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겠지만 이 주제로 사진을 찍으면 반려견을 많이 찍게 될 거라 생각했는데(내가 강아지를 기르고 있어서인가...?), 예상과는 다르게 고양이를 촬영할 기회가 먼저 생겼다. '빼로'의 보호자는 옷을 디자인해서 판매하는 의상 디자이너였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내가 연락해서 만나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보호자의 집에 도착했을 때 '빼로'는 없었다.
"빼로, 잠시 산책 갔어요 곧 올 거예요"
"네?"
내가 유치원 다닐 때 고양이를 길러본 이후로 (아직도 기억에 남는 슬픈 이야기다.) 고양이와 있어본 적이 없어서인지 '산책냥'의 존재는 놀라움의 연속이다. 지난번 촬영한 '나쵸'도 산책냥이었는데... '산책냥이 이렇게 흔한 거였나?' 싶다.
보호자 분과 차를 마시며 가볍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빼로'가 들어왔다. 그리고 건넌방에서 날 가만히 쳐다보기만 한다. 오늘 촬영은 힘들어 보였다. '빼로'도 길고양이 출신인데 남자를 극도로 경계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남자에게 해코지를 당하지 않았나 추측해본다. 나라는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간식의 힘은 대단했다. 하지만 나에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보호자분이 사진을 담을 수 있게 '빼로'를 좀 더 안쪽으로 불러들였다. 내 앞을 지나가는 "빼로"의 경계심 넘치는 자세가 귀여우면서 미안함을 느끼게 한다. 가장 편안해야 할 장소일 텐데...
"아놔 다시 산책이나 갈까?"라는 느낌으로 문밖을 바라보고 있자(엄청 눈치주는 타입인듯), 보호자분이 "안돼"라고 짧고 단호하게 말하자 빼로는 다시 건넌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의 보호자분의 침실이다.
보호자 분과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빼로'가 들어왔다. 본인의 집사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에 어느 정도 경계가 풀렸는지, 나와 1미터도 되지 않는 거리인데도 보호자의 손을 깨물고 만져달라고 애교를 부렸다. 하지만 내가 움직일 때마다 깜놀하는 '빼로'였기에 마음껏 사진을 찍을 수 없었다.
내가 '빼로'와 더 친해지지 않는 한 더 이상의 사진 촬영은 힘들다고 판단하고 보호자님의 사진을 몇 장 찍어드리고 나는 이만 퇴장하기로 했다. 내가 문밖에 있었기 때문인지 침실에 있던 '빼로'가 걸어 나왔고 날 신경 쓰지 않고 보호자와 눈을 맞추는 모습을 담을 수 있었다. 대단히 결정적인 순간은 아니지만 이 날 촬영한 사진 중에서는 그나마 인상적이라고 스스로 위로 중이다.
내 소지품을 챙기고 물 한잔 마시고 떠나려는데, 거실에 깔아 둔 회색 러그 위에서 정성스럽게 그루밍을 시작하는 '빼로', 다급하게 몇 장 담았다. 나의 움직임에 놀랐는지 이상한 순간을 담아버렸다. '빼로'는 다시 그루밍을 시작했다.
여기에 보호자도 함께하며 내가 기록하고 싶었던 사진에 가까워졌지만, '빼로'에게 더 스트레스를 주기 싫어서 아쉬움을 남긴 채 나는 퇴장했다.
촬영 신청 : jangkkoo@naver.com (간단한 반려동물 소개 및 사진이나 sns 링크 주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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