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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eslobster Mar 09. 2024

너도 꽃게가 아니니까

나이 때문인지 하나 이상은 잘 챙기지 못한다. 블루투스 이어폰 챙기는 걸 자꾸 잊어버려서 출근하면서 이어폰 하나는 작심하고 챙겼더니 그날은 휴대폰을 집에 두고 왔더라. 한동안 화가 많이 나 있었는데, 그 기간 동안 내가 잊은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

앞은 막히고 옆은 살짝 빈틈이 보여 길을 바꿨다가 평소보다 30분 늦게 회사에 도착했다. 내내 더디 가는 차 안에서의 시간이 상당히 낯익더라. 살면서 지름길이라고 생각한 선택이 반대의 결과를 낸 적이 종종 있었다. 나는 꽃게가 아니니까 길은 어쨌거나 항상 내 앞으로 뻗어 있기 마련인데  내가 앞으로 간다고 길도 목적지를 향해 있다고 착각을 한 것이다.

(...)

성공경험이 사람을 꼰대로 만든다. 예전 일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각각의 여건은 생각지 않고 그 모든 일의 교집합인 '나'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경험이 쌓여서 하는 실패는 어린 시절의 실패와는 달라 한 번의 실패가 치명적일 수 있다. 전국시대의 패왕 항우는 유방과 중국 천하를 두고 경쟁하였는데 그가 선봉장으로 임한 모든 전투에서 백전백승의 위업을 달성하다 딱 한 번 패배했지만 그 전투에서 사망했다. 꼰대가 된다는 건 이렇게 무서운 일이다.  

(...)

오늘밤 네가 어딜 가든 달이 널 따라오는 것은 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에 대면 달밤에 네가 지구 위를 이동한 거리는 터무니없이 짧기 때문이다. 네가 이동한 거리만으로는 지구 지름의 30배에 달하는 달과 네 사이를 바꾸지 못한다. 네가 어딜 가든 따라오는 기억들도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네가 지치지 않고 계속해서 걷는 한 어느 날은 분명 오늘과 다른 달따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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