조건문)을 배우는 것만으로도
여러 케이스를 사고하는 방식을 배울 수 있다.


저는 종종 메가스터디, 숨고 등에서 서비스 기획과 관련된 강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학습했던 방식, 공부했던 내용들을 잘 정리해서 기획자 커리어를 시작하는 분들께 전달하는 일이라서, 저도 배우는 게 훨씬 더 많은 일입니다.


제 기억에도 확실히 개발을 공부했거나, 개발자로 일하다 오신 수강생 분들은 개발 프로세스를 설명할 때 이해도가 빠르거나, UML (유즈케이스 작성, 플로우차트 작성 등)에 대해서도 케이스별로 고려를 잘 짜시곤 했습니다.


그러면, 개발을 공부하지 않았거나 비전공자인 분들이 기획자로 성장하려면 시작해야 할지, 몇 가지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평소 강의 경험이 있는 개발자 동료와도 여러 가지로 토론을 나눴는데요. 100% 정답은 없겠지만 제 나름대로의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다양한 케이스를 상상하는 습관


다양한 케이스를 '사고'하는 과정은 한 번에 훈련이 불가능합니다. 평소 상상하는 습관이 있다면 기획자로서는 유리합니다. 다양한 케이스를 생각해 보고, 유연하게 플랜 A, 플랜 B.. 를 습관처럼 생각한다면 기획 실력도 상승하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상상을 할 때에도 규칙이나 기준이 없이 무제한으로 사고를 확장하는 것도 필요할 때가 있지만, 그 과정의 마지막에는 정리와 분류가 되어야 합니다. 무작위의 확장이 아닌 MECE 한 개념의 사고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MECE와 관련된 부분은 참고 링크로 남기겠습니다. https://yozm.wishket.com/magazine/detail/1481/



2. 상상하기 어렵다면 찾아보고 써보기


하지만, 상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내가 그린 프로세스가 현실 가능성이 있는지, 또는 시장이나 트렌드에는 부합하는지? 이런 점들은 자료를 조사해야 합니다. 많은 초보 기획자분들의 화면설계서를 보면서 저는 질문을 자주 하는데요.


'이 버튼/기능은 어떤 의도로 작업하신 건가요?'라는 질문을 하면, '상상'만으로 작업을 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물론 그 아이디어가 놀랍고 좋은 제안일 경우도 있지만, 때로는 기능 구현이 불가능하거나 대중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프로세스, 또는 애매모호한 (중요도가 떨어지는) 기능 등인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주니어일수록 더 많은 조사와 경험이 중요합니다. 모르니까 찾아보고 쓴다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만 해도 일 잘하시는 기획자 분들은 다양한 취미와 경험, 이력을 가진 분들이 많은데 그런 이유인 것 같습니다.



3. 쉬운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워보기


앞서 설명한 것처럼 단순하고 쉬운 파이썬과 같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개발자 친구에게 물어보니 '게시판 기능' 정도는 뜯어보고, 만들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더라고요. 그것도 좋은 생각이지만, 코딩의 ㅋ도 모르는 분들께는 게시판을 만드는 것조차도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비용을 들이지 않고 코딩을 배울 수 있는 과정들은 요즘 참 많습니다. 저는 개발 입문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생활코딩 (오픈튜토리얼스)'를 추천드립니다. https://opentutorials.org/course/4769



4. 비주얼보다 논리적 순서로 설계하기


서비스 기획의 영역과 범위는 넓고 복잡하지만, 종종 서비스 기획자로의 일의 영역이 결과물인 '와이어프레임 + 주석'으로 축약되는 경우들이 있습니다. 물론 처음 서비스 기획을 시작할 때에는 가장 핵심 산출물을 작성하는 방법을 위주로 접근하는 것이 쉬울 수는 있겠지만,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에 비주얼 작업 위주로 와이어프레임에 공을 들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결국 기획자는 문서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에 논리적인 설계(글쓰기)가 필요합니다. Figma나 XD로 화면을 작업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왜, 어떤 기능으로 만들지 정의가 되어 있어야 하고 소프트웨어 개발 프로세스에서 말하는 '요구사항 분석'이 끝나면, 각 기능에 대한 프로세스를 협의(설계)한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비주얼을 기준으로 작업하거나 소통하는 것이 빠른 분들은 프로세스를 보여주는 표 형식, 또는 유즈케이스 명세서, 플로차트를 잡으면서 와이어프레임 작업을 동시에 사용하기도 하는데요. 결국 순서는 머릿속에 프로세스가 논리적으로 정리가 되어 있어야 훨씬 더 꼼꼼한 와이어프레임이 나올 수 있겠죠.


참고 : 디자이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인데요. 경력이 있는 디자이너들은 성공, 실패, 취소, 예외 등의 케이스를 누락 없이 꼼꼼하게 처리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심지어 화면 설계서에 나와 있지 않아도 먼저 질문하거나 챙겨주시기도 합니다. 말 그대로 고수!





약 2시간가량 개발자 동료와 이야기하면서 생각해 본 아이디어를 정리해 봤습니다. 사실 기술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것이 참 어려운 분야가 기획이지만, 저는 제 나름대로 어떻게 인턴과 주니어 기획자에게 과제나 업무를 주면서 학습시킬 수 있을지를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늘 그렇지만, 제가 실무를 하면서 강의를 그만두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제가 경험하고 해온 방식이 아니라 초보 기획자의 관점, 인턴 기획자의 관점에서 한번 더 생각해 보고 공감하면서 거기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견하기도 하더라고요.






함께 IT 서비스 기획을 공부해요.

*이메일 문의 : loreen@selectway.co

*강의 문의 : https://selectwayux.imweb.me/cl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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