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못하는 새벽
침대에 누웠다. 눈꺼풀은 너무나 가벼워 내려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머릿속에는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자유로이 헤엄쳐 다닌다. 나는 이 생각, 저 생각 생각의 바다에서 건져 올려본다. 쓸만한 생각은 아닌 듯하여. 흘러가게 둔다.
모두가 잠에 든 시각에 혼자 깨 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고요한 새벽, 잠들지 못 한 채 어두컴컴한 천장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문득 무엇이든 좋으니 연결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직 잠들지 못한 사람이 나뿐만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아무것도 오지 않은 카카오톡을 켜 본다. 마치 내 방처럼 고요하다. 아무도 없나. 고요 속에 외침은 텅 빈 공간에 메아리 되어 다시 내 귀로 들어온다.
손가락의 속도가 빨라지고, 인스타그램을 켜서 피드를 둘러본다. 2시간 전, 14시간 전에 올라온 게시물들뿐이었다. 깨어 있는 사람이 하나도 없나. 이 새벽을 버티는 건 오롯이 나의 몫인가. 휴대폰의 전원 버튼을 짧게 한 번 클릭하여. 화면을 끈다.
이 새벽에 깨어있는 사람이 하나 없을까. 아니면 내가 원하는 사람이 없는 걸까. 나는 뭘 원하는 건가. 이 고요한 새벽에 내 마음은 뭔가를 원한다고 외치지만. 나는 그게 뭔지 도저히 알 방법이 없다. 잠을 자는 걸 원하는 걸까? 사람들과 연결되길 원하는 걸까?
나는 뭘 원하지? 지금 현재 원하는 게 뭐지. 이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하지 못한다면. 내 미래는 빛날 것이라 장담할 수 있을까? 1초의 미래도 알지 못하는 데. 나는 내일은 어떻게 살고, 한 달 뒤에는 어떻게 살 것인지. 계획을 하는 게 의미가 있을까?
당장에 아침에 눈을 뜨지 못할 수도 있다. 내일 출근을 하다가 사고가 날 수도 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일찍 죽을 수도 있다. 내일이 없을 수도 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 내일이 어떻게 흘러갈지. 한 달 뒤에는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내 미래는 빛날지. 하지만 나는 명백하게 한 가지는 안다. 나는 결국 죽는다. 나는 죽는다.
이 새벽에 잠들지 못하는 건. 죽음의 두려움일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천장이. 내 손에 느껴지는 침대의 감촉이. 내 귀에 들리는 에어컨 소리가.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잠을 못 자는 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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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나는 눈을 떴다. 어제 새벽에 하던 생각들은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나는 눈을 떴고, 숨을 쉬고, 생각을 하고 있다. 나는 살아있다.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새벽에서 도망쳐 나왔다.
새벽을 끝내는 건 태양이다. 나의 '죽음에 대한 생각'을 끝내는 건 삶에 대한 열망이다. 어차피 죽을 거라면. 오늘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살면 되는 거 아닌가? 나는 '오늘이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살란다. 내 흔적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 하루라도 인상 깊게 만들기 위해. 발버둥 치며 살아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