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뒷짐을 지고 골목을 어슬렁거렸다. 일찍 도착해 알베르게(숙소) 짐도 풀었고 빨래도 끝냈으니 산책 겸 마을 탐방에 나섰다.
골목을 지나 근처 공원에 있는 가장 마음에 드는 나무 아래에 앉았다. 오랜만에 갖는 여유를 만끽하기 위해 음악을 들으며 불어오는 바람에 리듬을 타고 있을 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니, 서로를 잡으며 뛰어노는 아이들. 어릴 적 했던 숨바꼭질과 비슷한 느낌이었고 까르르 웃는 미소가 얼마나 예뻤던지 어쩌면 천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아이들은 나에게 다가와 함께 놀자며 나를 불렀고 귀찮은 척 그들 무리에 합류했다. 알고 보니 골키퍼가 필요했는지 나를 골대 앞에 세워두고는 ‘뻥뻥’ 공을 차댔다. 나는 움찔거리며 열심히 공을 막았고 때론 저 멀리 떨어진 공을 주워와야 했다. 1시간쯤 놀았을까? 슬슬 떠날 준비를 하더니 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고 이 천사들과 다시는 만날 수 없음을 알았기에 아쉬웠다. 그래도 기분 좋게 보내주고 싶어 남겨진 이의 슬픔을 잘 알면서도 괜찮은 척, 외롭지 않은 척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었다.
다행히 천사들의 빈자리를 노을이 채워주었다. 하지만, 그마저도 오래가지는 못했지만 낯선 여행자에게 선뜻 다가와 준 아이들의 마음은 오랫동안 남아 있었다. 왠지 나도 천사는 아니지만, 그 비슷한 것이라도 된 느낌이었다. 심호흡 크게 한 번 하며 기지개 쭉 켜고 기분 좋은 상상을 속에 숙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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