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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Jan 06. 2019

다시 MMORPG를 한다는 것

#게임 #PC게임 #MMORPG #로스트아크


석사과정에 다닐때만 해도, 공부보다 게임을 더 많이 했다. 

30일 300시간 이용권이 늘 30일이 안되서 동이났다.

그러고도 논문을 쓰기에는 부족하다며 방학 동안 당시하던 <아이온>을 만든 NCSOFT에서 인턴을 시작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이후 쭉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다시는 그렇게 하루종일 게임만 하지 못했다. 


 2016년 퇴사 후에 박사과정에 진학한 이후에는 많은 게임을 했지만, MMO는 할 게임도 없었고, 엄두도 못냈다. 그리고 2018년 11월, <로스트아크> 베타가 시작됐다. 솔직히 "다시 MMORPG"라는 광고문구에 혼자 피식했는데, 엄연히 구분하자면 쿼터뷰(?)라 첫 인상은 좀 달랐지만, 시작한지 얼마 안되 아, 나는 MMO유저였어! 라는 깨달음이 왔다. 오죽하면 그렇게 싫어하던 채집도 재밌더라. 


게임 연구자로서는 두 가지 지점이 흥미로웠는데, 


첫째는 이 경험을 통해 확실히 게이머 개개인의 게임 선호가 초기 게임 경험 혹은 나의 경우에는 가장 인텐스하게 플레이한 게임에 기반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나름 가설이 되었고, 나아가 게이머 집단 내부에도 세대별 지역별 하위 그룹이 구분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다.(게이머 입장에서는 어찌보면 참 당연한 이야기인데, 공식적인 역사만 해도 20여년이 된 게임연구진영에서 이지점을 연구한 논문은 거의 없는게 신기할 지경이다)

둘째는, 모바일로의 전회를 겪은 후 출시된 <로스트아크>는 모바일 게임의 요소와 기존 PC MMO의 요소를 매우 적절히 섞어놓은 일종의 하이브리드라는 점이었다. 지인들과 논의해 본 결과, 호불호는 갈렸으나, 나의 경우에는 현재 하루에 2시간 이상은 게임에 할애하기 힘들고, 그 2시간 마저 한 게임만 할 수는 없는 상황에 매우 만족스러운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유저로서 느낌은,


주류 PC 게임들과 비교를 하자면, AOS/MOBA 장르 대비 상대적으로 MMO에서 만나는 유저들은 인사성이 밝고, 서로 협력하고 도우는 것에 익숙하다. 모바일RPG 게임에 비교를 하자면, 랭킹이라는 데이터로 환원되지 않을 수 있는 의미없는 다운타임의 노닥거림, 헤메임, 그리고 두리번거림의 재미가 있다. 스팀의 패키지 게임에 비교하자면(너무 다양해서 사실 비교불가능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한다면), 아무래도 내가 느끼는 가장 큰 차이는 내 캐릭터와의 동일시이다. 


방문연구자로 와계시던 핀란드 교수님은 언어장벽으로 인해 해보지는 못하고, 내가 너무 재밌다고 하자 정말 상세하게 물어봤었는데, 한참을 듣더니 "결국 (특정 컨텐츠가 재밌다는게 아니라) 노스텔지어잖아"라는 말을 남겼다. 사실 만랩까지 레벨디자인도 꽤 부드럽고, 연출은 꽤 좋은 구간이 많았고, 나중에 따로 다루겠지만 고민한 흔적이 많이 보이는 기획도 많은데, (전투는 아직 PVP를 본격적으로 안해보고, 캐릭을 하나밖에 안키워봐서 잘 모르겠지만) 생각해보니 내가 흥분해서 떠든 내용은 그냥 MMO라서 재밌다가 다였던거같다. 엄밀히 말하면, 이 시점에 MMO가 출시한다고 해서 별 기대 안했는데, 기대보다 재밌다 였던 것 같다. 


LOL도 너무 재밌었고, 스팀게임을 할때 감탄도 자주 하지만, 이런 고향에 온 느낌은 아니었던 것.

이게 다시, MMORPG라는 의미인가 보다. 


오늘에서야 알아차렸는데, 

그래서 내가 런처의 게임 실행을 누를 때마다 설레어서 혼자 미소짓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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