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태풍휴가, 임시공휴일 팅빤팅커(停办停课) 이야기
1。
8호 태풍 마리아의 영향으로 2018. 7.10(화) 16:00기준으로
타이베이시를 비롯 상당 지역이 '팅빤 팅커'가 되었다.
2.
오자마자 들었을때는 뭔소리인가 했는데..
대만에 있다보면 자주 듣게되는 소리이다.
그렇다면 팅빤 팅커는 무엇인가?
팅빤(停办), 팅커(停课)는
직역하자면 일을 멈추고, 수업을 멈춘다는 의미, 즉 휴무 휴교령을 의미한다.
태풍이 많은 대만에서는 태풍경보가 발령되거나, 태풍이 접근할때
정부에서 통상 하루 전 혹은 출근시간 전에 다음날의 휴무, 휴교령을 내려 임시공휴일을 발표한다.
3.
당연히 임시공휴일을 발표할만큼 쎈 태풍이 오는거다보니
집에서 착하게 대피해있어야하지만...
워낙 태풍과 지진 등이 일상화되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나름 안전하게 요령껏..다같이 영화관에서 만나기도 하고,
생각치도 않게 꿀방학, 꿀휴가가 생기는 셈인지라..
은근히 안전하지만 공휴일은 생길 정도의 태풍을 기대하는(?) 정서가 있다.
4.
1년에 많게는 3-4일 보통 2-3일 정도는 이런 일들이 발생한다고 하는데..
작년에는 딱 1번, 그것도 주말에 발표되는 바람에
실질적으로는 겪어보지를 못해본터라 은근히 궁금해하고 있었다.
5.
그날은 이미 오후 4시에 임시공휴일 발표가 나서 다들 서둘러 퇴근해있었고,
그 다음날의 휴무여부는 저녁 8시에 나기로 되어있었다.
이번에 워낙 태풍도 쎘고,
남편은 이미 주말부터 "수요일에는..쉬겠네" 하면서 휴가가 확정인 것처럼 굴며 여유를 부려댔다.
그러던 중,
원래는 밤 8시에 발표가 나기로 한 임시공휴일 발표는
8시 10분, 20분 30분이 되어도 '조정중'이라고만 떴고,
뉴스채널에서는 앵커들이 이미 했던 이야기를 무한반복하고 있었다.
태풍이 어느방향으로 오고, 사람들이 사재기를 하는 자료화면, 시장이 했던 이야기도 무한반복 무한반복..
그래도 은근히 쪼이는 맛이 있었다 ;ㅁ;ㅎㅎㅎㅎㅎ
그러던 중, 신베이시(우리의 개념으로 경기도)는 휴무, 휴교령이 발표되었고..
타이베이시는 10시로 발표를 미뤘다.
하아..
모두가 뉴스를 틀어놓고,
과연 내일 출근인가, 휴무인가에 대한 소식에 귀를 기울이고
쉬는 것도 아니고, 안쉬는 것도 아닌 그런 상태로 계속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건 흡사..거의 월드컵 16강전에 버금가는 긴장감이랄까..ㅎㅎㅎㅎ
6.
그러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10시.
발표가 났다..!
'속보, 내일 정상 출근'
단체카톡방(사실 여기는 LINE)에는 여기저기서 탄식의 소리가 이어졌고,
'젠장, 내일 출근이랜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이런 느낌 ㅎㅎㅎㅎㅎ
많은이들이 타이베이 시장 욕을 엄청 했었더랬다. ㅋㅋㅋㅋㅋ
(최종 허가는 시장재량임)
7.
다음날, 새벽에 엄청난 비바람이 휘몰아치기는했지만
사실 만약 휴가였으면 민망했을 정도로 안전했다. ㅎㅎㅎ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쉬게해도 욕먹고(포퓰리즘이라며), 안쉬게해도(시민 안전을 생각하지 않는다며) 욕먹는다고들 한다. ㅎ
국민들 정서는 어디든 비슷한것 같다. ㅎㅎㅎ
8.
결과적으로 나의 첫 태풍휴가는
사상 최초로 가장 짧은 태풍 임시공휴일(2시간)으로 마무리되며..
약간은 아쉽(?)기도 했지만
무사히 태풍이 지나간 것에 감사하며,
다음번에는.. 아무도 다치지 않도록 안전하지만.. 임시공휴일은 오는 정도로..
그치만 공휴일 말고 평일에..
그치만 내 여름휴가때는 오지않기를..
이라는 말도안되는 이기적인 바람을 조심스레 가져보았다. ㅎㅎㅎㅎㅎ
결론은.. 나 쓰레기네? ㅋㅋㅋㅋㅋㅋ
(근데 저만 이런건 아닐꺼예요....ㅠㅠㅠㅠㅠㅠㅠㅠㅎㅎㅎ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