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넘은 시각
건너편 아파트 불빛이
하나 둘 꺼져가듯이
소중한 이들이 떠나간다
무서우리만치 아무것도 없는 그저
어둡고 좁은 외길
끝없는 적막함이
심장을 두들긴다
절로 눈물이 나는 길이지만
위에 오롯이 새겨진 발자국들
이 길도 사람이 걷는 길이라 가르친다
누구나 초라해질 수밖에 없는 길을
묵묵히 걸어간 흔적들
눈물 머금듯 따라가다 보면
투박한 길 위에 서려있는
혼자라는 깊은 얼룩들이 묻어난다
버려져야할 것들이 자꾸만
발걸음에 새겨진다
- 정승한, <외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