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2 네? 제 짐이 없다구요?
아침에 자고 일어났는데 문제가 발생했다. DME는 미국, 캐나다에서 날아오는 사람들은 따로 가방 태그를 부쳐준다. 그걸 가방에 붙이면 벨트에서 가방을 찾아다가 방까지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공짜인데 내가 그 무거운 가방을 왜 이고 지고 날라? 라는 생각에 신청해서 가방 태그 잘 붙여가지고 왔는데 나한테 왜 그래여. 분명 어젯밤에 전화했을 때에는 시스템 안에 있다고 너 자고 일어나면 방에 도착해 있을 거라고 그랬는데 왜때문에 가방이 없는 거죠. 저 지금 당장 옷 입고 엡캇 가야 되는데요.
처음에 bell service에 전화를 했더니 가방이 시스템에 없다고 항공사에 문의해보라길래 말이 되냐 어젯밤에 전화했을 때는 있다고 했는데 그새 사라지는 게 어떻게 말이 되냐. 다시 프런트에 전화해서 똑같이 난리를 쳤더니 좀 높은 직급에 있는 사람이 방으로 전화가 왔다.
"정말 미안한데, 항공사에서 가방에 붙인 넘버가 뭔지 알려주면 우리가 가방을 조금 더 빨리 찾을 수 있을 거 같아."
"음, 영수증 가지고는 있는데 여기 너무 넘버가 많이 쓰여 있어서 뭐가 뭔지 잘 모르겠어요. 제가 그냥 내려가서 전해드릴게요."
"오 , 아냐 지금 상태보다 더 널 귀찮게 할 수는 없어."
"근데 저 어차피 나가야 돼요."
"오늘 생활하는데 뭐 필요한 건 없니? 짐이 없어서 불편할 텐데"
"(당연한 걸 물어봐) 옷도 없고..."
"일단 그럼 니 방에 100불 크레딧을 달아놓을 테니깐 여기 상점 와서 사렴. 오늘 하루를 시작하는 데는 무리가 없을 거야."
아싸 꽁돈! 올랜도는 여름 날씨라길래 겉옷은 하나도 안 들고 왔는데 해가 지면 장난 아니게 쌀쌀하다는 걸 어제 경험했던지라 스토어에서 예쁜 겉옷을 하나 지르고!
엡캇에서 놀면서도 사실 머리를 계속 굴렸다. 어떡하지. 짐 언제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고 했는데. 이따 디즈니 스프링스 가서 청바지 하나 사고 반팔티 싼 거 두세 개 사서 돌려 입어야 하나? 그런데 정말 뻥 안치고 놀이기구 하나 타고 나왔는데, (물론 test track 안에서 노는 시간을 일반 놀이기구 타는 시간과 비교하면 안 되지만) 바로 전화가 왔다. 짐 찾아서 네 방으로 올려 보내고 있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100 불은 정말 알차게 잘 썼다. 겉옷에 이어서 가방도 하나 샀고 때마침 다 써버린 치약이랑 사야지 사야지 했는데 깜빡하고 안 사온 스프레이 형 선 크림까지. 디즈니 월드에선 짐도 한 번쯤 잃어버리는 것도 나쁘진 않을지도.....?
(근데 이 여행기 제목은 분명 최고의 휴가인데 음 지금까지는 왜....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