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 세상을 구한다...! 아무튼 구한다!"
안녕하세요. 게임을 통해 사람들과 세상을 연결하고 싶은 [평일]입니다.
함께 새로운 장르의 게임을 만들어 나가는 모임이 있습니다.
거기에 계시는 분께서, 제게 문득 “언제부터 게임에 그토록 진심이었나요?”라고 물어보셨습니다.
생각이 많아지고 쉬이 답변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길어질 것 같아 글로 정리해 봐야겠다고 답변드렸습니다.
조금 길어질 것 같은데... 괜찮겠죠...?
ㅤ
ㅤ
"인생에서 가장 처음 접한 게임."
ㅤ
[1] 어릴 적 처음 접한 게임은, 뿌요뿌요였음. 집에 뚱뚱한 브라운관 모니터가 달린 컴퓨터가 들어왔을 때 설치 CD가 동봉되어 있었던 걸로 기억함.
ㅤ
[2] 뿌요뿌요만 며칠 하다가 곧 친척 형이 알려준 스타크래프트에 정착함.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루 종일 붙들고 살았음.
ㅤ
[3] 부모님께 당연히 혼남.
ㅤ
[4] 게임은 그냥 '재미' 그 자체였음. 매번 새로운 것들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것도 좋았음.
ㅤ
[5] 그러다가 보드게임이라는 걸 접하게 됨.
ㅤ
[6] 아버지 친구 가족들과 함께 매년 가족 여행을 갔는데 자녀들이 대부분 또래라 같이 놀았음.
ㅤ
[7] 이때 어머니가 ‘클루(Clue)’를 사주셨고 여행 때마다 들고 다님.
ㅤ
[8] 내가 좋아하는 게임을 서로 얼굴을 마주 보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하는 그 경험이 매력적이었던 것 같음
ㅤ
[9] 그리고 일단 보드게임은 친구들이랑 같이 해야 해서 그런지 부모님께서 장려했음.
ㅤ
[10] 다음에 또 블러프(Bluff)를 사주셨고, 점점 보드게임 개수가 늘기 시작함.
ㅤ
"보드게임을 만들다."
ㅤ
[11]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과학, 수학 교구를 파는 일을 하셨음.
ㅤ
[12] 그러다 고2 때인가, 아버지께서 신기하게 생긴 블록을 집에 가져오셔서 어떠냐고 물어보심.
ㅤ
[13] 여러 개로 나뉜 쌓아서 빨리 333 큐브를 맞추는 건데, 그냥 누가 빨리 맞추냐는 대결을 하거나 혼자 타임어택을 하는 거라 너무 단순해 보였음.
ㅤ
[14] 블록만으로는 안 팔릴 거 같아서, 보드게임으로 만들어서 파는 게 어떠시냐고 말씀드림.
ㅤ
[15] 그럼 한번 네가 만들어보라는 말에 갑자기 보드게임을 만들게 됨.
ㅤ
[16] 그 블록 세트에는 일반 소마큐브랑 다르게 큐빅 5개가 연결된 복잡한 모양의 블록이 있었음.
ㅤ
[17] 잘 안 맞춰질 거 같은데 몇 번 해보면 또 맞춰짐. 그리고 동일한 큐빅 수를 가진 블록을 다른 조합과 바꿔도 맞춰짐.
ㅤ
[18] 서로 플레이어끼리 공격, 방어 카드를 써서 블록을 순환시켜 누가 이렇게 바뀌는 환경에서도 빠르게 맞추는가를 겨뤄야 재밌을 거 같았음.
ㅤ
[19] 뚝딱뚝딱 만들어봄.
ㅤ
[20] 그렇게 만든 걸 아버지께서 보드게임 창작자 모임에 가져가셔서 테스트를 받아오심.
ㅤ
[21] 아이디어는 초보적인 아이디어였는데, 기존 작가님들이 밸런스부터 해서 많이 다듬어주셨음.
ㅤ
[22] 그게 2010년 콘진원 이달의 우수게임으로 선정됨.
ㅤ
[23] 그 이후 보드게임 모임을 따라다니며 그때 게임 작가님들을 많이 만나게 됨.
ㅤ
[24] 1차 신세계가 열림.
ㅤ
[25] 정말 내가 몰랐던(한국어로 정발되지 않은) 세상 신기한 게임들이 엄청 많았음.
ㅤ
[26] 그 중 기억에 남는 건 마피아 게임인 아발론의 초기 버전이었음.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아서왕 컨셉의 레지스탕스 아발론 말고 SF 컨셉의 초기 작-레지스탕스)
ㅤ
[27] 우리가 익히 아는 마피아 게임의 단점은 죽으면 할 게 없다는 것이었음. 플레이어 모두의 만족도는 일정하지 않고, 급격히 달라질 수 있음.
ㅤ
[28] 근데 이 게임은 누구도 죽지 않고 끝까지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었음.
ㅤ
[29] 기존 게임이 가진 고질적 한계를 또 다른 로직으로 뛰어넘을 수 있다는 걸 깨닫고 보드게임의 매력을 더 강하게 느낌.
ㅤ
[30] 계속 진화하는, 하나의 생물 같았음.
ㅤ
[31] 나도 보드게임 쪽에서 계속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듦.
ㅤ
[32] 성인이 되고 나서 군 입대 후, 내가 만들고 싶은 출판사 브랜드가 점점 구체화 됨.
ㅤ
[33] 무조건 이쁜 게임을 출판하고 싶었음.
ㅤ
[34] 기존 보드게임들은 너무 게임스러운 아트워크 때문에 보드게이머가 아닌 사람들에게 어필되기가 힘들었기 때문.
ㅤ
[35] 굿즈처럼 그냥 패키지 자체로 아름다운 게임을 만들고 싶었음.
ㅤ
[36] 아트워크가 예뻐서, 게임을 안 하는 사람도 “이건 갖고 싶다”라고 느끼게 하고 싶었음. 일단 가지고 있으면 플레이하게 되니까.
ㅤ
[37] 그러다 군 제대를 함.
ㅤ
"게임으로 사람들을 연결하다."
ㅤ
[38] 만 스물하나, 보드게임 출판사를 하기에는 사무실 월세가 무서웠음.
ㅤ
[39] 그냥 연구용으로 아버지랑 모은 게임들을 기반으로 보드게임 카페를 운영하며 생활비를 충당하자고 생각함.
ㅤ
[40] 그래서 우여곡절 끝에 보드게임 체험 공간을 열게 됨. 공간을 아버지, 여동생과 하나하나 손수 만들어가는 게 참 의미 있었음.
ㅤ
[41] 매장을 열고나서 나는 게임에 너무 많이 절여져 버렸다는 사실을 깨달음.
ㅤ
[42] 뉴비들을 유입시키는 것이 매우 행복했기 때문임.
ㅤ
[43] 보드게임을 그냥 할리갈리나 젠가밖에 몰랐던 분들에게 정말 다양한 게임들의 세계를 알려줄 때 뿌듯했음.
ㅤ
[44] "우와 이런 게 보드게임이에요?"라는 리액션이 내 최애였음.
ㅤ
[45] 내가 아발론을 처음 했을 때 느꼈던 충격을 사람들에게 전파하는 날이면, 아주 잠이 잘 왔음.
ㅤ
[46] 게임 알려주는 게 좋아서 20대 초심자 특화 보드게임 동호회를 열게 됨.
ㅤ
[47] 많이 올 때는 월 200명 선, 메인으로 잡고 4년 정도 운영했는데, 그때마다 기대 이상의 장면을 목격하게 됨.
ㅤ
[48] 게임 문화에 대해 ‘그냥 좋다’ 수준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느꼈던’ 순간은 바로 이때였음.
ㅤ
[49] 나는 개인적으로 술로 사람과 친해진다는 것에 의문이 있었음.
ㅤ
[50] 술은 마음의 문을 여는 게 아니라, 담을 넘어 다니는 것에 가깝다고 생각함. 그래서 다음날이면 어색한 경우가 많은 것.
ㅤ
[51] 근데 게임은 다름.
ㅤ
[52] 정말 생전 처음 보는, 데면데면한 사람들도 30분이면 충분했음.
ㅤ
[53] 게임 한 판만 하면 금세 친해지고, 성향이 맞는 사람들을 알게 돼 친한 사이도 오래 유지되는 경우가 많았음.
ㅤ
[54] 다양한 상황 속에서 수많은 선택을 하게 만들기 때문임.
ㅤ
[55] 그래서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한 경우,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는지, 어떤 요인으로 결정을 내리는지, 위험은 어떻게 관리하는지 등 사고방식이 비슷한 경우가 많음.
ㅤ
[56] 게임이 끝나고 난 뒤에도, 억지로 흥을 돋우지 않아도, 게임 속 서사가 자연스레 공감대를 만들어줬음. (그래서 커플도 많이 됨.)
ㅤ
[57] 더 심오한 가치를 느꼈던 적이 2번 있는데, 그건 길어서 아예 별도의 주제로 다뤄보겠음.
ㅤ
[58] 그리고 곧, 독일 에센에서 열리는 큰 규모의 보드게임 박람회에 참가하게 됨.
ㅤ
[59] 그때 2차 신세계가 열림.
ㅤ
[60] 한 해 수천 개의 게임이 쏟아져 나오고, 각자의 매력과 재미를 발산하는 장에 있었던 것.
ㅤ
[61] 한국 코엑스 전체의 2배 되는 크기가 전부 보드게임 및 관련 파생 굿즈 부스였음.
ㅤ
[62] 다시 귀국하고 나니 3차 신세계가 열림.
ㅤ
[63] '더 지니어스'라는 게임 서바이벌 예능을 게이머들이 참 좋아했음.
ㅤ
[64] 수리력, 암기력 등 지능을 평가하는 파트보다, 정치와 협상, 배신 등 심리전 파트가 더 끌렸음. 이런 게임을 더 잘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음.
ㅤ
[65] 이게 고도화되면 하나의 독자적인 게임 장르가 되겠다는 촉이 옴.
ㅤ
[66] 보드판, 테이블을 벗어나 같은 공간에서 이런 게임을 즐기며 친해지는 것이 문화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음.
ㅤ
[67] 검색해 보니 '빅게임'이라는 장르와 비슷해 보였음. 이후 보드게임의 영향력과 가치를 확장한 것 같은 빅게임을 탐구하게 됨.
ㅤ
[68] 보드게임 동호회 중 나름 퀄리티 높게 이런 지니어스 게임, 빅게임 모임을 열었고, 덕분에 모임의 특색이 되어 좋은 분들을 많이 모을 수 있었음.
ㅤ
[69] 보드게임 출판 또한, 좋은 게임 작가님과 아트 작가님을 만나 총 2종의 게임을 낼 수 있었음.
ㅤ
"게이미피케이션과 현실의 벽."
ㅤ
[70] 현실은 차가웠음. 카페 운영, 출판 모두 녹록지 않았음.
ㅤ
[71] 물론 손님들이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다음에 친구 데리고 올게요!"하고 떠날 때면, 모든 피로가 잊혔음.
ㅤ
[72] 근데 업무는 잊혀지지 않음. 누적될 뿐.
ㅤ
[73] 월세, 인건비, 마케팅, 생산관리, 계약, 펀딩 등 관리해야 할 건 많았으나 연수익은 크지 않았음.
ㅤ
[74] 그래서 어떻게 수익을 다각화해야 할지 고민함.
ㅤ
[75] 그러고 보니, 이따금 게임을 교육 분야에 접목해 보고 싶은 분들이 자문을 요청할 때가 있었음.
ㅤ
[76]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개념을 알게 됨.
ㅤ
[77] 다양한 주제, 산업에 게임을 접목하는 기법인데, 이걸 내가 꽤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됨.
ㅤ
[78] 내가 생각했던 이상적인 보드게임 카페는, 좋은 게임을 잘 찾아주고 한번 설명해 드릴 때 고객이 잘 이해하도록 하는 게 키였음. (최근의 보드게임 카페 프랜차이즈와는 좀 지향점이 달랐음.)
ㅤ
[79] 여기서 어려운 점은, '모든' 플레이어가 전부 이해해야 하고,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점임.
ㅤ
[80] 한 명이라도 이해를 못 했거나 재미를 못 느끼면 게임을 바꾸기 쉬움. 이게 잦아지면 노동 강도가 늘어남.
ㅤ
[81] 전부 이해하고 재밌게 게임을 하려면, 규칙서를 막힘없이 청산유수로 말해준다고 되는 게 아님.
ㅤ
[82] 사람이 동시에 대량의 데이터를 이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고, 적당히 끊어가며 단계별로 하면서 설명을 해줘야 이해에서 끝나지 않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음.
ㅤ
[83] 사람들 특성에 맞게 게임의 가치를 더 잘 느낄 수 있게 멘트를 덧붙이고, 더 재밌게 즐기도록 하우스 룰도 알려주면 좋아하셨음.
ㅤ
[84] 이런 보드게임 카페 운영과 출판(게임 개선)을 같이하다 보니, 자연스레 수백 종의 게임을 메커니즘 단위로 분석하고 각기 다른 니즈를 가진 손님들에게 활용하게 됨.
ㅤ
[85] 보드게임은 디지털 게임과는 달리 그래픽, 음향 등 연출을 통한 몰입이 적어 게임 로직 자체가 매우 중요한 장르임.
ㅤ
[86] 그런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빅게임 장르에도 잘 접목해 봤으니 자신 있었음.
ㅤ
[87] 게임과 교육을 접목해 보는 일을 시작하게 됨.
ㅤ
[88] 실패함.
ㅤ
[89] 당연히 쉽지 않은 일이라는 건 알았는데 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았음.
ㅤ
[90] 게이미피케이션에 대한 이야기도 분량이 한 트럭이니 제대로 별도의 글로 다뤄보겠음.
ㅤ
[91] 이렇게 20대를 통으로 바친 여러 시행착오 이후에도, 이상하게 나는 게임을 놓지 못했음.
ㅤ
[92] 수많은 게임 분야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는, 돈이 안되는 게임만을 하고 있는 것 같았음.
ㅤ
[93] 만 서른이 되던 해, 진짜 게임을 그만하고 다른 도메인으로 창업을 해보자고 결심함.
ㅤ
"내게 게임 말고 과연 다른 길이?"
[94] 만 서른. 20대를 정리하고 나니, 인생의 의미가 없어진 것 같아 한동안 멍했음.
ㅤ
[95] 그러다 내가 다시 정신 차리고 시작한 게 2개였음. 첫 번째는 [창업 부트캠프].
ㅤ
[96] 2개월 과정에 200만 원짜리 창업 코스였음.
ㅤ
[97] 나는 대학도 못 갔고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가 재밌고 유익했음.
ㅤ
[98] 근데 참가자 대부분의 평가는, '200만 원을 내고 올 정도의 진지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던' 네트워킹이 가장 유익했다는 평이 많았음.
ㅤ
[99] 그때 이상한 걸 느낌.
ㅤ
[100] 당연히 우리 기수 사람들은 너무 좋았지만, 나는 네트워킹 '행사 자체'가 제일 별로였기 때문임.
ㅤ
[101] 네트워킹이 게임이라면, 실제로 유저가 할 수 있는 액션은 '로테이션 이동 -> 질문 카드 대화' 밖에 없었음.
ㅤ
[102] 이동은 반강제니까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건 대화밖에 없는 것임.
ㅤ
[103] 운이 좋아야 잘 맞는 사람과 같은 테이블에서 적합한 주제로 이야기할 수 있고, 화술같은 피지컬도 좋아야 어필할 수 있음.
ㅤ
[104] 팀원도 구하고, 인맥도 넓힐 겸 다른 네트워킹 파티에도 몇 번 가봤음.
ㅤ
[105] 다를 게 없었음.
ㅤ
[106] 고가의 입회비가 있는 커뮤니티와, 저렴한 커뮤니티 모두 그냥 브랜딩과 모인 사람만이 핵심 가치였음.
ㅤ
[107] 비쌀수록 연사가 더 유명한 사람이 오는 정도? 네트워킹 시간 자체의 기획과 설계는 대동소이했음.
ㅤ
[108] 만남에서 오는 세렌디피티는 스스로 찾아야 했음. 아무리 같은 시간과 공간에 모아놔도 못 찾는 경우가 더 많음.
ㅤ
[109] 즉, 운에 맡겨야 함. 이걸 더 잘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은 없었음.
ㅤ
[110] 이때 내가 시작했던 두 번째, [소셜 모임]에서의 경험과 겹침.
ㅤ
[111] COVID-19 이후 소셜 모임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함.
ㅤ
[112] 4.5만 원을 내고 어떤 파티를 갔었음.
ㅤ
[113] 아무리 겐또를 쳐봐도 플랫폼 수수료, 공간, 술, 음식, 인건비 다 합쳐도 2.5만 원 선으로 보였음.
ㅤ
[114] 콘텐츠도 없었음. 중간에 분위기를 풀기위해 예능 게임 몇 개 정도 한 거?
ㅤ
[115] 근데 여러 번 온 사람도 많고, 사람들이 큰 불만을 가지진 않았음.
ㅤ
[116] 4.5만 원 중 원가를 뺀 2 만원이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만으로 만든 부가가치인 것임.
ㅤ
[117] 23년 3월은 코로나 이후 일시적인 수요 폭증 대비 공급이 너무 없었음.
ㅤ
[118] 경쟁자들이 출현하면, 곧 이 2만 원의 부가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장으로 성숙해질 것으로 판단함.
ㅤ
[119] 모임장도 살아남으려면 남들보다 한 박자 빠르게 움직여야 함.
ㅤ
[120] 이들을 지원해 줄 수 있는 어떤 서비스를 만들어보고 싶어짐.
ㅤ
[121] 여러 플랫폼마다 운영을 잘하고 있는 모임장(호스트)분들께 커피챗을 요청했고, 만나서 피드백을 받음
ㅤ
[122] 불편한 것이 딱히 없다는 말을 많이 들음.
ㅤ
[123] 원래 우리는 적응의 동물이라, 불편한 걸 잘 모름. 그냥 원래 이런가보다 하게 됨.
ㅤ
[124] 그래서 참가도 많이 하고, 스태프로 도와드려 보기도 하고 옆에서 관찰하려고 시간을 많이 보냄.
ㅤ
[125] F&B 납품 비용 절감, 파티룸 제휴 매칭, 필드 마케팅 연계 등... 여러 사업화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게 고객(모임장)에게 엄청난 효용을 가져다줄 것 같지는 않았음.
ㅤ
[126] 창업 부트캠프에서 만났던 마케팅 교수님도, 만나는 호스트들도 왜 직접 평일님이 모임을 안 열어보냐고 함.
ㅤ
[127] 그래서 간단한 대화모임을 열었고, 모임에 참가하며 친해진 분들의 응원으로 보드게임 모임도 열게 됨.
ㅤ
[128] 역시 나는 직접 찍어 먹어봐야 아는 듯.
ㅤ
[129] [창업 부트캠프]에서의 네트워킹과 [소셜 모임]에서의 콘텐츠가 부딪혀 스파크가 튐.
ㅤ
"사람은 재미에 가장 강하게 끌린다."
ㅤ
[130] 결국 모임의 본질은, 재밌어야 했음.
ㅤ
[131] 재미가 유의미한 연결을 가져다주고, 이게 '주변 사람들에게 추천해 줄 정도'의 만족도로 이어짐.
ㅤ
[132] 결국 고객(모임장)을 챙기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의 고객(게스트)에게 엄청난 효용을 가져다주면 되겠다는 방향으로 선회함.
ㅤ
[133] 게임의 힘으로 '사람을 재밌게 잘 만날 수 있다'는 부가가치를 담보해 줄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됨.
ㅤ
[134] 빅게임을 훨씬 사람들 간의 인터랙션이 많도록 고도화해 [소셜빅게임]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게 됨.
ㅤ
[135] 저주 걸림. 또 게임으로 돌아옴.
ㅤ
[136] 근데 이런 모습을 좋게 봐주시고 주변에 좋은 분들이 모임.
ㅤ
[137] 내가 동분서주하며 열변을 토해도 구해지지 않던 팀원들이 차근차근 구해짐.
ㅤ
[138] 아주 묘했음.
ㅤ
[139] 그냥 진짜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으니 이제까지 만나본 사람 중 가장 잘 맞는 사람들이 주변에 생겼음.
ㅤ
[140] 내 꿈에서 점점 빛이 나기 시작함.
ㅤ
[141] 근데 신기하게도 이 꿈은 '창업 부트캠프'에서는 빛나지 않았음.
ㅤ
[142] 창업 부트캠프에서 사업 아이템에 대해 피드백을 받으며 배운 게 있음.
ㅤ
[143] 우리나라에서 창업 아이템은 '위대한 미션'을 실현하는 것보다, '투자받기 좋은(직관적으로 큰 시장에서, 데이터가 잘 나오거나, 해외 성공 사례가 있는)' 것이 좋다는 것.
ㅤ
[144] 국내 주요 모임·소셜링 플랫폼 6개사(문토, 남의집, 프립, 소모임, 트레바리, 넷플연가)의 시장 규모를 합산하면 연간 약 160억 원(연간) 수준으로 보임. (문토 매출은 20% 수수료만 집계하므로, 실제 시장 규모는 x5로 반영함. 모든 매출 데이터는 혁신의 숲을 참고함.)
ㅤ
[145] 규모도 터무니없이 작고, (게임으로) 뭐 이런 경험을 증강시킨다고 고객들이 돈을 얼마나 내겠느냐는 질문에 답을 제대로 할 수 없었음.
ㅤ
[146] 근데 나는 그때도, 지금도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음.
ㅤ
[147] 사람 간의 '만남'을 게임으로 혁신한다는 것은 비단 이 모임 산업에만 국한될 것 같지 않았음.
ㅤ
[148] 행사, 교육, 방송 콘텐츠, 그리고 본연의 소셜빅게임 그 자체까지. 게임이 접목될 수 있는 어디든 파고들 수 있으니, 시장은 설정하기 나름이었음.
ㅤ
[149] 그 이후로부터 1년이 지남.
ㅤ
[150] 모임 산업에서는 게임과 캐주얼 네트워킹(친구, 연애)을 결합한 '일일남매'라는 사례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음.
ㅤ
[151] 23년 4월부터 모임을 150회 넘게 진행했고, 인원은 6천명 이상이 왔다감
ㅤ
[152] 그중 반수 이상이 24년 4월부터 시작한 '일일남매' 단일 콘텐츠임.
ㅤ
[153] 매 회차 모임 경험을 개선하며 통찰이 더 확장됨.
ㅤ
[154] 게임은 정말 교육, 네트워킹, 연극, 음악 등 수많은 주제와 접목할 수 있고, 모든 만남의 경험을 혁신할 수 있음.
ㅤ
[155] 그래서 [게임이 세상을 구한다. Games Save the World.]가 내 모토가 됨.
ㅤ
[156] 실패해도, 넘어져도, 다음번에는 또 다른 형태로 게임을 다른 영역에 접목할 수 있을 거라 믿음.
ㅤ
[157] 이제 비즈니스 행사에 게임을 접목하는 것과, 소셜빅게임 자체로 게이머분들께 인정받는 것이 새로운 목표임.
ㅤ
[158] 앞으로도 정말 게임이 어디까지 확장되고 접목될 수 있을까 하는 걸 탐구해 보고 글로 남길 생각임. (게이미피케이션)
ㅤ
"좋아하는 일을 찾고 계속 도전하는 삶."
ㅤ
[159] 주변에서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 되면 힘들지 않으냐"는 말을 많이 들음.
ㅤ
[160] 힘든 건 맞아도, 이걸로 얻는 즐거움과 의미가 더 큼.
ㅤ
[161] "그러면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느냐"는 질문을 듣게 됨.
ㅤ
[162] 요게 아~주 답하기 어려운 질문임.
ㅤ
[163] 앞선 내용들에서 보듯, 나는 딱히 선택권이 없었던 것 같음.
ㅤ
[164] 게임이 내 삶의 중심에 놓인 건 철저한 계획의 결과물이 아니었음. 그냥 흘러 흘러가다가 붙들린 느낌.
ㅤ
[165] 이런 내가 누군가한테 좋아하는 일을 찾는 방법을 알려줄 수는 없다고 생각함.
ㅤ
[166] 그 방법이 있다고 하더라도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잘 적용되고, 의도한 대로 잘 된다고 보장할 수도 없음.
ㅤ
[167] 다만 내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찾기 위한 '확률이 높아졌던' 액션은 두 가지가 있는 것 같음.
ㅤ
[168] 첫째, 스쳐 지나가는 순간들에서 기회를 발굴해 내려면 내 감도를 높여야 함. 그러려면 다양한 경험을 많이 '직접' 해봐야 함. (Connecting the dots)
ㅤ
[169]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경험일수록, 고생에 가까울수록 확률이 높아지는 것 같음.
ㅤ
[170] 남들은 고생이라고 하는데 나는 나쁘지 않거나, 진짜 개고생해서 확실히 다음 노선을 정하게 되는 등 나 자신에 대해 더 알게 됐음.
ㅤ
[171] 둘째, 좋은 사람들을 곁에 둬야 함. 그러면 내가 가야 할 곳을 함께 찾아주심.
ㅤ
[172] 게임을 벗어나 모임 산업에 뛰어들었을 때도, 이런저런 여러 가지 비즈니스 아이템을 고민했었음.
ㅤ
[173] 그러다 결국 지금 함께하는 동업자 형의 말을 듣고 마음을 굳힘.
ㅤ
[174] 방향성이 계속 흔들리던 어느 날, 회의가 다 끝나고 문득 나한테 질문을 주심.
ㅤ
[175] "너는 앞으로 있을 수많을 역경을 이겨내고, 돈 정말 많이 벌면 하고 싶은 게 뭐야?"
ㅤ
[176] 그래서 "아무 신경 안 쓰고 소셜빅게임만 만들고 살겠죠?"라고 대답함.
ㅤ
[177] "그럼 우리 그걸 지금부터 하면 행복하지 않을까?"라는 답변을 들었음.
ㅤ
[178] 거기서 생각이 멈춤. 그때 게임으로 진짜 사업적 성과를 내야겠다는 불씨가 타오름.
ㅤ
[179] 데비 존스처럼 아무리 떠나려고 해도 떠날 수 없는 저주 같다는 묘한 기분도 들었음.
ㅤ
[180] 저주에 걸린 김에 끝까지 가보려고 함.
ㅤ
[181] 출판한 게임이 잘 팔릴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ㅤ
[182] 보드게임 카페가 쭉쭉 뻗어나갈 줄 알았는데 아니었음.
ㅤ
[183] 교육 게이미피케이션 사업도 한계를 만나 보류해야 했음.
ㅤ
[184] 사업적으로 힘들었던 순간이 반복됐지만, 그 과정을 통해 얻은 사람들과의 인연, 그리고 함께 쌓은 생각들이 다음 길을 여는 밑거름이 됐음.
ㅤ
[185] 이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민하는 시간이, 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라고 느낌.
ㅤ
[186] '게임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지만, 아직 정말 세상을 구한 건 아님.
ㅤ
[187] 그래도 일단 게임이 '나'를 구한 건 맞는 듯함.
ㅤ
ㅤ
이상, 최종 화가 끝났습니다.
이렇게 게임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제 삶 자체가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데는 게임이 특효약이라고 믿습니다.
이렇게 사람들이 서로 알아가고 가까워지다 보면, 오해 때문에 발생하는 여러 소통 문제나 사회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어릴 적 ‘재미’로 시작해, 직접 만들고, 사람을 연결하며 기술개발을 하기까지 셀 수 없는 시도를 해온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대부분이 실패의 연속이었고, 사업적으로 늘 순탄치 않았습니다. (지금도요 �)
그래도 지금 보니 결국 해볼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낍니다.
다음에는 그 가치를 담아, 게임과 결합할 새 프로젝트들에 대해 구체적으로 나눠보겠습니다.
이 글이 모쪼록 '무언가를 좋아하는 것에서 끝내지 않고 삶의 일부로 만들고 싶어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좋겠네요.
게임과 단단하게 엮여버린 저를 돌아볼 기회를 만들어주신, @jjungcat님께 감사합니다.
앞으로 찬찬히 글 풀어 내 볼테니, 다른 분들도 많이 질문 던져주세요! 큰 영감이 됩니다.
‘게임이 세상을 구한다’가 언젠가는 현실이 되길 기대하며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