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enager
엄마는 잠깐 선생님을 하셨었는데, 나로도에서 선생님을 하셨다고 한다.
그 짧은 시간을 보내다가 나를 임신하고 일을 그만 두셨다. 그때가 엄마의 마지막 직장생활이었다.
어쨋든 스승의 날에는 엄마의 제자분들이 찾아오곤 했었는데, 좋은 선생님이었기에 그 멀리서 선생님을 했지만 그렇게 제자가 찾아오곤 했던 것 같다. 젊고, 멋부리기 좋아하고 월급이 들어오면 그자리에서 꺼내보면서 좋아하던, 그런 20대 예쁜 여선생님이었을 테니까.
어쨋든 초등학교 스승의 날때는 보통 전년도 담임선생님을 찾아가곤했는데, 그당시 죽고 못살던 영준이랑 초등학교 4학년때 직전년도 담임선생님네 집을 찾아갔었다. 세검정에 있는 빌라였는데 선생님네 집으로 쳐들어갔다. 어떻게 미리 연락을 드렸는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나랑 영준이랑 또 누군가와 함께 갔던게 기억이 난다. 집은 고요했고 살짝 어두웠다. 집 안 인테리어는 모든게 낡은 느낌이었는데 장명순 선생님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은 우리 엄마보다는 어렸으니까, 아니 50대쯤 되셨으려나. 어쨋든 우리집이나 영준이네 집의 활기가 많이 빠져있었다.
우리는 선생님을 꽤나 좋아했었는데 그렇게 찾아간 집에선 아직도 기억에 남는게 시계가 30분 빠르게 흘러가고 있었다. 나는 그맘때 카시오 시계를 차고 다녔었나 싶은데, 내 시계가 잘못된걸로 알았지만 선생님은 웃으면서 30분 앞서 맞춰두면 일찍 일찍 다니게 되어 좋다고 하셨다.
그렇지만 어린시절의 나는 30분이 빠르다고 생각하고 보는 즉시 30분을 앞당겨서 현재시간을 생각하지 않을까, 그래서 저게 효용성이 있는건가 싶었다. 지금와 생각하면 그저 생활 기조, 신념 같은게 아니었을까 싶다.
그리고 우리는 스승의 날에 선생님네 찾아가서 거기 있는 물총으로 물총 싸움을 했다. 빌라 곳곳을 누비면서 그냥 담뿍 젖어들었다. 왜 스승의 날에는 선생님 앞에서 옛날 이야기도 하면서 도란 도란 앉아있어야 하는가. 그러기엔 우린 너무 에너지가 많았으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주고 받을 정도의 생명체는 아니었다.
30분 빠른 시계로 5시즈음 되었을까 우리는 집에 가야된다고 하고 돌아갔던 것 같다.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내용이 내 몸어딘가에 남아있을 거라 생각한다.
좋은 분이셨고, 아이들을 좋아했으며 그 사랑이 어렴풋이 나마 남아있고, 어릴 때는 더더욱 그런 뉘앙스와 분위기에 민감했었기에 더 잘 알았다.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했으며, 조금은 엄격했지만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다.
어느순간 엄마를 찾아오는 제자들도 연락이 없어졌고, 나도 연락드리고 찾아뵙는 선생님이 줄어들었다.
그렇지만 어린시절 한페이지씩, 아니 한스푼씩은 나를 형성하는데 도와주신 분들이다.
부디 닿지 않겠지만 건강하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