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Yeslobster Feb 15. 2023
ps
새벽녘 여자네 집에서 돌아가는 남자는, 너무 복장을 단정히 하고 에보시 끈을 너무 꽉 묶지 않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나올 때도 일어나기 싷은 듯이 우물쭈물하다가 여자가 "날이 다 밝았습니다. 다른 사람 눈에 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그러십니까" 하고 재촉하는 말을 하면 그제야 겨우 휴 한숨을 내쉬면서 정말 헤어지기 싫다는 듯이 하는 것이 좋다. 그저 우두커니 앉아서 사사투키 입을 생각도 않다가 입을 여자 귀에다 대고 밤에 한 얘기를 속삭이는 듯하면서 손으로는 속곳 끈을 묶고 일어나서는, 격자문을 밀어 올리고 쪽문 있는 곳까지 여자를 데리고 간 후 낮 동안 못 만나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지 다시 한 번 여자 귀에 대고 속삭인다. 남자가 이런 식으로 해서 나가면 여자 쪽에서는 자연히 그 뒷모습을 쳐다보며 헤어지는 것을 슬퍼한다.
그런데 보통은 그렇지가 않다. 무슨 급한 일이라도 갑자기 생각난 듯 벌떡 일어나 잽싸게 사사누키 허리끈을 묶고, 노시나 포, 가리기누 소맷자락을 걷어 올리는 등 옷매무새를 매만진 다음, 허리띠를 꽉 매고 다시 자리에 앉아서 에보시 끈을 꽉 묶어 안에 집어넣고 반듯하게 다시 선다. 그리고 어젯밤에 베개 위에 놓아둔 부채나 종이를 더듬더듬 찾다가 어두워서 잘 안 보이면, "어디 있느냐 도대체 어디 있느냐니까" 하며 손으로 방바닥을 쳐서 겨우 찾아낸 다음 "휴 간신히 찾았네"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그러고는 그 부채를 마구 부치며 품에 회지를 집어넣고 "그럼 이만 실례하겠소이다"라며 돌아가는 것이 보통 남자의 태도다.
<일본 고전문학작품 "마쿠라노소시 - 새벽에 헤어지는 법<60단>"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