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묵은 첫사랑 이야기
"선배, 왜 열심히 살아야 해요? 선배는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요?"
여자가 물었다. 그리고 그는 대답했다.
제가 사랑하는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요
상하이에서 처음 본 그는 좀 '특이한 사람'이었다.
우선 12시가 되면 무조건 잤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잤다. 그래서 그의 별명은 '녕데렐라'였다.
술은 입에도 대지 않았고, 매일 운동을 했다.
그리고 선후배에게 할 것 없이 학기가 끝날때까지 내내 존댓말을 썼다.
가끔씩 마주칠 때면 진한 경상도 사투리의 낮지만 힘있는 목소리로 "안녕하세요"하며 목례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공부를 참 열심히 했다.
대부분의 남자 선배들은 사회 나가기 전 '마지막 파라다이스'라며
어두워지기만 하면 머리에 왁스를 잔뜩 발라, 있는대로 올리고는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리고는 다음날 술냄새를 풀풀 풍기며 수업에 들어오거나, 아예 수업에 들어오지 않기도 했다.
그런데 그는 단 한번도 수업에 빠진 적이 없었고, 수업이 끝나면 따로 학원에 갔다.
학원에서 돌아와서도 내내 공부를 한다고 들었다. 한시도 시간을 허투로 쓰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가장 긴 연휴이자 학기 막바지쯤 있던 청명절 연휴 때,
대부분의 학생들은 저마다 계획을 세워 마지막 여행을 떠났다.
그는 그런때마저도 HSK 시험 준비를 했다. 조금 답답해 보이기도 했지만 참 대단하다 싶었다.
말도 몇마디 나눠본 적 없었지만 그런 그의 모습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그러다 교환학생 한학기를 모두 마치고, 공항에서 각자 짐을 찾아 흩어져 갈 때 였다.
"고생하셨어요. 안녕히가세요." "곧 학교에서 한번 모이자"
"잘가. 다음 학기 수강신청 때 같이 해야돼"
저마다 어수선하게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저기, 이거.."
갑자기 그가 여자에게 빨간색 중국어책을 건냈다.
"이게 뭐예요?"
"아..전 다봐서..필요할 것 같아서요. 고마우면 나중에 밥한번 사주세요."
라며 황급히 자리를 떠났다.
언젠가 그가 문화 수업때 옆자리에 앉았었고,
여자는 어색하고 딱히 할 말이 없어 지나가는 말로 HSK를 어떤 걸로 공부하냐고 물어봤었던 게 기억났다.
그게 우리의 시작이었다.
그로부터 12년이 지났고, 그는 나의 '특별한 사람'이 되었고, 나는 그의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
그는 생각보다 웃기고, 귀엽다. 그리고 자주 아프고, 정리도 잘 못하고, 빈틈도 많다.
그렇지만 그는 여전히 매일 운동을 하고, 12시면 잠자리에 들려고 하고, 무엇보다 열심히 산다.
여전히 가끔씩 나는 그에게 묻는다.
오빠, 왜 그렇게 열심히 살아?
그러면 그는 대답해준다.
사랑하는 당신이랑 행복하게 살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