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은 도피 수단이다
2021년 군 생활을 마치고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했다. 고향이 원래 지방 쪽이다 보니. 서울에 아는 사람이 없었다. 4평 방 안에서 내가 연결될 수 있는 수단은 온라인뿐이었다. 매일 같이 게임을 했다. 디스코드라는 음성 채팅 프로그램을 활용해. 고향에 있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게임이 끝나고 나면. 다시 혼자였다. 좁디좁은 방 안에서 냉장고 소리와 내 휴대폰 소리를 빼고 나면. 남는 건 고요함이었다. 처음에는 심심했다. 아니 어쩌면 고독함과 외로움을 인정하기 싫었기에. 심심함이라고 이름을 붙인 걸지도 모르겠다.
내가 심심함이라고 이름을 붙인 감정이 가슴 깊은 곳부터 차오를 때면. 나는 급히 휴대폰을 찾았다. 유튜브를 보고, 인스타그램을 보았다. 현실에서는 아무것도 없는 4평 방안이었는데. 휴대폰으로 내 몸을 욱여넣으니. 재밌는 게 넘쳤다.
당시에 나는 그 감정이 심심함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다. 공허함 혹은 외로움에 더 가까웠다. 하지만 그걸 인정하는 순간 무너져 내릴 거란 사실 또한 알고 있었다. 나는 혼자가 싫었다.
일종의 악순환이었다. 혼자가 싫으면 나가서 사람을 만나면 되는 일인데. 나는 그것보다 더 편한 휴대폰을 택했다. 사람들을 만나지 않으니 외롭고, 외로워지면 다시 휴대폰을 켰다.
그렇게 혼자인 시간은 꾸준히 증가했다. 밥, 게임, 휴대폰, 밥, 게임, 수면. 이런 패턴이 몇 개월 동안 반복됐다. 움직이질 않으니 몸무게는 꾸준히 증가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우울감을 느꼈다.
2022년. 새해를 시작하며 나는 바뀌기로 결정했다. 내 소중한 인생을 낭비할 수 없었다. 취업 자리를 알아봤고, 한 행사 업체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몸은 힘들었지만. 일을 함으로써 나도 쓸모가 있는 사람이구나를 느꼈다.
그쯤부터 게임과 휴대폰을 줄이고 책을 읽고 글쓰기를 하는 시간을 늘렸다. 바닥을 뚫고 지하로 떨어지던 인생을 가까스로 잡아. 다시 정상궤도로 끌어올렸다.
글을 쓰며 많은 생각들을 했다. 내가 혼자였기에 배울 수 있었던 점들이 많았다. 만약 애매하게 혼자인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만큼 단단해지기 어려웠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인생에는 수많은 굴곡이 존재한다. 상승 곡선을 그리며 고공행진을 하는 시기가 있는가 하면. 바닥을 뚫고 지하까지 떨어지는 시기도 존재한다.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기가 존재하는가 하면. 필히 혼자 있는 시기 또한 존재한다.
혼자 있는 시간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시기이다. 당신이 지금 혼자 있다면. 주변에 아무도 없다고 느껴진다면. 당신에겐 위기처럼 느껴지겠지만. 그때가 바로 성장의 기회다.
많은 생각과 감정을 느끼고, 글로 적을 수 있는,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으며. 앞으로의 삶을 내다볼 수 있는 귀중한 기회다.
그 소중한 기회를 나처럼 낭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게임, 휴대폰은 결국엔 방해물이자 회피 수단일 뿐이다. 그보다 소중한 건 훨씬 더 많다. 작은 것에 목메어 큰 것을 놓치지 않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