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퇴사했다!
그동안 Farewell 메일을 날릴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기어코 그 날이 찾아왔고, 메일 발송 후 텅 빈 내 책상을 바라볼 땐 알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이 들었다. 회사를 나서며 배웅해주는 팀원들 앞에서 엉엉 울어버리기까지 했으니 다시 안 볼 사이도 아니고 지금 생각하면 약간 창피하다.
사실 금요일에 야근까지 하고 퇴사한 거라 주말 내내 실감이 안 났는데 당장 내일부터 아침 7시 37분에 145번을 타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니 일요일 늦은 밤이 돼서야 내가 백수라는 게 와 닿기 시작한다.
회사가 지옥 같아서 벗어난 게 아니다. 해외영업 부서에서 근무하며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일하는 것도 재밌었고, 우리 회사가 만드는 옷이 아마존, 월마트, 타겟과 같은 대형 시장에서 판매된다는 것도 큰 자부심이었다. 무엇보다 정말 좋은 팀원들과 일했기에 이 안전한 자리를 포기하는 데까지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엔 그래서 관둬야겠다고 결심했다. 주변의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행복한 사람들을 보니까 욕심이 생겼다. 다시 오지 않을 20대의 끝자락에서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고 싶어 졌다. 사실 이렇게 호기롭게 퇴사했는데 좋은 회사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80% 이지만, 그동안 뭔들 잘해왔는데 뭔들 못해내겠어 싶은 마음 20%로 버텨내 보려고 한다.
어디선가 이런 말을 들었다. 탱고의 스텝이 꼬이면 거기서부터 새로운 탱고가 시작된다고. 이번 퇴사가 내게 새로운 탱고의 시작을 알리는 스텝이었기를, 결국엔 더 멋진 탱고를 추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