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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Jul 09. 2019

16. 영화제를 자주가는 편입니다만

무용(無用)한 것

우리나라의 특수성이랄까. 사람들이 영화를 너무너무너무 좋아한다. 우리나라의 인구수 대비 영화 관객수는 세계적으로 보아도 유난스럽다. 


5000만 국민이 살아가는 나라에서 천만 넘는 영화가 몇개인가 도대체.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것 뿐만 아니라 티비를 틀면 어쨋든 영화가 틀어져 있는 채널은 꼭 존재한다. 

이런 특성 때문인지, 영화제가 정말 많다. 개중 몇개를 추천해보려 한다. 


1. 무조건 하나만 가야된다면 무주 산골영화제

출처는 네이버, 5회 포스터가 가장 마음에 든다.


하나만 가야된다면, 가보고 싶다면 나는 무조건 무주 산골 영화제를 추천한다. 길게 말해봤자 무엇하랴. 장점 세가지만 꼽아보자


1) 국립공원 한가운데에 커다란 스크린을 펼쳐두고 밤새 영화를 둘러 앉아서 볼 수 있다. 

밤하늘엔 별이 엄청 많이 떠있고, 반딧불도 날아다니면서 영화가 틀려있고 같은 영화를 바라보는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과 공간은 큰 감동을 준다.

2) 정감가는 시골동네 그리고 영화는 공짜

줄서서 볼 지언정 돈은 내지 않는다. 좋지 않은 영화를 돈까지 내고 볼일은 없다는 이야기다. 부지런하면 하루에 6개까지 볼 수 있는데(나는 그렇더라 그 이상은 무리무리) 영화비 아끼는 대신 기념 티셔츠나 관련된 악세서리를 한두개씩 사오는 편이다.

3) 영화 셀렉션이 좋다.

무주에서 본 영화는 엄선된 작품이다. 아직 규모가 크지 않고 시장의 관심을 덜 받아서 그런지 확실히 좋은 영화만 잘 골라온다는 느낌이 든다. 퐁네프의 연인들이나 몽골로이드 기타와 같은 오래된 외국 영화 역시도 골라오는 걸 보면 영화를 기획하시는 분이 엄청난 안목을 가졌다고 나는 생각한다. 인생영화까지는 아니더라도 올해의 베스트 영화!를 보는 일이 허다하다. 



나는 이 영화제를 3회인가 부터 갔었던것 같다. 그리고 올해도 역시 방문했고. 매번 방문할때마다 조금씩 규모가 커지는 듯 싶은데 지금의 분위기와 규모가 그리워질수도 있겠다 싶긴 하다. 처음에는 진짜 파라솔 같은거 하나에 동네 플리마켓처럼 막 물건들 몇개 팔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꽤나 본격적이다. 



아 단점은 무주에 맛있는게 많이 없다. 도리뱅뱅 이런 것들이 있고 어죽, 이런것들도 있지만 절대적으로 2박 3일 가게 되면 결국 맛없고 이상한 음식을 먹는 순간이 온다. 맛집도 꽤나 있으면 좋으련만- 그건 아쉽





2. 정동진 영화제


운동장에 스크린 펴고 보는 건 동일, 근데 스크린이 하나이고 운동장에 사람들이 엄청 많이 모여들어서 본다. 

영화에대한 선택권은 없고 많은 영화를 보기는 힘들다. 그렇지만 매력은 분명히 있다. 


작년에 처음 가게 되었는데 좋은 영화를 재미있게 보았다. 분명 멀리서 보고 많은 사람이 보고 화면이 잘 보이지 않아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다. 여름밤에 초등학교 운동장이 주는 묘한 감성이 있다.


정동진 영화제는 영화의 선택이 불가하고 운동장에서 한개의 스크린으로 상영하기에 분명 규모가 작다. 그리고 여름에 숙소 구하기도 쉽지 않다. 다만 21회라는 역사를 가지는 건 생각해볼법하다. 


1998년 그 당시에 누군가가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영화를 틀고 같이 보자는 생각을 가졌을 것이다. 그리고 20년이 넘는 시간동안 그게 이어져오고 있다. 처음 영화를 보던 초등학생은 아마 이제는 서른넘은 성인이 되었을 거고 어쩌면 아들 딸 데리고 다시 방문할 수 있는 거고, 그때 아들 딸 데리고 왔던 아저씨는 이제 아들 딸 모두 출가시킨 아저씨 아줌마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오랜시간을 버텨왔다는 사실에서 감동마저 느껴지는 영화제다. 


작년에 여기에서 어른도감을 보았다. 그리고 작년에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가 되었다. 



다음글은, 별로인 영화제를 아마 쓰게 될 것 같다. 좋은 영화제는 그저 가서 느끼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별로인 영화제는 좀더 설명을 해야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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