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를 잘 모른다. 그러다 보니 이직을 하면서도 크게 방황한다.
브런치에 취준 시작을 알리는 글을 쓴 지 한 달 하고도 일주일이 지났다.
나의 새로운 도전을 글로 남겨보겠다고 퇴사와 동시에 호기롭게 브런치를 시작했지만 어떤 글을 어디서부터 써야 할지, 나의 진심을 어디까지 보여야 할지, 이렇게 시작한 취업 준비의 결론이 '주인공은 마침내 원하는 직업을 찾아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가 되어야 하는 건지 등의 여러 가지 부담스러운 생각이 많아 쉽사리 글을 쓰지 못했다.
그렇게 이직 준비에만 매달리다 보니 또 한 달이 지났다.
그리고 바로 저번 주 목요일, 한 회사의 2차 면접을 보고 오는 길에 갑자기 정신을 번뜩 차리게 되어 브런치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초심을 다지기엔 브런치가 최고니까!
이번 글에선 직업을 찾는 나의 여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갑갑한 상황에서 무턱대고 회사를 나와버린 걸 후회한다고 하루에도 다섯 번씩 외치는 28세 백수의 지난 두 달간 이야기.
28년간 내가 나를 너무도 모르고 살아왔다고 느끼는 요즘,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과 그러다 자기 합리화를 통해 쉽게 포기해버리는 나의 모습에 실망하는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8월 31일 퇴사 후 9월, 10월 두 달간 하고싶은 일을 찾아보자며 내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시간을 보냈다.
(그 전에 제가 어떤 일을 하였는지, 왜 이직을 선택했는지는 작가의 이전 글을 참고해주세요!)
처음엔 직업을 기준으로 고민을 하다가 나중에는 내 관심분야를 기준으로 파생되는 직업을 찾아봤고 갖가지 이유들로 도전과 포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총 6개의 직업을 생각해봤다.
1. 온라인 마케터 혹은 콘텐츠 마케터
4년 전 숙박업계에서 일한 이유가 온라인 마케터가 되기 위해서였는데, 마케팅보다 기타 잡다한 일을 훨씬 많이 해서 계속 미련이 남는 직무가 되었다. 그래서 퇴사 후 가장 먼저 생각했던 직무도 이 직무이다.
다시 한번 제대로 해보고 싶었으니까.
평소 관심 있게 지켜보던 스타트업 두 군데에 이력서를 써서 냈는데 연락이 오지 않았다.
포트폴리오가 없어 자기소개서로 승부해야 하는데 그게 너무 막막했고 연락이 오지 않으니 자신감이 떨어졌다. '자소서부터 통과하지 못하는데 어떻게 좋은 마케터가 되겠어?' 하는 생각이 커져갔다.
콘텐츠 마케터 신입이 내일모레 29살이면 스타트업에서 부담스러워할 만한 나이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퇴사 후 가장 먼저 생각한 직무이니 만큼 체념도 조금 빨랐다.
나는 계속 안될 이유를 찾기만 하다가 이런 내가 너무 한심해서 다른 직업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2. 개발자
온라인 마케터의 길을 접어두고, 미래에 잘 먹고 잘살려면 역시 기술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개발자야말로 완전 전망 좋은 직업 아닌가? 싶어서 개발자 직무를 조사했다.
그러다 우연히 프로그래밍을 쉽게 알려준다는 '생활코딩'이라는 비영리 커뮤니티를 알게 되었고 그곳에서 HTML 강의를 이틀 만에 다 들었다.
예상외로 이틀 동안 너~무 재미있어서 적성에 맞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개발자로 이직을 다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이고잉님의 강의력이었을 뿐.. 나는 개발 일과 맞지 않는 사람이란 걸 알게 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개발자의 길을 포기한 건 일주일도 안되서였다. HTML 뒤로 무궁무진하게 펼쳐지는 수많은 프로그래밍 언어들, 현직자들의 생생한 이야기와 그들의 성향을 유튜브와 브런치를 통해 샅샅이 조사해보니 내가 오래 버틸 수 없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다. (개발자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그렇게 개발자의 길과도 안녕- 했다.
3. 퍼포먼스 마케터
그렇다면 기술직과 어느 정도 연관성 있고, 완전한 기술직은 아닌 직무를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알게 된 직업이 '퍼포먼스 마케터'.
데이터 기반의 마케팅을 펼치는 퍼포먼스 마케터가 점점 떠오르고 있다고 들었고, 실제로 다양한 기업들이 데이터를 다룰 줄 아는 퍼포먼스 마케터를 찾고 있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데이터를 가지고 노는 것만큼 멋진 직업은 없어! 게다가 마케터라니!'
갈대 같은 나는 어느새 퍼포먼스 마케터에게 흠뻑 빠져버렸다.
문제는 퍼포먼스 마케터 신입을 채용하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경력직 공고를 보고 그곳에 적힌 자격사항과 우대사항을 살펴보았다. 그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을 갖춰야겠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공통점이 'GA(Google Analytics)' 사용을 기본으로 두길래 구글 애널리틱스 강의를 들었고, 그러다 관련 자격증(GAIQ)이 있다고 하길래 자격증 공부를 해서 자격증부터 땄다.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GA를 사용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신입 지원자로서 내 노력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자격증을 공부하는 내내 생각처럼 흥미롭지 않았고 내가 이 직업에 환상을 갖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나는 나를 아직도 잘 모르지만, 내가 퍼포먼스 마케터를 원하지 않는다는 걸 한 회사에 이력서를 써보면서 명백하게 알게 되었다. 자기소개서가 잘 써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억지로 80%정도 완성한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내 손으로 삭제했다. 퍼포먼스 마케터의 꿈도 멀어졌다.
점점 막막해져 갔다.
이것도 안된다, 저것도 안된다. 이건 이래서, 저건 저래서.
나, 이직할 수 있을까?
IT 혹은 마케터의 직무와 조금 떨어져 생각해 보기로 했다. 직업부터 먼저 생각하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관심분야에 어떠한 직업이 있는지 반대로 생각해 보기로 했다. 어쩌면 내가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서 새로운 직업을 알게 될 수도 있으니까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