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의 신상 비건 샌드위치, 스위트 칠리 올리브 치아바타를 먹어보았다
팬데믹 이후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삶과 환경 보호,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가 큰 화두로 떠올랐다. 그와 더불어 채식과 비건에 대한 관심과 소비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채식주의와 비건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붙어 다니던 "까다롭다" 거나 "특이하다"라는 수식어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특히 MZ 세대들에게 비거니즘은 가장 힙한 라이프 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소비 트렌드에 발맞추어 비건을 위한 식당들이 증가하고 있고 여러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도 비건을 위한 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스타벅스 코리아는 4종의 비건 푸드, 일명 플랜트 베이스드 푸드(plant based food) 메뉴를 출시했다. 비건 불모지라고 까지 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커피 프랜차이즈 시장의 가장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스타벅스의 비건 메뉴 출시 소식은 많은 비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었다.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총 4가지의 메뉴는 올리브 치아바타 안에 두부 크럼블을 넣은 비건 샌드위치인 <스윗 칠리 올리브 치아바타>, 두유와 다크 초콜릿, 라즈베리 잼이 들어간 비건 케이크 < 진한 초콜릿 퍼지 케이크> , 대체육 미트를 넣은 <멕시칸 라이스 브리또>, 유기농 밀가루와 유기농 설탕과 감자로 만든 비건 베이글 <리얼 감자 베이글>이다.
그중에서 비건 샌드위치인 스윗 칠리 올리브 치아바타를 먹어 보았다.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미세먼지 없이 공기가 깨끗한 날이라 등산을 하기로 했다. 산으로 가는 길에 근처에 있는 스타벅스에 들러서 <스윗 칠리 올리브 치아바타>를 구매했다. 데우지 않고 차갑게 먹는 샌드위치라서 테이크 아웃해서 야외에서 먹기에 좋을 것 같았다.
스타벅스에 방문했던 시간은 오전 9시 30분 정도였는데 딱 하나의 비건 샌드위치가 남아 있었다.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소비자들의 호기심과 관심이 높아서 인지 다른 메뉴에 비해서 구매율도 높은 듯했다. 조금만 더 늦게 가면 못 살 뻔했다.
한 시간 가량 산을 오르다가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고 드립백으로 커피를 내리고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생각보다 크기가 커서 직원분께 나이프도 챙겨 달라고 했는데 이미 먹기 좋게 두 조각으로 커팅되어 있었다.
가격은 6,200원으로 다른 멕시칸 라이스 브리또(5,900원)와 다른 샌드위치 메뉴에 비해서 조금 더 높은 편이다. 동물성 재료를 사용하지 않은 비건 메뉴라는 의미로 Vegan approved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열량은 493 Kcal로 그렇게 낮은 편은 아니다.
공복 등산 후에 먹는 음식이 무엇이든 맛이 없을 리는 없겠지만 이 샌드위치는 비건뿐만 아니라 논 비건들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맛이었다. 토마토, 로메인, 당근, 아보카도 등의 야채들과 함께 칠리 머스터드 소스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어 내면서 새콤한 입맛을 돋운다. 이 소스의 존재가 샌드위치 맛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두부 크럼블과 칠리소스, 다양한 야채들이 균형과 조화를 잘 이루고 있는 맛이다. 누구나 큰 호불호 없이 무난하게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였다.
그런데 소스가 들어가 있는 샌드위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조금 자극적이라고 느낄 수도 있다. 샌드위치를 먹었을 때 새콤한 맛이 강해서 다 먹고 나니 달달하게 입가심할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느껴졌다. 그런 점에서 깔끔한 아메리카노와 함께 먹으면 가장 적당한 조합이 될 것이다.
그리고 빵의 크기에 비해서 속에 들어가 있는 야채의 양이 조금 부족한 느낌이 있었다. 그래서 마지막에 치아바타 빵만 조금 남았는데 빵이 맛있었다면 그냥 다 먹었겠지만 소스와 야채가 없이 빵만 먹으니 밀가루 맛이 많이 나서 남은 빵은 쓰레기와 함께 처리했다.
동물성 재료를 배재하고 유기농 밀가루와 설탕을 사용한 비건 메뉴이지만 건강과 다이어트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다. 치아바타 빵 자체가 통밀이나 귀리가 아닌 정제 밀가루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글루텐이 함량 되어 있고, 다양한 야채들이 들어가 있지만 대부분 절여진 상태이고 샌드위치의 전체적인 맛을 좌우하는 스위트 칠리소스에도 많은 당분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수제 샌드위치가 아니라 공장에서 만들어내는 제품이기에 방부제나 약간의 인공적인 첨가물도 포함되어 있다.
비건을 지향하게 되면서 좋은 재료로 만든 건강한 음식을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중에 비건을 위한 대체육 미트나, 비건 라면, 비건 과자와 같은 음식들이 다양하게 출시되어 있지만 잘 사 먹지 않는 편이다. 스타벅스에서 출시한 비건 메뉴들도 평소에 즐겨 먹는 것들이 아니었기에 썩 구미가 당기지는 않았다.
하지만 궁금했다. 스타벅스이니까, 스타벅스가 국내에 처음으로 입점한 이래에 얼마나 많은 돈과 시간을 갖다 바치며 충성을 했던가. 우리의 일상 속에 하나의 문화가 되어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는 막강한 인지도를 가진 브랜드 아닌가. "우리 스타벅스는 동물성 재료를 배제한 메뉴를 출시함으로써 동물권과 환경, 지속 가능한 삶에 대해서도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기업이다"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다른 브랜드들을 독려하기까지 하고 있으니 나름 기특하지 않은가.
가격 면에서 그렇게 저렴한 것은 아니지만 스타벅스와 같은 대형 다국적 커피 프랜차이즈에서 비건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고 이렇게 식물성 재료를 사용하여 비건 메뉴를 출시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스타벅스를 필두로 하여 아마 다양한 체인에서 잇따라 비건 메뉴를 출시할 것이다.
이렇게 비건을 위한 메뉴를 출시하는 체인이 증가하고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면 대체육이나 식물성 음료 등 비건 관련 비즈니스 시장의 규모도 점점 확장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연스럽게 비건과 채식이 점점 일상 속에 대중적이고 보편적인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편의점에서도 비건을 위한 도시락이 출시되고 있고, 우유를 대신한 식물성 음료의 종류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으며, 비건을 위한 메뉴를 제공하는 식당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이제 더 이상 비건은 비주류의 문화가 아니다. 건강뿐만 아니라 동물권, 환경까지 생각하는 가치 지향적인 소비를 즐기는 MZ 세대들에게는 더 이상 비건, 채식은 낯선 단어가 아닌 힙하고, 바람직한 삶의 태도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중인 것은 확실하다.
그런 의미에서 역시 스타벅스!
최근에는 예전만큼 스타벅스를 자주 방문하는 편은 아니지만 비건을 위한 메뉴가 생겨났으니 가끔씩 간편하게 부담 없이 비건스러운 한 끼를 이 곳에서 해결할 수 있게 되어서 다행이다. 앞으로도 점점 더 다양한 비건 메뉴들이 출시되어서 비건, 논 비건 상관없이 모두가 부담 없이 비건 메뉴를 즐기고 다양한 선택권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오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