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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간지 Apr 27. 2022

노을 : 삶과 죽음이 맞닿은 시간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때는 선과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

-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 마지막회 이수현(이준기)의 독백 나레이션 中 -

                                                                                            

황혼의 시간, 대전에서

해는 뉘엿뉘엿 넘어가고 온 세상이 노을로 붉게 물드는 시간.

그 황혼의 시간을 프랑스에서는  '개와 늑대의 시간'이라고 부른다.

프랑스어로는 "L'heure entre chien et loup"이다.

 

이 말은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라는 뜻에서 유래하였다고 전해진다. 프랑스는 참 낭만적이면서도 문학적인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낮의 붉은 빛과 밤의 파란 빛의 조화가 자아내는 오묘한 분위기.  그 황홀하고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알 수 없는 멜랑꼴리한 감정이 소용돌이 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모호한 감정이다. 도대체 무엇이 그런 감정을 불러 일으키는 것일까.


대학 시절 프랑스 시를 가르치셨던 교수님께서 위 질문에 답을 해주신 적이 있다.  


문학 작품에서 노을은 죽음을 상징한다. 일몰때 붉게 타오르며 서서히 사라져 가는 해는 자신의 삶을 열정적으로 불태우고 끝을 맞이하는 우리 삶과 닮아 있다. 그렇게 저물어가는 태양을 보며 우리는 매일 죽음을 간접적으로 경험한다.


결국 노을을 보며 느끼는 센티한 감정들은 끝이라는 상황이 주는 아쉬움, 미련, 후회, 그리움, 우울함 같은 것들일 것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해가 죽어가는 그 슬픈 시간이 하루 중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다. 끝이라는 상황이 아름다움을 더 부각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모든 만물의 가치는 유한성에서 나온다. 무언가가 우리에게 소중하다면  이유는 그것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우리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간혹 우리 주변의 것들이 영원할 거란 착각에 빠져  때가 많다. 그리고 항상 그것이 사라지고 나서야 곁에 있을 때는 몰랐던 소중함 뒤늦게 알아차리며 후회를 하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도 죽음 직전의 짧은 순간에서야 우리가 살아온 시간들이, 그리고 우리를 그토록 괴롭혔던  세상이 사실은 아름답고 소중했음 뒤늦게 깨달을지도 모르겠다.


이런 어리석음을 저지르지 말라고 태양은 저무는 행위를 통해 매일 우리에게 죽음이라는 경각심을 심어주는게 아닐까.  주변을 한번 돌아보고 그간 모르고 지나쳤던, 우리 주변의 것들의 소중함을 잊지 않도록.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삶과 죽음이 맞닿아 있는 그 황홀하고 우울한 시간이, 어쩌면 우리가 삶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아닐지...

전주 한옥마을의 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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