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소롱 Jan 08. 2024

x도 없이 안식년 9주차: 한 주간 카페 7곳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를 이야기하는 카페 타임

생각해 보면 나의 카페 & 커피 사랑은 2021년 연말 즈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괜찮아 보이는 카페를 발견하면 네이버지도에 저장해 두는 습관은 그전부터 있었기는 하다. 데이트 당일이 되어서야 어디를 갈지 즉흥적으로 결정했던 지난 연애의 결과물 중 한 가지였달까. 그런데 쓰레기 같은 놈에게 뒤통수를 여러 번 세게 맞은 후, 우울감에 빠지기보다 정신을 차리게 해 줄 수 있었던 것이 커피였던 것 같다. 그때부터 입에도 대지 않던 씁쓸한 맛의 커피를 마시고, 저장해 두었던 카페를 혼자라도 가겠다고 찾아다니는 카페 도장 깨기도 시작되었다.


다만 이번 주는 새로운 카페를 찾아다니는 대신, 원래 방문했던 카페들을 주로 들러 시간을 보냈다.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맛을 즐기기보다는 내가 아는 공간에서 이것저것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조금은 익숙한 맛의 커피를 마시며, 내가 회사를 떠난 이유들과 지난해 있었던 일들을 되돌려 생각해 봤다. 특히 퇴사하고 난 후의 시간들에 대해 되짚어 봤다. 사실 퇴사하고 지난 2개월간, 살찐 것 외에는 (^^;) 달라진 것이 없는 것 같았는데 가만 생각해 보니까 크게 바뀐 점이 있었다. 더 이상 아침에 눈을 뜨는 일이 괴롭지 않다는 것(심지어 기대가 되기까지!), 그리고 낮이고 밤이고 혼자 울지 않는다는 것. 언제부터 변화가 있었는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x도 없이 안식년 2개월 만에 얻은 깨달음이었다. 


앞으로의 일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책을 읽으며 할 일들을 혼자 나름대로 계획해 보기도 하고, 이에 대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눠 보기도 했다. 이제는 거의 남지 않은 싱글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는 것이어서 반가웠는데, 친구 역시 마침 백수가 되었단다. 두 백수의 평일 오후 만남. 이야기하다 보니 공교롭게도 앞으로 2개월은 둘 다 똑같이 외국 여행 계획으로 채워져 있었다. 30대 중반에 (후반인가...ㅠㅠ) 길게 떠나는 여행 계획,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 있는지, 어떻게 돈을 벌고 살지 진로 고민을 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철없게 들릴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래도 이런 이야기를 서로 공감하며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있어 즐거운 카페 타임이었다. 성수에 있는 힙한 카페에서 커피 타임을 하며 '젊은이들의 기운'도 마음껏 받아오고. 


어쩌다 보니 카페 7곳에서 시간을 보냈던 한 주였다. 건강을 생각해 카페인 섭취는 줄여야겠지만, 앞으로도 새로운 카페를 계속 찾아다닐 것 같기는 하다. 편안함을 주는 아는 커피집에서 어제와 내일을 생각해 봤던 안식년 9주 차였다. 

작가의 이전글 x도 없이 안식년 7-8주차: 가족과 함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