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나남은에어팟 Aug 29. 2021

10. 한글을 배우던 날

Under 8

어린 시절에 주 업무는 자전거를 타거나 그네를 타거나 모래를 헤집는 것 이었다. 

아파트 단지에는 수많은 가족들이 있었고 그때에는 대부분이 아이가 한둘 쯤은 있었다. 나는 그들과 뛰어노는 게 업무의 전부였던 때였다. 

그러던 중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엄마가 다른 집에 가서 뭘 좀 배우라고 하는 것이었다. 

글자라고 하는 것이었고 내가 말하는 것들을 쓰고 읽을 수 있게 해주는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이 없었다. 그냥 어떤 발음이 어떤 글자랑 연결되는지 확인하는 것이었는데 어렵지 않았다. 

사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글자를 익히는건 그냥 놀이중에 하나 쯤으로 여겨졌다. 


살아가다보면 때론 아무렇지 않게 중요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글자를 처음 배우던 그 날도 그런 순간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나는 빨리 배우고 빨리 익혔다. 그리고 한살 많은 형들이랑 같이 배웠다. 


집에서 프뢰벨이나 블록을 가지고 노는 것도 좋아했는데, 프뢰벨은 아이용 교육 놀이기구를 파는 회사였다. 그 당시 방문판매가 많이 이루어졌는데 그 아주머니들이 아파트 단지를 돌아다니면서 아이가 있는 집에서 설명을 해주는 식이었다. 


아파트 내에서는 영특하다고 소문이 나기 시작했었는데, 왜인지 모르지만 엄마는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고 그저 좋아하기만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프뢰벨 아줌마는 이거 601호 애엄마가 산거에요 라면서 영업을 하기 시작했다. 


딱히 좋지도 않았고 재밌지도 않았고 별다른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모두가 글자를 배우던 첫 순간이 특별하지 않는 것은, 그때는 우리가 '교육'에 대한 어떠한 편견과 선입견이 없었기 때문이 아니 었을까. 

작가의 이전글 9. 김연미네 집인가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