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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J Apr 19. 2016

정보미학

예술에 대한 이성적 접근

현대 예술의 변혁    

  

예술(art)의 어원은 라틴어의 ars로 넓게 해석하면 "배열"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이 말은 예술이 어떤 것의 배열, 혹은 물질이나 재료의 구성이라는 뜻인데 이는 우리가 흔히 예술을 '정신적인 행위'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듯 예술은 원래, 논리적이고 과학적인 어떤 것이었을 것이다. 사실 17세기 이전의 예술은 원근법, 해부학 등 과학이론과 병행되어왔고, 르네상스시대에 와서야 감성적인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멀어졌던 예술과 과학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요한 원인 중의 하나는 현대 예술 양식의 변화일 것이다.


현대예술 변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가진다. 


먼저, 예술 양식의 해체와 오브제(object)화다. 예술은 자연을 모방하고 재현하던 전통예술의 자연의존성에서 벗어나, 색채라는 순수 시각 효과를 추상적으로 구성하는 등 그 자체로서의 독립적 존재를 드러내며 새로운 자연을 만들어 낸다는 의미까지 지닌다. 이 예술의 산물, '사물'에서 그 표현 내용은 중요하지 않으며, 단지 그 예술을 구성하는 논리 혹은 과정만이 중요해진다.
둘째로는 과학기술 발전으로 발달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예술의 대중화가 이루어 졌다는 점이다. 이제 예술은 기계적 조작을 통해 대중에 입맛에 맞추어진 대량생산의 상품으로 존재하게 된다. 또 한 그 생산과정도, 예전에 한 예술가가 모든 과정을 총괄하던 것과는 달리, 다양한 기계장치와 많은 인간들을 거치며 이루어지기 때문에, 통일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각 단계에서의 작업과 다음 단계로의 소통은 논리적인 이론으로 확실히 명시되어야 한다.


 "예술은 더 이상 개인으로서 예술가의 인격적 시스템 속에서 비밀리에 행해지는 비의가 아니다. 그것은 공공장소에서 공공의 법칙에 의해 과학적으로 관리되는 기술이다"고 가와노 히로시는 말한다.

또 이 대중화된 예술은 그 영향력을 통해 "사회를 유기적으로 재조직하는 강력한 수단"이 되었다.(히로시,진중권, 2008) 예술의 생산과 그 과정에서 필수적이게 된 논리적인 '디자인'그 예술이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양식감성이 아닌 이성으로 이해되어야 하며, 과학적인 이론의 설명이 필요하게 되었다.    



미학에 대한 수학적 이론

 

20세기 이전에도, 대칭, 유사성, 단순 비례성 등의 조화로운 특징들이 우리에게 불러일으키는 미적 감흥에 대한 관계를 조화의 느낌으로 설명하는 비형식적 이론들이 존재해왔다. 그런 관념을 최초로 수학적인 이론을 통해 형식화 한 사람은 미국의 수학자 조지 버코프이다.

1928년 그는 '미적척도(M)'의 개념을 도입하며, 이를 질서(O)와 복잡성(C)의 사이의 비율로 규정지었다. (/C) 그가 다양한 다각형을 분석한 예를 보면, 그는 뿔을 복잡성, 그리고 대칭, 수평면 등을 질서로 정해서 각 도형의 미적척도를 계산해 내었다. 


버코프의 공식은 어쩌면 '미'의 관념을 잰다기 보다는, '질서'의 관념을 형식화 한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버코프의 이러한 시도는 '예술적 진술을 하거나 규범적 이론을 만들려 한'(8) 것이 아니었고, 그의 시도는 시도 그 자체로써의 의미를 지니며, 후기 학자들이 더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이론을 개발하는데 그 출발점이 되어 주었다.    


정보미학의 시작    

  

1950년 옥스퍼드 대학에서 스노우는 인문학과 과학 사이의 간극에 대한 강연을 했다. 강연의 요지는 예술과 과학 사이에 간극이 너무도 커져, 대립적인 양상까지 띄며 인류 문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두 문화 사이에 화해/통합이 이루어 질 수 있는 새로운 문화가 탄생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이론이 클로드 섀넌의 정보이론인데, 그는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을 기호학을 통한 정보의 교환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이 정보이론은, 다른 학문 분야에 영향을 미치며 문화 간의 간극을 설명하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사용되는데, 여기서 막스 벤제는 이를 미학에 도입해 1960년대 초 '정보미학'을 창시해냈다.


막스 벤제


그는 철학의 영역에 속하던 미학을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며, '미학과 합리성, 예술과 수학, 물리적 세계와 미적세계의 결합'을 이루어내고자 했던 것이다. 물론 이런 이론적인 배경에는 컴퓨터의 발전이라는 실천적 배경이 함께 제공되었다. 컴퓨터를 이용한 작업을 통해 예술작품의 프로그래밍의 개념을 제시되었다.      



정보이론을 통한 예술    


  기호를 매개하는 커뮤니케이션의 매커니즘을 섀넌은 도식을 통해 설명하고자 했다.


  


이 커뮤니케이션 시스템 모델에서 정보원은 현실세계에 관한 이미지와 사상이 관념적으로 발생하는 장소, 주로 인간의 뇌가 된다. 정보원으로부터 발생하는 이미지와 사상을 전언(message)라고 하는데, 이는 아직 관념의 형태로, 송신기를 거쳐 물질적 수단을 통해 감각적으로 포착할 수 있는 형태로 구체화되기(약호화) 전까지는 아직 가상적인 성질을 가진다. 


하지만 아직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전언은 관념적 의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그 것을 구성하는 기호 요소와 논리구조 인데, 이를 통해 의미를 갖게 된 전언은 현실세계에 대한 무엇인가를 말해주고 일정한 의미를 표현할 수 있다. 이 정식화된 논리구조를 가진 전언의 객관적 의미 내용을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이 정보는 형태가 없고, 에너지로 표현할 수 도 없지만, 확실히 존재하는 어떤 특이한 존재인데, 이 정보의 양은 전언에서의 기호 요소의 배치와 구조가 얼마나 형식적으로 갖추어져있느냐에 따라 커지고, 무작위 일수록 작아진다. 결국 정보원은 기호세계의 가능성의 집합이고, 이 집합에서 선택되어 나가는 기호세계는 전언이 되는 것인데, 이 집합에서 선택될 기호의 조합은 아주 큰 불확실성을 지닌다. 


이 도식의 커뮤니케이션의 구조는 예술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정보원은 예술가의 두뇌, 그리고 그가 선택하는 기호 요소들은 음의 형태로 하나의 전언으로써의 하나의 곡을 만들고, 악기와 같은 송신기를 통해 물질적으로 구체화된다. 이 과정에서 송신자로부터 수신자에게 송신되는 것이 바로 정보인데, 이는 다양한 채널을 거쳐 변환되어도, 기호의 논리 체제는 변하지 않음으로 변질되지 않고 보존 될 수 있다.         


물리학과 예술    


벤제의 미학에서 전제를 이루는 것은, 예술이 더 이상 대상화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작품은 대상으로 인식되는 대신, 텔러비전의 형태소, 문자소 처럼 어떤 분포 상태로 기술된다. 따라서 벤제에게는 미적 대상은 존재하지 않고, 미적 상태/미적 프로세스만 존재할 뿐이다. 이 대상의 해체는, 물리학의 열역학 제 2 법칙, 물리적 세계는 엔트로피로 간다는 법칙에서 온 것으로, 가장 개연적인 상태를 지향하는 다입자의 수준으로 분해시킨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예술의 창조 과정은-아무리 현대미술의 추상성이 목표와 대상의 해체를 부르짖는다 해도- 엔트로피의 개념에 반대되는 인공적인 행위이다. 왜냐하면, 이는 자연에는 존재하지 않는 구조, 질서 있는 기호체계를 생성하며 정보라는 개념을 산출해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적행위는 비개연성을 지향하는 행위이고, 

"그것은 카오스 속에서 질서를 수립하는 과정. 한마디로 엔트로피 증대의 과정을 거슬러 네그엔트로피(질서도)를 창출하는 과정이다."(히로시.진중권, 2008) 


이를 조금 더 확대 해석하자면, 예술 창조의 행위는, 모든 것이 엔트로피로 가서 소멸에 이르는 자연의 법칙에 저항하는, 생명의 의지로도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현대 미학의 추상성이나 오브제화는 동시에 엔트로피로서 해석될 수 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처럼 대상 형태를 실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없는 현대 예술가들은 질서가 결여된 모습을 추구하며, "소재의 풍부한 물리적 가능성을 자연의 물리적 과정에 따라서 전개'(히로시.진중권 2008)시키기 때문이다. 결국 이 "미적세계의 과정에는 네그엔트로피 과정과 그것에 대립하는 엔트로피 과정이 창조의 프로세스 속에서 함께 질서형성 시스템을 이루는 셈이다."(무타이슈타로)


벤제는 네그엔트로피의 성향을 띄며 대상성 있는 예술을 추구하던 고전예술을 거시미학, 반대로 양자론적 미시 우주의 물리학, 엔트로피 프로세스에 대응하는 현대형식의 미술의 미시 미학이라고 구분 짓기도 했다.  

  

벤제는 물리학을 미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여, 예술의 종류를 그를 통해 구분하며 설명해냈다. 히로시는 '정보미학은...기호요소인 추상적 '사물의 전개를 엔트로피의 개념을 이용하여 확률 프로세스를 취하는 자연스러운 구성으로 정식화함으로써 자연으로서의 예술의 본질을 해명하려고 했다'고 설명하기도 한다. 하지만 1970년대에 들어서는 벤제가 주도하던 정보미학의 실험을 중단 되었다고 한다. 미적 과정을 과학적 과정, 물리적 과정으로 설명한다는 데는 한계가 있었고, 그의 미학은 그저 '파편적 영감의 수준을 넘어 이론적 체계를 갖추는 데는 실패'(히로시,진중권, 2008)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미학의 의의는, 그가 이 후의 예술가들의 생성 예술 실험에 영감을 주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현대 미술은 과학의 설명이 필요하다. 예술은 너무도 당연한 듯이 과학과 이성의 산물들을 생산과 생산과정의 도구로 사용하고 있지만, 그 감성적인 부분에 대한 과학적인 답은 설명되지 않고 있다. 이 자체가 예술의 낭만성, 그 특유의 존재가치를 과대평가 하게 하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정말로, 감성의 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감성은 합리성으로 설명될 수 없기에, 이성보다 더 높은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 옳은 걸까.    



<참고문헌>    

가와노 히로시. 진중권, 2007, 『컴퓨터 예술의 탄생』, 서울:휴머니스트 

무카이슈타로,  "막스 벤제", 『정보미학과 생성미학』,2008, 한국예술종합학교 미래교육준비단


Written 12/13/2009

Edited 04/18/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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