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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Aug 06. 2017

첫 번째, 공공디자인

2017.05.20 ~ 2017.07.18

인터뷰에 대한 호응이 뜨겁다. 사실 공공디자인 워크숍을 정리하는 글로써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하지만, 정작 워크숍을 어떻게 진행했는지 이야기하지 않아 궁금해하는 분들이 있었다. 그래서 순서를 바꿔 워크숍에 대한 이야기를 지금 해보고자 한다.


공공디자인이 뭐예요?

공공디자인 워크숍 포스터 designed by 박성범


인터뷰 기사 서두에 언급한 대로, 공공디자인 워크숍은 5월 20일 토요일에 이우학교 학습관 세미나실에서 시작되었다. 공공 소통 아티스트 Jelly Jang과 +Miners 100 정성빈 디렉터는 '공공디자인'이라는 개념에 대해 강의했다. 낯선 개념인 데다 '공공'에 대한 선입견이 있어 어려울 것만 같았다. 하지만 공공디자인은 일상의 개념이었다. 우리는 도시에 살면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불편함들이 있다. 혼잡한 버스정류장, 무단 투기된 쓰레기, 통행을 방해하는 간판... 나열하자면 무수히 나올 법하다. 그런 것들을 작은 디자인으로 해결함으로써 공공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 공공디자인이다.

 

그동안 Jelly Jang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공공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kit를 만들었고, 조경사업이 본업인 정성빈 디렉터는 서울 100이라는 도시재생을 통해 공공디자인 활동을 해왔다.


*Jelly Jang의 활동 사례가 궁금하다면 > http://blog.naver.com/jelly_jang

*정성빈 디렉터의 공공디자인 활동이 궁금하다면 > https://www.facebook.com/seoul100.co.kr/


2시간 정도 공공디자인에 대한 개념과 사례를 듣고, 그들은 학생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워크숍의 방향을 설명했다. 워크숍은 학교 공간에 필요한 공공디자인을 구상, 설계, 실행하는 방향으로 운영할 예정이었다.

워크숍 첫 모임이 끝나기 전, 학생들에게 미션이 주어졌다.

"다음 시간까지 학교에서 디자인해보고 싶은 아이디어를 생각만 해오세요!"

(참여한 학생들이 고2, 고3인지라 최대한 학업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 워크숍 준비를 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렇게 우리는 첫 모임을 마쳤다.


학교에 공공디자인을 해보자!


두 번째 워크숍. 예정대로 학교에서 디자인해볼 수 있는 공공 문제들을 브레인스토밍 하는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본인이 학교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불편함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그리고 해결했을 때 형성되는 가치에는 무엇이 있을지 고민하는 시간. 나름 어려운 미션이었다. 우리는 불편함이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있기에 단번에 기억해내기는 쉽지 않다. 그래서 한동안 정성빈 디렉터가 나누어 준 미션 종이를 채우지 못하는 학생도 있었다.  

무엇을 써야할지 고민하고 있다
몇 분 지나자 학생들은 자신이 느꼈던 불편함을 조금씩 적어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학생들은 펜을 바삐 움직였다. 몇 분 지나니 빈 종이 없이 모두가 각자 느꼈던 것들을 세세하게 적어냈다. 놀랍게도 내용이 겹치지 않았다. 이 작은 학교 공간에서도 불편함은 다양하게 발생했다.


"쓰레기통 주변에 쓰레기가 떨어져 있어서 청소쌤이 정리하시기 힘들어요."

"화장실에 휴지가 낭비되고 있어요." "교실 테라스에서 쉬기가 불편해요."

"계단이 삭막해서 꾸며보고 싶어요."

"계단에 앉아있는 학생들 때문에 통행하기 불편해요."


이 밖에도 크고 작은 문제들. 곰곰이 생각해보면 학교를 이용하는 사람은 한 번쯤 느꼈을 문제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이었다.


각자 가지고 있는 문제의식들을 서로 공유하는 시간을 가진 후, 직접 문제의 현장을 돌아보았다. 문제 현장 외에도 혹시 빠뜨린 문제가 있는지, 더 재미있게 디자인해볼 수 있는 공간은 없는지 알아보기 위해 학교 구석구석까지 살펴보기도 했다. 그냥 보고 가면 잊힐까 싶어 Jelly Jang이 미리 나누어 준 스티커를 이곳저곳에 붙여 흔적을 남겼다.


Jelly Jang이 나누어 준 스티커 (Designed by Jelly Jang)

 


어떻게든 만들어보자!


두 번째 워크숍에서 학생들은 교내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을 발견하기 위해 고민했다. 세 번째 시간에는 이전보다 더 심도 있게 머리를 굴려야 했다. 이제 본격적으로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사람들이 어떻게 이용하게 해야 할까?"

"우리는 이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어떤 공공의 가치를 추구할 수 있는 것 일까?"

 

그런 고민을 차곡차곡 담아 각자가 도출한 해결방안을 발표했다. 그리고 해결방안이 적합한지, 필요한 재료들은 무엇이 있을지 함께 고민했다.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이 공유되면서, 팀 내에서도 발견하지 못한 한계점이 드러났다. 두 시간쯤 지났을까, 열띤 논의 끝에 준비할 재료들을 정리했다.



드디어 실행단계의 날, 준비한 소품들을 들고 문제의 현장에 설치하는 시간이 된 것이다.

권오경, 김가연, 안주연 학생은 어지럽혀진 화장실에 문제의식을 가지고 흐트러진 물품들을 정리할 수 있는 바구니 설치, 휴지의 적정량이 표시된 스티커 선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를 "'너도'가 아닌 '내가'"라고 명명했다.



계단 통행에 문제의식이 있었던 박서연, 고현아 학생은 계단을 내려갈 때 계단에 앉아있는 사람들이 비켜서도록 하기 위해 귀여운 삑삑이 장난감을 계단 난간에 설치했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띵동 쿠다 사이".


원래 학생들이 준비했던 재료는 자전거에 다는 벨이었다. 하지만 난간의 폭을 정확하게 측정하지 않아서 달 수 없었다. 그래서 뾱뾱이 장난감을 대신 설치했다.


모든 설치를 마무리하고, 학생들은 세미나실로 다시 돌아왔다. 이제 워크숍 일정을 마무리할 시간.


4회 차 워크숍, 짧은 시간이었다. 더구나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실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그럼에도 학생들은 각자가 떠올린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든' 노력했다.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여 무엇을 만들어 냈다.

해냈다는 성취감 때문일까, 학생들은 워크숍이 끝났다는 것에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인터뷰 때 Jelly Jang이 남긴 말처럼, 아쉬움이 큰 만큼 배움의 크기도 컸으리라. 공공디자인 워크숍은 그렇게 막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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