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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남은에어팟 Aug 09. 2019

18. 외모지상주의 그리고 방통

무용(無用)한 것


삼국지에서 사마휘라는 사람이 나와서 그런 이야기를 한다. 

"와룡과 봉추중에 한명만 얻어도 세상을 재패할 것이다." 와룡이라하면 누운 용을 이야기하는 것이고 봉추라고 하면 봉의 새끼라는 뜻이며 이 중에 와룡은 너무도 유명한 제갈양이기에 넘어가고 오늘 살펴볼 사람은 봉추라는 사람이다. 봉의 새끼라는 뜻이며 결국 잠재력 충만한 인재를 가르키는 말이다. 


제갈양의 삼고초려만큼 다이나믹한 스토리도 없고 너무 젊은 나이에 죽어서 큰 활약상도 없지만, 당대에 인정받는 유망주였음에는 틀림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정을 못받고 관직에 나아가지 못하다가 주유 밑에서 잠깐 일한다. 그리고 유비군으로 들어가게 된다. 


삼국지연의에서는 적벽대전에서 조조군의 배들을 서로 흩어지지 못하게 연환계를 제시했다고 하나 소설일 뿐이고 실제로는 방통이 조조군의 수뇌부와 연결 될 접점 자체가 없다. 


유비군에 처음 들어가게되어 유비는 "내게 와룡과 봉추가 모두 들어왔으니 천하를 얻는 것은 시간문제 겠구나"라고 했다지만 처음에 유비가 방통을 보낸 곳은 시골 구석탱이에 처박아 두었다. 그저 못생기고 멍청해보인다는 이유로 시골 구석에 처박아 두었으니 얼마나 외관이 형편없었을지 상상이 간다. 


유비는 대대로 관우 장비를 데리고 다니며 조운까지 초창기부터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문관에 대한 갈증이 심했을 것이다. 간옹, 손건, 미축 같은 경우에도 뛰어난 전령, 상인 등 제대로된 지략가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을 시골에 쳐박아 둘 정도면 얼마나 못생긴건가 싶긴하다. 


그렇게 시골 부임지로 가는 길에 방통은 무슨생각이었을까 대충 상상해봐도 짜증이 엄청 났을 것 같다. 나름의 유망주로 평가받는 것도 있으며 동시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 충만일텐데, 그리고 조조도 아니고 유비를 택한건 유비가 조조보다 끗발이 날리지 않아서 일 것이다. 조조에 가봤자 수없이 많은 똘똘이들이 줄서 있을테니 유비를 택한건데 그 유비에서도 천대를 받으니 얼마나 억울했을까.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태만. 에라 모르겠다. 식의 행정이다. 

실제로 그는 부임하고 일을 전혀 하지 않고 술이나 먹고 놀았다고 한다. 지금도 그렇지만 예전에도 마찬가지로 조그만 시골에서 할게 무엇이 있나 그냥 자리에 앉아서 출퇴근만 하면되는 거지. 그러던중 장비가 그 고을에 방문하게 된다. 장비라하면 일단 성격도 성격이지만, 유비의 최측근. 박근혜와 최순실 급의 인물이 시골까지 오는 건 심상치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통은 흥청망청 놀고 있었단다. 그러다가 장비가 또 유명한 성질머리를 부리기 시작한다. 매를 때리겠다는 둥 하고 화가 끝까지 나서 방통을 몰아세우니 방통도 마지못해 말한다. 

"일이 뭐가 밀렸다고 합니까 이건 뭐 그냥 반나절이면 하죠" 라고 하면서 몇달간 밀린 일을 반나절에 끝냈다고 한다. 똘똘하지 못한 장비가 보기에도 엄청난 처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방통의 쇼에 장비가 감탄한 걸로밖엔 보이지 않는다. 어쨋든 최순실이 박근혜한테 아니 장비가 유비한테 달려가서 사실은 대단한 선생님이라고 이야기 하자 유비가 다시금 그를 불러들여 중히 쓰기 시작한다. 


와룡과 봉추에서 와룡은 세번을 찾아가 자신의 선생님이 되어주길 바랄정도로 극진한 대접을 했으며 나이가 한참 어린 제갈양에게 항상 조심스럽게 대했던 것과 비해서 엄청난 차별일 수 밖에 없다.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사실 외모라고 밖에 생각지 않는다. 옛날 중국인들은 대부분 못생겼을 것이다. 잘생긴사람의 비율은 항상 일정하다. 그건 다음에 잘생김 법칙으로 쓰기로 하고 어느 시대건 잘생긴 사람은 소수다. 그런데 그 와중에서도 못생겼다는 문헌이 수두룩하니 방통은 인정해야하는 부분.


그 몇개월간 쇼를 해서 장비를 감탄시켜서야 이제 관직으로 나아가는 기회를 잡았기에 이렇게 이름이나마 알려지게 된 것이지 사실 대부분의 삶은 그렇게 시골에 쳐박혀서 살다 죽는것이다. 못생겼다는 이유로.


외모는 사실 얼굴의 모양만을 이야기 하지 않는다. 외적으로 보이는 말투, 목소리, 분위기 그리고 패션센스등 여러가지가 포함된 것이 외모이다. 모든 사람들을 삭발 시키고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는 다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 실제로 그런 어플이 있었다. 얼굴만 갖다주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맞춰보라는 어플이었고 놀랍게도 남녀의 생김새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꾸미는 것이 다를 뿐. 


제갈양은 사실 군략보다는 내정, 행정의 천재였다고 보여지는데 방통은 나름 전투지휘도 꽤나 잘했던걸로 보아 그가 살아서 더 활약했다면 촉에서는 더 좋았겠다 싶다. 유비네 나라는 두군데로 길이 열려있는데 오른쪽에는 손권이 버티는 오나라와의 경계가 있으며 북쪽으로는 조조의 위나라가 버티고 있었다. 아래는 남만이라는 이민족들이 있었을 것이고. 이 두가지 방향중 제갈양과 더불어 한방향을 맡아줄 수 있는 사람이 절실했던 것이다. 그가 죽었다는 낙봉파 이야기는 거의 전래동화급의 비현실적인 이야기니까 넘기고(매복에 걸려 화살이 쏟아지는데 옆에 병사한테 여기가 어디냐 하고 물으니까 낙봉파 입니다 라고 대답했댄다. 봉이 떨어지는 곳이라는 뜻을 듣고 한탄하며 죽었다는데 이게 무슨 판타지 소설인가) 어쨋든 짧은 생이 아쉬운 장수중 한명이다. 


그리고 더 똑똑했으면 외모를 좀더 가꿨을 텐데 거기까지 이미지 메이킹은 못했으니 아쉬울 뿐. 


오늘의 교훈 : 못생겼으면 머리빨, 옷빨, 키빨, 뭐든 다 갖다가 자신에게 장착시켜서 있어보이게 만들자.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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