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고 보면 언제나 내 감정을 드러내는 것이 화근이었다. 마음이 불편하면 표정에서 드러나고 말투에서 드러났다. 그러면 상대는 왜 그러냐 물었고 나는 아니라 하면서도 이놈의 감정이라는 걸 숨기지 못해서 말하게 되고 말하다 보면 오해가 돼서 나의 본래 생각과는 다른 결과를 초래하기 일쑤였다.
말을 하면 할수록 꼬이고 상대는 또 다른 말로 내 감정을 휘젓고 그러다 보면 억울하고 또 서운하고 우울의 감정이 가시질 않고 감정이 파도를 쳤다.
그래서 나는 감정을 드러내거나 서운한 마음을 표현하면 안 된다고 늘 다짐하지만 여지없이 무너지고 물 흐르듯이 살아가리라는 결심은 무너졌다.
나는 왜, 상대가 무심코 한 말이나 행동에 감정이 휘둘려 상처를 받을까. 인정받고 위로받고자 하는 욕구일까.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장악하지 못함에서 비롯된 나약함 때문일까.내 안에 치유되어야 할 무엇이 있어서일까. 생각해 보면 과거에 아팠었고 상처받고 억눌렸던 기억들, 해소되지 못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다시 건드린듯한 아픔들.
생각해 보면 외로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혼자될까 봐 두려워하는 마음이 나의 감정을 생채기 내고 그 감정을 드러내서 상대와의 관계가 흐트러지면 나는 여지없이 마음의 심연으로 내려갔다.
언제나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어야 했고 좋아하고 설레는 감정을 느껴야 했다. 그래서 저돌적이 되었고 집착하게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나는 감정에 포로가 된 것이었다. 이제라도 나를 더 사랑하고 혼자서도 외롭지 않고 내 감정을 휘젓는 어떠한 말에도 쓰러지지 않는 튼튼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야 한다.
물 흐르듯이, 가면 가나보다 오면 오나 보다 하며 살아간다는 게 버겁다. 이놈의 감정은 왜 이토록 큰 돌덩어리로 물길을 가로막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