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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m Feb 21. 2021

못생긴 아이

가족사진에 대한 태도

내 생각만으로 웃음이 나온 적이 많던가? 아니다. 다시 말해 나는 `나는 내가 제일 웃겨`라는 부류에는 속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굳이 분류해야 한다면 `나는 그럭저럭 은 웃겨` 정도의 부류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에 나누었던 대화 중에 나의 유머가 무척 마음에 들었던 적이 있어 몇 자 적는다.

나는 나를 가장 사랑하려면 아직 멀었어

새해가 되면서 아버지가 카톡방에 98년도의 가족사진을 올렸다. 아버지께서는 2021년을 맞이하여 옛날의 추억을 들춰보며 본인의 핸드폰에 간직만 하고 있던 사진을 우리에게 공유한 것이다.


사진을 받으니 어린 시절 내가 주변 어른들에게 무척 자주 듣던 말이 생각이 났다.


너 아빠를 쏙 빼닮은 붕어빵이구나!


나는 그 시절 우리 어머니가 그리스 로마신화의 아프로디테는 물론이고 그 어떤 신화 속의 여신일지라도 넘볼 수 없는 절세의 미녀이자 미의 원형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랬던 만큼 나는 어머니를 쏙 빼닮기를 기원했고 ...  주변 어른들의 말은 너는 엄마만큼은 안 예쁘다! 라고(...) 들렸다. 어린 마음에 그 말이 정말 듣기 싫었다. 아름다움을 주관하는 유전자를 받지 못했다는 슬픔.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1년이 된 어느 날, 나는 그 시절의 우리 가족의 모습이 담긴 필름 사진을 받는다. 사진을 받자마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무엇보다도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버지, 어머니, 나, 이 세 명 중 내가 가장 못생겼다는 사실이었다. 훤칠하신 아버지의 이목구비와 (물론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어머니. 그리고 철없는 당시의 나(...)를 바라보는 지금의 나는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 못난 아이를 잘 키워낸 부모님이 대견하고 멋져 보였다.


첫째로 태어난 것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내가 부모님께 드렸던 상처들에 대해 다른 동생들보다는 더 오랫동안 보상해드릴 수 있다는 점일 것이다. 그리하여 ... 나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결론.


사랑하는 나의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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