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클레어 Feb 13. 2021

비건을 지향하면서 요리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요리, 나를 살리고 보살피며 삶을 잘 운용해 나가는 방법

결국, 목마른 사람이 스스로 우물을 판다. 


 본격적으로 비건을 지향하게 되면서 요리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요리를 잘 먹을 줄만 알았지 직접 요리를 해 본적도 많이 없고, 별로 관심도 없었다. 집에서 유일한 비건인 나를 위한 맛있는 비건 요리를 해 먹고 싶었다. 결국 목이 마른 사람이 스스로 우물을 파게 되어 있다. 

 그렇게 30년 넘게 요리와는 담을 쌓고 살았던 요알못(요리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 이 요리라는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비건 관련 요리책을 샀고, 비건 요리를 다루는 유튜브 채널을 구독했다.  비건 요리를 위한 다양한 식재료를 구입했고 일주일에 서너 번은 나만을 위한 요리를 만들어서 먹기로 했다. 

 처음에는 간단한 샐러드와 오트밀, 샌드위치 밖에 할 줄 아는 것이 없었다. 조금 더 다양하고 맛있는 음식을 스스로 만들어 먹고 싶었다. 계란과 버터를 사용하지 않고 비건을 위한 쿠키도 굽고, 후무스, 파스타도 만들고, 야채수프를 만들었다. 두부를 이용해서 비건용 치즈도 만들고 귀리를 이용해서 직접 귀리 우유도 만들어보았다.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맛있었고 만족했다. 용기가 생겼고 더 잘하고 싶어 졌다. 그렇게 점점 더 요리에 재미와 흥미를 가지게 되었다. 



요리, 나를 보살피고 위하며 삶을 운용해 나가는 방법


 무엇을 해 먹을지 결정하고, 레시피를 찾아보고, 장을 보면서 재료를 고르고, 다듬어 조리를 한다. 음식의 비주얼이나 맛에 대한 타인의 평가에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내 입맛에 맞추어 간을 하고, 완성된 음식을 가장 좋아하는 그릇에 담아서 낸다. 열심히 만들었으니 인증샷은 필수다. 좋아하는 음악이나 영화를 틀어 놓고, 좋아하는 공간에서 직접 만든 음식을 먹는다. 

모든 것이 나의 선택과 주도하에 이루어진다. 이런 일련의 모든 과정들이 즐겁고 행복했다. 한 그릇의 음식 속에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한 마음과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이다. 그 음식의 최종 목적지도 나의 입이다. 그것은 내 몸속으로 들어가서 피가 되고 살이 되어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에너지가 된다. 요리는 나를 돌보고 아껴주는 일종의 의식이었고, 나를 살리고, 생명을 유지하며, 삶을 잘 운용해나가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다. 



파괴와 창조가 공존하는 매력적인 행위 


 요리는 파괴와 창조가 공존하는 모순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행위이다. 재료들을 썰고, 다지고, 으깨면서 다듬는 과정은 일종의 파괴의 행위와도 같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들을 거친 뒤에 각각의 재료들은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 음식이라는 형태로 재탄생한다. 서로 다른 종류와 형태, 맛을 가진 식재료들을  맛있는 요리로 창조해 내는 과정(물론 레시피대로 하는 것이지만)에서 느끼는 즐거움은 일상의 권태로움에 빠진 나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위로가 되었다. 



채식, 비건 요리가 이렇게 맛있는 것이라면


비건을 지향하고 나서부터 음식을 먹을 때 그것의 맛을 제대로 느끼고 집중해서 제대로 음미해보려고 하는 습관을 가지게 되었다. 음식의 향기와 색깔, 모양에도 주의를 기울인다. 그렇게 오감을 깨워서 먹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고 즐기려고 한다.  

세상에는 다양하고 맛있는 비건 요리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우유나 고기, 치즈 등의 동물성 재료를 대체할 수 있는 식재료들도 많이 있다. 비록 아직 요리에는 초보이지만 스스로에게 더 다채롭고 맛있는 요리를 대접하고 싶다. 또한 나를 위한 요리를 타인으로 까지 확장시켜 비건이나 채식주의가 아닌 사람들에게도 맛있는 비건 요리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래서 이런 요리들이 결코 맛이 없거나, 영양적으로도 부족하다는 편견을 없애주고 싶다. 



비건, 내 삶을 확장하고 성장시키는 연결고리. 


비건이 되기로 한 결심은 나를 요리라는 세계로 입성하게 만들었다. 요리라는 행위와 그것의 의미, 즐거움을 깨닫게 해 주었고, 오감을 일깨워서 먹는 행위의 즐거움을 누리게 해 주었다. 

비건은 앞으로 나에게 어떠한 화두를 던져 줄까? 

그것은 나의 삶을 얼마나 더 성장시키고 확장시킬지 기대된다. 




아무튼 요리왕 비룡이 아니라 요리왕 비건이 될 수 있도록 요리하고 먹는 즐거움을 이어나가도록 해야겠다. 


작가의 이전글 나의 비거뉴어리, 고기 없는 1월 체험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