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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이 Sep 20. 2024

느려져도 괜찮아! 시간이 빨라졌을 뿐...

2024년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후기

2024년 9월 8일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이하 철원마라톤으로 표기) 하프코스에 참가하였다.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하프코스도

철원마라톤은 매년 9월 초에 편성되어 날씨의 변수가 큰 대회이다.


보통은 더워서 못 뛰지만

비가 내려주면 시원하게 잘 뛸 수 있다.


하지만 지형적인 측면에서는 

하프코스는 기록단축에 유리하다.


왜냐하면 하프는

북쪽(월정리역)에서 남쪽(고석정)으로 뛰는데

대부분이 내리막이고 초반 10km 정도가 민간인통제구역이라서

그 어떤 대회보다 도로통제가 원활하다.

루이숌님께서 찍어주신 사진

출발은 좋았다.

하늘에는 구름이 있었

땅 위에는 바람이 있었다.


적당하게 땀이 났고

몸이 웜업이 되어서

딱 뛰기 좋았다.


나는 PB(Personal Best : 개인최고기록)를

세울 수 있는 페이스(1km당 4분 초반)로 뛰어나갔다.


더워져도 1시간 30분 안에는 뛸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21km지점 사진

민통선에 있는 초소를 통과할 때

하늘의 구름은 지구 저편으로 사라졌고

그의 친구 시원한 바람도

철원에는 존재하지 않았다.


온도는 30도를 훌쩍 넘을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분명 논의 벼는 익어서 9월이라고 알리는데

그늘 하나 없는 아스팔트길은 삼복더위로

가득 찼다.


건조한 세상을 달래기 위해

내 몸에서 땀이 비 오듯 솟아났고

리는 땀의 양만큼 나는 느려져갔다.


나의 페이스는 점점 느려진 반면

나의 눈과 귀는 점점 밝아져서

듬성듬성 핀 코스모스도 보였고

주민분들의 간헐적인 응원도 들었다.

예전에 참가했던 철원DMZ국제평화마라톤 사진

체력저하로 페이스가 떨어지니

오만잡생각이 들었다.


느려지니 세상을 더 많이 느낄 수 있다는 것은

진실로 내가 느려진 것이 아니라

시간이 빨라져서 많은 것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닌지?


항상 느려지는 이 마라톤을 하는 이유는

느려지고 싶어서가 아니라

빨라진 시간을 느끼고 싶어서는 아닌지?

피니쉬지점에서 쓔퍼맨 형님과 한컷!

잡념 속에 그렇게 완주하였고

내가 완벽하게 느려지고 시간이 진짜 빨라졌을 때

회상할 좋은 추억 한 페이지도

이쁘게 마무리하였다.

온몸은 지쳤으나 마음은 행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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