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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May 03. 2016

Best Vacation Ever in Orlando

Day 1 제발 오늘 내로 도착만 하게 해주세요ㅠㅠㅠㅠㅠ

난 분명 5시 반에 출발하는 첫 차를 탔다. 그런데!!! 왜!!!! 비행기 이륙 1시간 전인 11시에도!!! 버스 안에!! 갇혀 있는 건데!!!! 메이플 시럽 페스티벌 때부터 눈이 오길 시작해서는 그치질 않았다.  내가 올랜도로 출발하는 4월 4일에는 그게 아주 극에 달해서 내 친구들 상당수가 놀러 가려던 비행기가 취소돼서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나는 차라리 걔네가 부러웠다. 난 비행기 취소도 안 됐는데 비행기 못 타게 생겼어.... 아니 보통 때면 버스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난 왜 5시간째 도로 위에 있나여.... 12시 20분 비행기인데 11시 반에 공항에 내려주시면 난 어떡하나여......


9시쯤에는 머리를 핑핑 돌렸다. 항공권을 변경하려고 항공권 예매 사이트에 전화해봤더니 자기네 시스템 업그레이드 중이라 현재 예약 확인 및 변경이 불가능하다며 5시간 뒤에 전화 달라는 소리나 해댔다. 미친 뭐라고? 5시간 뒤? flighthub 너네 나랑 싸우잔 거니? 중간에 버스를 갈아타야 하는 데, 거기서 택시를 탈까 해서 택시 회사에 전화를 하다가 때려쳤다. 고속도로가 그냥 차가 아주 무슨 명절 때 한국 경부고속도로 마냥 차가 굼벵이보다도 느리게 기어가고 있는데 택시 타도 똑같지 뭐. 10시 넘어서는 포기했다. 그래. 안 돼. 못 타. 어떡해도 못 타. 포기해. 괜찮아. Westjet인데 뭐. 바꿔줄꺼야. 돈 내라 그러면 내지 뭐. 괜찮아. 첫 번째도 아니고. 젠장. 이게 첫 번째가 아니라는 게 더 슬프다.


Terminal 1에서 Terminal 3로 가는 길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사람이 포기를 하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는 법이다. Westjet 항공 카운터 가서 징징댔다. 제가요 12시 20분에 이륙하는 비행기를 탔어야 하는데요, 네 지금 12시 반이죠, I swear I took the earliest bus possible. 와 말을 하고 있는데 내가 왜 내 잘못도 아닌데 돈까지 내야 할 상황에 처한 거지, 써글이라는 생각과 함께 눈가가 촉촉해지고 있는데 좀만 더하면 구슬프게 눈물이 또르르 떨어질 타이밍에!! 역시!! westjet은 사랑!!! We'll change your flight without charge. 와 언니 사랑해요 나의 사랑을 받아주세요!! 토론토는 기상 상태가 안 좋고 직항은 완전 밤밖에 없으니깐 오토와 경유하는 걸로 하자고 그럼 밤에 있는 직항보다 더 빨리 도착할 수 있다고 설명해주시는데 네네네 그렇게 할게요 뭐든 좋아요 오늘 내로 도착만 할 수 있다면!!


난 디즈니 리조트에 묵기로 했고 디즈니 리조트는 비싼 값을 하기 때문에 무료 셔틀 운행은 당연하고, 짐도 벨트에서 자기네가 찾아다가 방까지 갖다 준다. 일단 도착 시간이 바뀌었기 때문에 디즈니에 전화를 하는데, 사실 남자가 받았으면 이렇게까지 감동은 안 받았을 텐데, 엄마 같은 목소리의 중년 여성분이 받아서 울컥했던 것 같다.

"제가요 비행기를 놓쳤는데 그래서 DME 시간을 바꿔야 할 것 같아요ㅠㅠㅠ"

"Oh sweetie are you alright?"

"네 괜찮아요"

"DME는 걱정하지 마렴. 이용하던 항공사 그대로 이용하는 거니?"

"네"

"그럼 항공사에 DME에 알려줄 거니깐 그건 걱정하지 말고. 오늘 내로 오니?"

"네. 좀 늦게 가긴 하지만 오늘 내로 가요."

"오 걱정하지 마렴 아가야. 숨 한번 고르고 몸 조심히 오렴. 디즈니에서의 최고의 휴가가 널 기다리고 있다는 걸 잊지 말고!"

아줌마 사랑해요. customer survey에서 만점 줬어요.


올랜도에 도착해서 처음 본 미키에 감격, DME 타서는 디즈니월드를 안내하는 영상에 디즈니는 이런 기다리는 시간 하나하나까지도 지루하지 않게 신경 쓴 거에 감격, 숙소 도착해서는 French Quarter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프랑스 풍의 너무나도 예쁜 건물에 또 감격. 감격의 연속이었다. 10시 가까이에야 숙소에 도착했던지라 Ferry를 타고 잠시 들른 Disney Springs (구 다운타운 디즈니)도 너무 예뻐서 또 감격. 물론 가장 큰 감격은 무사히 도착했다는 거!! 엉엉 진아야 도착했어 엉엉엉. 미국 국경 검문에서 너 정말 혼자 가는 거냐 가서 아무도 안 만나냐 나한테 사실 말하는 거 맞냐는 그 짜증 나는 심문도 통과하고 비행기도 잘 갈아타고 도착했어 그 거지 같은 날씨를 뚫고 도착했어 엉엉엉 그래 넌 디즈니월드에 온 거야!! Welcome to the most magical place on Earth!!



덧.

오타와에서 비행기 환승하느라 기다리고 있는데 TV에서 뉴스가 나왔다.

온타리오 주 남부에 4월 초, 봄인 현재 급작스러운 눈보라가 휘몰아쳐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오타와는 햇빛이 쨍쨍하기만 하더라. 하. 이 미친 날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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