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를 진단하는데 필요한 검사들
약 2개월의 대기를 버티고 예약한 병원에 첫 방문을 했다. 이전에 받았던 CAT검사 결과지와 이전 병원에서 의사 소견서 등을 떼서 병원에 지참하였다.
처음 상담실에 들어갈 때가 생생히 기억이 난다. 무척이나 떨렸다. 그때의 내 마음은 낯섦과 기대가 가득 찬 마음이었다. 마치 대학교 신입생 때 난생처음 대학교 첫 수업을 들으러 강의실에 들어가는 마음과 비슷했다.
“안녕하세요. OO 씨”
기분 좋은 인상을 가지신 의사 선생님께서 인사해 주셨다.
“전화로 성인 ADHD 인 것 같다고 예약을 주셨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불편함이 있으셔서 방문하게 되신 걸까요?”
친절하게 의사 선생님이 물어보셨다.
“안녕하세요. 저는 자영업을 하거든요. 해야 할 일이 너무너무 많은데 막상 그걸 제대로 하지 않고, 심지어는 아무것도 안 하고 하루가 끝나버릴 때도 있어요. 그게 정말 너무 스트레스예요. 그런데 그렇게 자괴감이 들 때면 이상하게 생활패턴도 무너져버려요. 마치 ‘너는 이 정도밖에 안 되는 애야’라고 스스로 더 큰 자괴감의 늪에 빠뜨리는 것처럼요. 제 자신한테 벌주는 느낌이에요. 회사를 다닐 때도 매번 깜빡하고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서 어려움이 있었거든요. 그때도 혹시 성인 ADHD가 아닐까? 생각이 들어서 병원에 가서 약도 먹어봤는데 그렇게 크게 효과가 있었던 것 같지 않았어요. 그래서 2주 정도 먹어보고 임의로 중단했어요. 그리곤 단순히 직장스트레스인가 보다 했는데 퇴사하고 혼자 일을 하는데도 똑같아요. 아니 오히려 더 두드러지게 보이는 것 같아서 너무 괴로워요..”
나는 힘들었던 이야기를 했다.
“성인 ADHD가 진단하기가 쉬운 질병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몇 가지 검사를 먼저 해보고서 더 얘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아요. 이전에 시행하셨던 검사 제외하고 몇 가지 더 해볼게요.”
성인 ADHD는 우울증, 불안장애 등 여러 공존질환을 동반하기 때문에 그것에 가려져 단순히 몇 가지 사항으로만 성인 ADHD로 진단하기는 어렵다고 한다.
ADHD를 진단하기 위한 검사는 여러 가지가 있다. 내가 시행한 검사들은 아래와 같았다.
(전문가가 아니기에 홈페이지에 나온 설명+제 느낌을 적었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시행하는 검사는 집중력을 보기 위한 CAT 검사이다. 집중력과 판단력 등을 파악하기 위한 검사인데 40분 동안 컴퓨터에서 제시하는 상황에 스페이스바를 누르는 미션을 수행함으로써 측정한다. 초반에는 재밌다가 길어지니깐 굉장히 지루했다. 후반에는 점점 집중력이 흐려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성인 ADHD를 의심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자가보고척도인데, 지난 6개월 동안 나에게 해당한 문항에 체크하면 되고 병원에 있는 태블릿으로 진행한다.
ADHD는 아동 청소년기 질환으로 보고 아동기에 대한 진단만 있었는데 성인기와 아동기를 비교해서 체크하도록 나눠져 있다. ADHD DSM-5에서 성인 ADHD진단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다.(순전히 내 생각) 체크할 때 가족들의 도움을 받아 객관적인 체크를 할 수 있다.
그 외에 자율신경 균형검사: 손목 발목에 집게 같은 것을 집어서 약 몇 분 간 기다리는 것이다.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하는 것인데 나는 우울증은 있지만 좀 일시적이고 금방 잊어버리는 경향이 있어서 스트레스 정도는 다 정상으로 나왔다.
그리고 한국판 심리도식 질문지 등까지 했다. 웩슬러 지능검사, 게슈탈트 검사 등 풀배터리 검사까지도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비싸기도 해서 나는 하지 않았다.
여러 검사를 다 한 후에는 의사 선생님과 더욱 깊은 이야기들을 나눈다.
검사를 마쳤다고 해서 처음부터 ADHD라고 진단받지 않는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이 더 이루어지고 나서야 검사결과와 상담내용을 토대로 의사 선생님의 판단하에 진단이 내려진다.
게다가 이 검사들보다 더 중요한 것이 ‘12세 이전부터 증상이 시작되었는가’이다. 이는 ADHD가 소아 청소년의 대표적인 질병이고 성인 ADHD는 어린 시절에 겪었던 ADHD가 내재되면서 성인으로 자란 사람에게 나타나는 질병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진단에 필수조건이기에,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물어보셨다.
여러 검사들을 진행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되어 어린 시절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회기때 하기로 했다.
병원에 오기 전 어린 시절에 대해서 주변인에게 많이 물어보고 오라고 하셨다.
나는 병원진료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