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대한 생각 01
무언가 그리는 것은 나의 가장 오래된 취미다.
엄마는 내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이것저것 시키며 적성을 찾아주려고 하셨다.
초등학교 입학 전부터 나는 엄마 손에 이끌려 피아노, 첼로, 쇼트트랙 등등 다양한 것들을 배웠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재미가 없었다.
피아노 치는 것이 너무 지루했고, 첼로 소리는 듣기 싫었다.
쇼트트랙 코치님이 소리 지르는 게 싫어서 배 아픈 척도 많이 했고,
그러다 보니 나중에는 정말 스케이트 수업 날이면 배가 아파졌다.
유일하게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다닌 학원은 미술학원뿐이었다.
내 가장 오랜 취미는 그렇게 무언가를 그리고 만드는 것이 되었다.
그림을 그리는 것은 정말 많은 이점들을 가지고 있지만,
대표적인 것 세 가지 정도만 말해볼까 한다.
1. 언제 어디서든 그릴 수 있다.
운동은 공간(과 때로는 팀)이 필요하고, 음악은 악기와 조용한 환경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림 그리기는 종이와 연필 한 자루만 있다면, 지하철에서도, 회의장에서도 가능하다.
조금 더 애정이 생긴다면, 몇 가지 색의 마카나, 색연필을 구매해 보자.
그림에 생기가 생기고 색깔을 모으는 재미도 쏠쏠하다.
2. 소중한 것들을 기록할 수 있다.(형태가 남는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 여행지의 기록, 반려동물, 맛있는 음식, 좋았던 영화.
친구와의 티타임까지도 끄적끄적 그려놓으면 사진과는 또 다른 의미를 가진 기록이 된다.
그림들을 철해 두었다가 꺼내보면 당시 기억이 새록새록.
음악이 취미인 친구가 언젠가, 그림은 결과물로 남아서 좋겠다고 했다.
물론 음악도 다른 방법으로 저장해 둘 수는 있지만 그 과정이 살짝 더 번거롭다.
(그림은 그냥 취미 자체가 기록인 반면, 다른 취미들은 기록을 위해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3. 고요해진다.
퇴근 후 책상에 앉아 그림을 그리면 시끄러웠던 일상을 잠시 잊고
온전히 그림에 빠져들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든다.
이보다 더 완벽한 취미가 있을까?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 그리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