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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환주 Sep 04. 2018

지방에는 주거문제가 없다고요?

Ep. 6 : 전북주거복지센터 김영찬, 권대환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 이번에도 서울이 아닌 지역을 방문했다. 전라북도 전주, 전국 최초로 시청 부서에 주거복지과를 설립한 도시다. 그동안 주거복지 개념이 공공영역에서는 확산되지 않았다는 주거 활동가들의 말들이 있었지만, 다른 곳보다 앞서서 주거문제를 민간차원이 아닌 공공차원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하는 도시를 찾았다. 

그런데 의문이 들었다. 서울시가 가장 주거문제가 심각한 도시인 것 같은데, 왜 중소도시인 전주에 주거복지과가 신설된 것일까? 심지어 취재과정에서 ‘전주형 주거복지네트워크’를 발족해 다양한 시민단체들도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보았다. 과연 전주는 어떤 이유로 주거복지의 선두주자가 된 것일까? 

지난 8월 22일에 나는 전북주거복지센터 사무처장으로 활동하다 2년 전부터 전주시청에서 근무하는, ‘어쩌다 공무원’이 된 김영찬 전 사무처장과 현재 전북주거복지센터 이사장인 권대환 씨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왼쪽부터) 필자, 김영찬 전 사무처장, 권대환 이사장


Q.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 : 저는 전북주거복지센터에서 10년 동안 사무처장으로 활동했던 김영찬입니다. 2016년 6월 1일 자로 전주시청 주거복지과에서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권 : 저는 전북주거복지센터 이사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권대환이라고 합니다.    

  

Q. 공무원을 하게 된 계기는?

김 : 지금 전주시장님이 처음 당선되었을 때, 저희 센터와 만난 적이 있어요. 그 때 주거복지 또는 주거문제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요. 시장님이 주거복지를 전담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셔서 주거 전문가를 공개 채용을 진행했죠. 그 때 제가 뽑혀서 일을 하고 있는 겁니다. 저는 공무원으로 임명된 이후에 바로 주거복지과 설계 작업도 하고 부서별로 흩어져 있는 주거복지 정책을 통합해서 운영하는 안을 마련했어요. 그 결과로 2017년 1월에 주거복지과가 신설되었죠. 전국에 있는 지자체 기관 중에 주거복지과가 있는 곳은 전주시청이 유일합니다.      


Q. 주거문제 해결 활동을 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 : 제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처음 취직한 곳이 자활센터였는데, 그 때 맡았던 업무가 집수리 사업단이었어요. 집수리 사업을 하려면 수리가 필요한 집을 방문해서 상담도 하고 조사도 하는데, 방문하는 가정마다 다양한 문제들을 안고 있는 것을 보았어요. 임대료가 체납되어서 주거가 불안한 가정도 있었고, 집주인이 거절해서 수리를 못하는 가정도 보았어요. 결국 집수리만 한다고 해서 그들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사회복지사로서 역할을 가지고 주거문제에 대해 더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다 싶었어요. 가끔 자활센터 활동가들과 모여서 이야기 할 때 제가 가지고 있는 고민을 나누어보기도 했는데, 2005년 정도에 수도권에서는 이미 주거복지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그 때 주거복지를 논의하는 활동가들, 주거문제 단체들과 연결돼서 함께 ‘주거복지센터’를 만들기로 했어요. 여러 곳에 사업 제안을 했는데, 2007년에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지원으로 주거복지센터 설립 사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어요. 그렇게 해서 전북지역에 주거복지센터가 설립되었고, 저는 자활센터에서 나와서 전북주거복지센터 활동을 시작했어요.     

권 : 저는 도시계획을 공부했고, 2008년부터 2015년까지 7년 동안 전주시청 연구소에서 일을 했어요. 거기서 도시재생과 관련한 대부분의 일을 기획하고 개발하는 일을 했죠. 도시재생 추진단도 만들고, 권역별 관리체계도 만들었는데, 어느 순간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도시재생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전문가 코디네이터를 붙여서 ‘동동동 마을재생사업’을 준비했죠. 준비과정에서 도시재생은 결국 주거지 재생, 주거재생으로 연결되더라고요. 그래서 전북주거복지센터 관계자와 사업을 같이 하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고, 그 때 김영찬 선생님께 부탁을 드려서 함께 사업을 진행했죠. 김영찬 선생님은 주거복지 분야로 모셨고, 농촌, 건축, 문화예술교육처럼 다양한 분야 활동가도 모셔서 같이 활동했어요. 나중에 코디네이터들끼리 모여서 술을 마시기도 했는데, 그 모임이 계속 이어져서 <전주마을재생코디네이터협의회>이 만들어졌어요. 

그렇게 가깝게 지내고 있다가 김영찬 선생님이 저를 전북주거복지센터 운영위원으로 참여해달라고 요청하셨어요. 그 때부터 제가 전북주거복지센터에서 활동을 했죠. 그렇게 시간이 지나서 이사장까지 하게 되었네요. (웃음)     


Q. 전북주거복지센터는 그동안 어떤 사업들을 진행해 왔나요?

김 : 저희가 10년 동안 활동하면서 이뤄낸 결과물들이 몇 개 있어요. 크게 두 가지를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우선, 전국에서 최초로 ‘주거복지기본조례’를 만들었어요. 그 때가 2011년이었는데, 주거기본법도 제정되지 않았던 시기예요. 그러니까 법이나 제도가 없었던 때에 처음으로 주거복지에 대한 조례를 제정하라는 운동을 했고, 실제로 제정되었다는 것에 의미가 있죠. 

또 하나는 2010년도에 전라북도에서 임대주택보증금 지원 정책이 시행 되었는데요. 영구임대주택에 입주하고 싶어도 은행권에서 대출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지자체가 나서야 한다는 것을 전라북도청에 요구했어요. 도청이 이를 받아들였죠. 그래서 도비와 시비를 함께 지원해서 10년 이상 장기임대주택 입주 예정자 중에 저소득계층에게 무이자로 2천만원까지 대출하는 사업이 시행되었어요. 지금은 지원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지자체들이 있지만, 이 정책도 전라북도가 전국 최초로 시작했죠.     

전북주거복지센터 사무실 모습


Q. 전국에서 최초로 진행된 것 중에 전주형 주거복지네트워크도 있다고 알고 있는데이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김 :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주거복지센터’시범사업을 할 때, (모금회에서) 수도권, 전주, 대구 이렇게 세 지역을 지원했어요. 전주가 지원을 받게 되긴 하였지만 모금회 예산도 적고, 정부가 연계해 줄 수 있는 단체나 기관도 한계가 있으니 민간에서 인력들을 최대한 모아보자는 움직임이 일었죠. 그 때 전북주거복지센터는 다양한 복지단체와 연결하려고 했어요. 주거문제는 단순히 집 문제가 아니라, 일자리문제, 양육문제 등 여러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니까요. 2-3개월 동안 여성, 장애인, 아동, 수급자 권리단체 등 다양한 시민단체를 만났고, 2007년도 4월에 저희와 함께 하겠다는 단체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했어요. 그게 ‘전주형 주거복지네트워크’가 되었죠. 지금은 전주시청 주거복지과가 주관을 해서 민관 협력 체계로 운영되고 있죠.      

네트워크를 통해서 주거상담을 하는데, 각 단체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자원들을 최대한 모아서 주거약자를 도와주기도 하면서 통합적으로 사례를 관리하고 있어요. 또는 정부나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주거복지정책을 공유해서 각 단체가 할 수 있는 사업들을 논의도 하고요. 한 단체는 장애인 복지 단체인데, 집에서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아서 집수리에 대한 필요가 높았어요. 하지만 그동안의 집수리 사업은 장애인 편의시설을 고려하지 않은 사업이었죠. 이제는 네트워크가 있으니 정책적으로 편의시설 확충을 요구하기도 하고, 장애인 주거 편의시설 사업을 직접 진행하기도 하는 환경이 갖추어졌죠. 

또 다른 사례는 한 여성 단체가 주거복지 사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었어요. 그 단체는 예산은 있는데 사업에 대한 전문성이 없었던 것이죠. 그래서 저희 단체에 의뢰를 해서 집수리 사업단과 같은 인력을 활용해서 사업을 진행했고요.      

건물주와 협약을 맺어서 빈 집을 활용한 긴급주택 사업을 한 적도 있었는데요. 갑자기 집에서 쫓겨났거나, 가정폭력을 당해서 분리가 필요한 사람들처럼 긴급하게 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 분들을 위해서 ‘희망의 집’이라는 사업을 진행했어요. 각 단체들이 연합해서 1년 동안 무상으로 지낼 수 있도록 사회복지서비스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운영했어요. 예를 들면, 저희 단체가 주거를 맡고, 자활단체가 입주자의 자활을 위해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죠. 입주자의 상황에 따라 지원 단체의 수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시스템으로 운영했어요. 5년 동안 5호 주택까지 늘여서 운영했는데, 2015년에 사업을 끝냈어요.      


Q.  왜 2015년에 끝났나요?

김 : 지자체가 비슷한 사업을 시행하고 있기도 하고, 내부적으로 재정, 인력 문제가 있기도 해서 중단할 수밖에 없었죠. 앞으로 상황이 나아지면 다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해요.       


Q. 서울 집중화 때문에 전주에서 발생하는 주거문제가 있다면 무엇이 있을까요?

김 : 아무래도 서울은 인구가 많아서 주거문제를 겪는 사람들도 많죠. 더구나 집값도 비싸니까 주거문제가 심각하죠. 지방은 서울에 비해서 인구도 적고 집값도 싸지만 주거문제가 없지 않거든요. 그런데 지방은 주거문제가 없다고 보는 경향이 있어요. 주거문제를 연구하는 사람들도 서울의 사례를 중심으로 연구하고, 언론도 서울의 문제에 집중해서 지방은 계속 소외되는 것 같아요.

지방 내부에서도 문제의식이 크지 않는 것 같아요. (서울만큼) 시민단체가 많이 조직 되어 있지 않다보니까 공론화가 잘 안 돼요. 주거복지센터가 아무리 목소리를 내더라도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으니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것이죠. 

최근에 청년 문제가 이슈 되면서 지방에도 청년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어요. 그런데 청년만 집중해서 다른 계층이 소외당하는 문제가 발생하기도 해요. 그래서 다양한 계층이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보아야 할 것 같아요.      


Q. 본인에게 주거는 무엇인가요?

김 : 어렵게 생각할 것 없이 “주거는 권리다!” 라고 말하고 싶어요.     


Q.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우리 사회에는 무엇이 필요할까요?

김 : 주거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생각하고 바라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청년의 주거문제, 장애인의 주거문제, 서민의 주거문제가 각각의 문제가 아니라 모두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인간이 살기 위해서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주거공간인 만큼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럴 때 주거복지가 확대될 것이라고 보고요. 사실 복지는 특정 계층만이 받는 게 아니에요. 과거에는 노인 복지, 장애인 복지 등으로 불리면서 특정한 사람들만이 받는 것으로 생각하게끔 되어 있었죠. 시간이 지날수록 무상급식, 청년수당과 같이 보편적 복지가 확대되는 만큼 지금은 불특정다수가 복지 혜택을 받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법적으로 복지 개념을 넓혀야 된다고 생각하고, 더 나아가서는 주거도 특정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보편적 복지에 포함될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십니까?

권 : 지금까지는 민간차원에서 활동하다보니까 후원금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었어요. 그러다보니 재정적으로 한계가 많이 있었죠. 앞으로는 시청과 같이 공공영역에 주거복지센터를 만들어서 기본적으로 주거문제를 공공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해요. 주거문제 상담도 공공에서 받을 수 있도록 체계를 구축하는 게 맞다고 보고요. 

민간차원에서도 주거복지센터 역할은 필요해요. 공공이 할 수 없는 일이 있으면 민간영역에서 대안을 제시하고 방향을 수립해야 하니까요. 앞으로 공공영역에서 주거복지정책을 많이 시행하면 민간단체로서 사회주택을 활성화시키는 데 주력을 다하려고 해요. 지금도 민관 협력으로 사회주택포럼도 열고 있어요. 앞으로 더 확대하려고 하고요.     

또 다른 계획으로는 전라북도에 주거복지의 필요성을 확산시키는 일도 하려고 해요. 전주시는 어느 정도 주거복지라는 개념이 정착되고 있지만, 아직 개념조차 생소한 지역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주거복지가 왜 필요한지 알리는 일을 하려고 합니다.      

네 번째로, 사회주택이 만들어지면 운용주체로서 자리매김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요. 작은 풀뿌리단체가 후원금으로는 조직 운영하기가 쉽지 않아요. 그래서 수익구조를 만들기 위해서 주택협동조합, 사회주택, 공유주택 같은 사업을 시작해서 운영기금을 마련하고, 긴급주택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주거공간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하려고 해요.      

유동성 있게 지원할 수 있는 긴급주거시스템을 정착시키는 것도 계획하고 있어요. 민간은 공공처럼 복잡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될 때가 많아요. 그래서 지금 당장 지원해야 하는 것들, 사소한 집수리 같은 일들을 융통성 있게 처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필요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실제로 급하게 지원을 바라는 사람들도 많고요.      

마지막으로 주거복지 또는 주거교육을 진행하려고 해요. 주거란 무엇인지, 주거복지가 왜 필요한지 등 본질적인 질문들을 던짐으로써 ‘주거권’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보려고 해요. 




*위 글은 오마이뉴스로 기사로 게시되었습니다. http://omn.kr/111f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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