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야물딱진 박똥글 Mar 19. 2022

다시 회사, 다시 쇼핑몰



다시 재취업해서 회사를 다니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다양한 아이템들을 시도해보았지만 이거다 하는 기미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생활비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압박도 심해졌었다.


재취업 당시에는 이런 생각이었다.

'그래 이제는 안정적으로 돈을 벌자.. 사업은 맞지 않는 거야. 원래의 전공을 살려서 다시 사회복지를 하자. 대신 좀 더 전문적인 분야인 정신보건사회복지사 자격을 취득하자'


 정신보건사회복지사를 하려면 시험을 쳐서 기관에 들어가 1년간 연수를 받아야 한다. 기관 별로 시험이나 면접 등 재량이지만 어쨌든 공부를 해야만 했다. 그래서 공부를 겸하기 위해 월급은 적지만 자유로운 분위기의 회사에 일자리를 구했다. 다행히도  적당한 회사여서  스트레스나 에너지 소비가 없었퇴근  공부를   있었다. (돈과 비전을 포기하면 이런 일자리는 많다.)

 오래간만에 이렇게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을 받으니 좋았다. 일단 생활비라는 하나의 짐을 덜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사람들과 어우러지니 파워 E는 좀 살 것 같았다.

(수직관계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것이지 사람과 모임 자체는 좋아하는 편..!)


근데 회사를 다니면서 다시 공부를 하다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정신보건사회복지 연수를 받고, 취직을 하고 결혼을 하고 평생  일을 한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사회복지라는 직업이 여자가 하기엔 안정적이고 괜찮은 직군이라 생각한다. 게다가 준비하려는 정신보건사회복지는 학부 때부터 관심 있어서 실습과 부전공 모두 정신보건 쪽으로 준비해 두었기 때문에 시작하면 잘할 자신도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하는 상상만 해도 답답했다. 사람을 상대하는 , 실무가 끝나고 나면 밀려있는 사무일, 정확한 계급사회... 거기도 기관 by기관이겠지만 대부분이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전에 사회복지일을 해보고 ‘복지’ 자체에 큰 혼란을 겪었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더욱 하기가 싫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실패의 경험이 더욱 많지만 이것저것 도전하던 백수 아닌 백수 시절이 더 그리웠다. 그래서 처음에 큰돈은 못 벌어도 이렇게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처럼 차라리 스토어 공부를 하고 키워보는 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결국 다시 회사를 다니면서 쇼핑몰을 도전하게 되었다.



다시 쇼핑몰을 하기로 마음을 먹고 어떤 걸 할까 고민하다가 예전에 모임으로 만났던 사장님 생각이 났다.

여자 옷을 판매하시던 남자 사장님이셨는데  사장님과의 인연은 이랬다.


같은 지역의 셀러 모임에 토퍼를 팔던 시절부터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모임 사람들과 친목모임으로 자주 만나면서 친해졌었다. 그러다가 방장이 갑자기 개인 사정이라면서 오픈 채팅방이었던 단톡방을 예고 없이 폭파시켜버렸고, 그때 친하게 지냈던 사람들과는 아예 인연이 끊겼었다. 그리고 그렇게 1년 반 정도 지났다.


너무 뜬금없이 생각난 사장님이어서 어떻게 연락할 방법이 없을까? 싶어 1년이 넘은 카톡방 목록을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다행히 이전에 모임비 정산한다고 주고받았던 카톡이 있었다. 근데 번호가 없이 그냥 카톡방이어서 살아 있는지도 모르는 계정이었지만 무작정 카톡을 날렸다.

'안녕하세요. 저 그때 00 지역 셀러 모임 참여하던 000입니다.'


답장이 올까 말까 엄청 기대했는데 답장은 거의 하루 만에 왔었다. 부계정(?)이어서 이제야 발견하셨다고...

그전에 친목모임 하던 몇 명과는 계속해서 연락하고 계신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그들의 모임에 나도 다시 참석하게 되었다. 여자 옷을 파신다는 이 사장님(이하 나비사장)은 중국 물류를 이용해 여성의류를 판매하시는데 한 달에 8천~1억씩 판매하시는 분이었고, 모임 중 한 분(이하 완구사장)은 아동 완구로 특수 시즌에는 2~3억씩 판매하시는 분이셨다. 나는 완전 초보여서 모임에 참석하기 민망했지만 꿋꿋이 나가서 내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나비 사장님이 자신을 따라서 여성의류를 시작해보라며 아이템을 밀어주시겠다고 했다. 이유를 여쭤보니 기억해준 것도 고마웠고 용기 있게 연락한 것도 기특해서라고 했다.


 하지만 생각지도 못했던 여성의류라니.. 나는 패션에 진짜 관심이 없어서 옷도 잘 안 사 입고, 입는 것만 주야장천 입는 스타일이었다. 패션 테러라는 말도 되게 많이 듣는 사람인데 걱정이 되었다. 그랬더니 나비 사장님이 나도 남자인데 여성의류 해서 잘 팔고 있지 않느냐고 말하셨다. 그리고 나비사장님 누님들도 쇼핑몰을 하시는데 모두 50대이시고 나비사장님보다 훨씬 더 매출을 잘 내고 계셨다. 그 말을 들으니 내가 본 수많은 영상 중 어느 유튜버가 한 말이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팔고 싶은 물건만 팔아서는 망합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거, 돈이 되는 걸 팔아야 합니다."


 게다가 옆에서 친절히 알려주고 끌어주시겠다는 리얼 스승님이 계시는데 뭐가 걱정이란 말인가!

그렇게 나비사장님네 사무실에 가서 본격적으로 중국 물류와 여성의류 판매를 배우기 시작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이템을 찾아 떠나는 실패의 기록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