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r.1.0 2011년 작품
까만 길 위에
나와 아이들이 서 있다
그 길 위에는
신호등이 없다
횡단보도도 없다
우리가 가야 할 이정표도 없다
우는 아이가 있었다
앞으로 뛰어만 가는 아이가 있었다
친구의 뒤에 숨어 다니는 아이가 있었다
뒤 만보고 앞으로 가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다
걷지 못해 손을 내미는 아이가 있었다
하얀 분필을 집어
길을 그려 본다
노란 분필을 집어
신호등을 그려 본다
파란 분필을 집어
이정표를 그려 본다
모두가 내가 그린 길 위로 다니기 시작한다
이제는
길을 잃지 않겠지
다시 분필을 집어 길을 그린다
하얀 노란 파란 꿈의 길을 그린다
어느새 그 길들이 다 지워지고
아이들의 발자국만 남겨있다
까만 그 길
나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어간 그 길
백묵가루에 새어진 머리로
나는 그 길 위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