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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일드멜론 Sep 17. 2018

대만영화는 왜 이렇게 첫사랑 영화가 많을까요?

영화 '청설' 이야기, 그리고 맑고 투명한 대만의 청춘 로맨스 영화 이야


'말할수 없는 비밀'
'청.설'
'나의소녀시대'
'그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안녕 나의소녀'




이 영화들 중 한편이라도 보신 분이 계시다면
아마 대만영화 특유의 느낌을 아실수 있겠죠.

빛나는 햇살 아래 하얀 교복을 입은 첫사랑 소녀가 등장하는
특유의 맑고 순수한, 풋풋하고 깨끗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대만 청춘로맨스.

보고있노라면 마음까지 정화되어
순수했던 열여덟, 스무살 그시절로 회귀하게 만들어주는 영화들이죠.

최근에 한국에서 흥행한 대만영화들은 대체로 이런 결을 가진 영화들입니다.

그 중 8년 전 한국에서 봤다가,
최근에 대만에서 다시 본 영화 <청설>에 대해 살짝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직역하자면,
‘听说 - 듣고 말하다'는 의미의 '청설'은
역시나 깨끗하고 투명한 영화이자,
살짝의 반전미도 있는 영화입니다.

우선 개인적으로는
이십대때, 당시 남자친구였던 지금의 남편과
설레는 마음으로 (아마도)예쁜 원피스 입고
한국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를,
8년이 지나, 그때 그 남자친구가 남편이 되어 파자마 차림으로 대만 집에서 뒹굴대며
여전히 함께, 심지어 쌩중국어 TV로 보게되어..
잔잔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
 
그리고 그때와는 또다른 단상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한가지는 영화제목인 '듣고말하다'라는 것에 대한 생각이었습니다.


爱情和梦想都是很奇迹的事情
不用听不用说也不用被翻译就能感受到它

사랑과 꿈은 기적이야
듣을 필요도, 말할 필요도, 번역도 필요 없이 느낄 수 있으니까


이 영화는 청각 장애를 다룬 영화다보니,
남녀주인공의 대다수의 소통이 표정과 몸짓, 수화로 이루어집니다.
제목은 '듣고 말한다'인데 실제로 이들이 듣고 말하는 방식은
'우리 상식의 듣고말하는 것'과는 다른거죠.
눈빛으로 사랑을 말하고,
손짓으로 시린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외국인으로서 이곳에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생각하고 있는 것들을 다 말로써 표현하지 못할때가 왕왕 있는데
또 동시에 어떤것들은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알수 있는 것들이,
때로는 언어 대신에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다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고마움의 눈빛, 격려의 손길,
때로는 불신과 좌절까지도요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의 눈빛과 손짓에 더욱 더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8년 전과 달리 조금 마음에 걸렸던 부분은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남주인공의 부모님들이 여주인공의 장애를
망설임 없이 감싸안아주는 부분이었는데,




제가 장애를 가진 분들에 대해 가진 관념과는 별개로
영화를 보면서 느낀 생각은..
'어딘가 비현실적이다.'였습니다.
너무 착해서 만화같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이 부모님의 고민들이 영화속에서는
생략되었을지도 모르겠지만
한국영화에서 같은 설정이었다면 더 억지스럽게 받아들여졌을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할까요..

8년 사이에 제 마음이 조금 더 각박해진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창 순수하던 대학생에서 9년차 직장인이 되면서
너무 마음이 바짝 말라버린건 아닌가 싶어 스스로가 살짝 짠하기도 했습니다.

그치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년이 지나 굴비같이 바짝 마른 마음으로 다시봐도
나도 모르게 무장해제되어 은은한 미소가 지어지는 영화이니,
마음이 각박해진 분들께 살포시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직접 확인해보셔요! :)







한편, 위에 말씀드렸던 대만영화들을 살펴보면,
최근 흥행했던 한국영화들의 면면이
범죄와 음모, 배신과 사회에 대한 억울함과 음울함으로 얼룩져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그럼 대만영화들은 왜 이렇게 맑고 투명한걸까요?
대만친구에게 물으니 허무하게도
'대만은 한국만큼의 투자나 자본이 없어서 만들 수 있는게 그런것 뿐이야." 라고 답하기는 했습니다..만
물론 아예 틀린말은 아니겠지만..
저는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1년반 남짓 이곳에서 지낸 저의 느낌으로는
그 이유가 바로 사회전반에 순수한 소년, 소녀같은 정서가 묻어나기 때문이라고 보았습니다.
    
우리가 보기에는
다소 소란스럽고, 유치해보일지는 몰라도
어른들마저도 어린아이같은 맑은 영혼을 가진
이곳 사람들이기에,
그들 스스로의 이야기이자,
그들에게도 통하는 이야기 역시 같은 색채를 지니고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본인이 품지않은 색채를 표현해내기는 어려운 법이니까요.
    
물론 이들에게도
우리의 88만원세대와 같은
2만K세대(20,000TWD, 약 80만원)가 있고,
집값은 대물림하면서 갚아야 할 정도로 터무니 없이 높고,
심지어 물가와 임금은 20년째 정체하고 있는 답답한 사회 문제가 있습니다.
어쩌면 그러한 답답한 현실에서 회피하고 싶어
옛첫사랑 같은 미화된 추억들을 소환해 내는 것일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느낀 대만은
여전히 순수와 꿈, 열정을 노래하고 가르칩니다.
그게 통한다는 사회분위기랄까요.

한국사회에서 더이상 꿈과 순수를 이야기하면
철모르는 몽상가 취급을 받는 것과는 대조적인 느낌입니다.

물론 이 투명한 영화들이 한국에서도 작게나마 흥행을 해나가는 것을 보면..
이 맑은 영화들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일말의 순수한 영혼을 간지럽히는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간질간질거리는  
일말의 순수함과 반짝거림을..
더 자주자주 찾으실 수 있으셨으면 좋겠네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 주말
대만영화 한편 보시는건 어떠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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