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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펄블B May 03. 2016

Best Vacation Ever in Orlando

Day 2 엡캇에서 character meeting에 눈을 뜨다!!

디즈니월드는 400여 개가 넘는 호텔들과 4개의 놀이공원, 2개의 워터파크로 이루어져 있는 복합 레저 도시이다.


디즈니월드 자체가 서울특별시의 구 3개 정도 크기기 때문에 도보로 이동한다는 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고(애초에 LA 디즈니랜드를 만들고 그 규모의 협소함에 답답함을 느낀 월트 디즈니가 몰래몰래 땅을 매입해서 만들고자 한 꿈의 도시가 디즈니 월드라고 한다. 출처: 할리웃 스튜디오 월트 디즈니 기념관), 휴가 기간을 반년 이상으로 잡지 않는 이상 디즈니월드의 모든 것을 다 보기란 불가능하다. (는 너도 이번이 디즈니월드 처음 가 본 거잖아.) 5일권을 산 건 4개의 파크를 하루에 하나씩 가고  디즈니 월드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대표 격인 매직킹덤을 이틀 들어가기 위한 선택이었다. (그래 놓고 막판에 6일권으로 업그레이드해서 또 들어갔잖아.) (나의 양심이여 이제 제발 좀 닥쳐줘.) 디즈니 리조트 숙박객에게는 파크 개장 전이나 폐장 후 한두 시간 정도 더 놀 수 있는 Extra Magic Hour, 일명 EMH가 주어지는데 그런 모든 것을 고려해서 내가 짠 스케줄은 엡캇-MK-MK-할리웃 스튜디오-애니멀 킹덤이었다.


엡캇은 월트 디즈니가 미래의 world showcase를 만들고 싶어서 건설한 세계 박람회장이다. MK가 조금 더 어린이들의 취저라면 여긴 어른들이 사진 찍고 구경하기 좋달까?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구형의 상징물이 있는 구역을 넘어서면 원형의 호수를 각 나라를 상징하는 구역들이 둘러싸고 있다. 각 나라의 구역은 그 나라 양식의 건축물에 그 나라의 대표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이태리는 명품 브랜드 투성이었고, 모로코는 중동식 전통의상을 팔고 있었다. 그 나라를 배경으로 한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와의 만남도 그 나라에서 이루어진다. 솔직히, 공공외교 이딴 거 다 필요 없고 여기다가 우리나라 구역만 만들어져도 지금 성과 없이 세금만 축내는 숱한 공공외교 사업들 몫의 100 배는 할 거다. (중국이랑 일본은 있었는데 한국은 없었다. 쪼끔 기분 나빴다.)


여튼, 그래서 엡캇은 놀이기구보다는 보고 즐기는 게 목적인지라 놀이기구 수가 적다. (물론 여타 디즈니 놀이공원들에 비해 그렇다는 거다. 대한민국 잠실에 있는 모 놀이공원보다는 훨씬 탈 만한 놀이기구는 많다.) 엡캇의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는 soaring이라고 엡캇 구역 위를 행글라이딩 하는 건데, 내가 갔을 때는 안타깝게도 정비 중이라서 탈 수 없었다. 엡캇 보면 볼수록 예뻤는데, 위에서 보면 더 예뻤을 건데 엉엉.


그다음으로 인기 있는 놀이기구가 test trek인데 fast pass 예약을 못 했다. 그래서 로프 드롭하자마자 달려가서 줄을 서고 있는데 single rider 줄이 따로 있는 거다!! 오예!! 역시 혼자 오길 잘 했엉 룰루 테스트 트랙은 내가 자동차를 디자인해보는 경험에 중점을 맞춰 있는데,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자동차를 디자인하고, 놀이기구를 타기 전에 매직밴드를 스캔하면 내가 디자인 한 차의 성능을 놀이기구 타면서 테스트하는 거다. 놀이기구 타고 나오면 그 날 전체 이용자가 디자인한 차 중에 내 차의 순위가 몇 위인지도 나오고, 미래 자동차 경기라던지 등등 미래미래한 체험관이 나온다. 사진 찍는 것도 재밌고, 내가 차를 디자인한다는 경험도 재밌어서, 오옹 시간 되면 또 타야징 하고 바로 옆에 있는 무중력 체험관에 갔는데, 허허 내가 왜 중급 레벨을 탔을까. 이건 초급 레벨이랑 중급 레벨이 구분되어 있는데 놀이기구는 쥐뿔도 못 타는 게 대체 어디서 그렇게 패기가 생겨서 중급을 탄다고 나댔을까.... 부러 우주선 모양으로 좁게 만든 라이드 안에 갇혀서 눈 바로 앞의 화면을 3D 글라스 쓰고 보노라니 라이드 타고 나와서는 진짜 너무 어지러워서 다리에 힘이 풀렸다. 라이드에서 내리자마자 주저앉아 있다가 캐스트 멤버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헬쓱해진 얼굴로 밖으로 나왔다. 그래 나년이 무슨 놀이기구를 탄다고... 월드 쇼케이스 구경이나 하자!!


월드 쇼케이스 구경을 하면서 가장 하이라이트는 각 국가 구역에 있는 캐릭터와의 만남이었는데, 나도 내가 그렇게 캐릭터 미팅을 즐기게 될 줄은 몰랐다. 디즈니 캐릭터 미팅의 가장 큰 매력이자 어른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지점은 캐릭터들이 정말 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이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캐릭터 미팅을 찍어주는 사진사도, 줄을 관리하는 캐스트 멤버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데이지랑 캐릭터 미팅을 하고 있는데 데이지가 잠시 자리를 비우게 되면 절대 탈을 쓰고 있는 사람이 화장실에 가야 한다거나 밥을 먹어야 한다거나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Everyone, Daisy will just check her shoes and come right back. Just hold your position, she will be gone for only a minute or two." 캐릭터 미팅이 끝났을 때도 마찬가지다. 오로라 공주를 만나는 줄이 너무 짧아서 줄이 마감된 거냐고 물어봤더니 캐스트 멤버가 한 대답은 이거였다. "Yes, they will be the last family that Princess Aurora will be meeting today. She is going on a walk in a forest with Prince Phillip."


처음에는 나도 이런 게 너무 어색해서 캐릭터 미팅할 때 그네들이 하는 말에 맞장구만 치다가 사진만 몇 장 찍고는 했다. 그러면 캐릭터 만남 시간이 되게 짧아진다. 애기들이야 별 말 안 하고 몸만 배배 꼬고 있어도 캐릭터들이 만남을 엄청 오래 해준다. 디즈니에 온다고 공주 드레스를 차려입은 아가들이 공주들이랑 이야기를 하고 있는 모습은 지켜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도 너무너무 귀엽고 웃음이 절로 지어지는 광경이다. 하지만 어른은 그런 거 없다. 자기가 그 영화 관련해서 대화를 이어가지 않으면 그냥 캐릭터 만남은 빨리 끝나는 거다. 가장 처음 만난 캐릭터는 중국 구역에 있는 뮬란이었는데, 그때만 해도 맞장구밖에 못 쳤다. 어디서 왔냐, 한국에서 왔다, 그러냐 나 전에 한국 관광객한테서 헬로 배웠다 안녕하세요? 맞냐, 어 맞다 너 발은 되게 정확하게 잘한다, 중국어로 헬로는 뭔지 아냐, 안다 니 하오 아니냐, 오 너도 잘 한다 사진 찍자. 가 끝이었다.



독일에서 만난 백설공주도 마찬가지였다. 안녕 어디서 왔니 뭐 그 정도? 아니 근데 백설공주는 그래도 돼. 내가 디즈니 월드 전체에서 만난 백설공주 중에 - 퍼레이드에 참여하는 백설공주 포함 - 이 백설공주가 제일 예뻤다. 진짜 내가 상상하던 백설공주 그 자체랄까. 와 얘기 거의 못하고 만남이 끝났는데도 너무 예뻐서 가슴이 선덕선덕.



그다음에 모로코에서 만난 알라딘이란 자스민에서는 조금 더 나아졌다. 사실 애초에 알라딘이 잭 에프론이랑 엄청 비슷하게 생겨서 캐릭터 만남을 기다리는 그 순간부터 기분이 좋기는 했다. (아 진짜 이놈의 얼빠 기질은 언제쯤 개선이 될까.) 쟈스민이 내 원피스를 칭찬하길래 market place에서 산거라고 대답했더니 오 너도 market place 가는 걸 좋아하냐 나도 좋아한다 사실 알라딘이랑도 거기서 처음 만났다 하면서 이야기를 늘어놓는데, 정말 동화 속으로 걸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알라딘이 특유의 엉뚱한 기질을 발휘해서 농담 따먹기를 하며 쟈스민과 대화를 주고받는 데 참여하고 있노라니 아 이래서 한 번 캐릭터 미팅에 맛을 들인 사람들이 헤어 나오지를 못 하는구나 싶기도 하고.



점심 겸 저녁으로 캐릭터 다이닝을 예약한 건 신의 한 수였다! 그리고 그 이야긴 다음 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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