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200자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원진 Aug 15. 2021

사는 일

금오름 가는 길


금오름으로 가는 길. 택시 기사 아저씨가 내게 물었다.


제주에 얼마나 계세요?

토요일까지 있어요.

아이고 더 살다가세요!


그 말이 낯설어 오래 생각했다.

내게는 시간순으로 한참 뒤에 있는 말. 그러니까 더 있다 가세요, 더 쉬다 가세요, 더 머물다가세요 같은 말들을 지나 있는 게 '더 살다가세요'였다. 여행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에어비앤비 카피에 심들렁했던 것도 이 때문이었다. 어차피 여행은 돌아오는 건데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말하는 게 어색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머물건, 쉬건, 잠시 있다가 건  모든 게 사는 일이지 싶다. 


기사 아저씨는 코로나 때문에 에어컨 대신 창문을 열고 가겠다고 하셨다. 얼굴로 바람이 불어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밤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